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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붕을 타고 올라간 노란 호박꽃이 바람이 흩날리고 있다
ⓒ 서정일
엊그제 처서가 지나고 한차례 비바람이 몰아치더니 아침저녁으로 많이 쌀쌀하다. 들녘엔 옥수수가 가을햇살에 여물어 가고 노란 호박꽃은 활짝 피어 있다. 지붕을 타고 넘어간 넝쿨 사이로 펑퍼짐한 모습으로 덩그렇게 앉아 있는 호박.

"아궁이에 불을 다 지폈어."

낙안읍성에서 짚물공예를 하고 있는 임채지(69) 선생은 갑작스레 싸늘해진 날씨 때문인지 저녁에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고 하면서 아무래도 가을이 빨리 올 것 같다고 말한다. 나이든 분들에겐 더 더욱 빨리 찾아와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


▲ 담장위에 펑퍼짐하게 앉아 있는 누런 호박 두 덩어리
ⓒ 서정일
그러고 보니 낙안읍성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여름의 때를 벗고 가을의 옷을 갈아입으려 하고 있다. 매미의 울음소리도 한여름 같지 않고 하늘엔 고추잠자리가 떼를 지어 이리저리 날고 있다. 봉선화는 빨갛게 물들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고 수세미는 기다랗게 담장에 몸을 걸치고 있다.

아직 덜 익은 것도 있지만 길가에 떨어져 짓무른 채 철퍼덕 주저 앉아 있는 감, 하나둘 바람에 떨어지는 은행잎들. 이 모든 것들이 다가오는 가을을 마중 나온 듯 도열해 있다. 들판의 벼 잎도 녹색의 그것이 아니다. 연녹색으로 갈아입고 노란 가운을 걸칠 준비를 하고 있다.

▲ 임채지(69) 선생이 호박을 이리 저리 살펴보고 있다
ⓒ 서정일
낙안읍성은 이렇게 곱게 가을을 준비하고 있다. 그 어떤 곳보다 가을이 아름다운 낙안읍성, 낼모레면 400여년이 넘는 두 개의 커다란 은행나무가 눈부시도록 노랗게 물들고 황금들판에서 벼가 가을햇살에 흐느적거릴 때 집집마다 굴뚝에서 뿜어져 나올 하얀 연기.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서 화롯불에 대해서 얘기할 정도로 빠르게 우리 곁에 와 있는 싸늘함. 아! 벌써 가을이 찾아왔나 보다.

덧붙이는 글 | 낙안읍성 민속마을 http://www.naga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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