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1세기는 창의성의 시대라고 말한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는 더 이상 대량생산과 발달된 사회시스템 구축이 목표였던 산업사회가 아니다. 잘 짜여진 교육환경 속에서 똑같은 커리큘럼을 받으며 성장한 아이들이 미래를 보장하지 못하는 시대에 와 있다. 국가간 장벽이 사라지고 모든 물자들과 인종들이 국경을 넘나들며 사이버공간에서는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우리는 오늘날 문명을 일구었던 인간의 '창조성'이 가장 두드러지게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창의적 사고로 다양한 상상을 하고,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창조적 능력이야말로 인간의 '뇌' 만이 지닌 가장 위대한 것임에 이견이 없으며, 살벌한 기업전쟁 속에서도 이러한 창의적 사고로 무장한 기업들이 21세기를 보장받을 것을 조심스레 예측해 볼만하다.

ⓒ 민음사
최근 세계적인 컨설팅기업으로 손꼽히는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월드 인 비즈니스위크의 의뢰로 전 세계 940명의 고위경영자들을 상대로 세계에서 가장 창의성 있는 경영자를 조사했다. 1위로 당당히 뽑힌 인물은 스티브 잡스 애플사 CEO. 또한, 의뢰자 중 25%가 애플사를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회사로 꼽았다. <비즈니스위크>는 최신호에서 "스티브 잡스는 경제에 디자인과 창의성을 도입했다"면서 "이제 기업의 성공은 기술 확보 보다는 창의성과 상상력, 혁신에 달렸다"고 분석한 바 있다.

미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빌게이츠보다 더 우상으로 받든다는 스티브 잡스. '세계 최초의 퍼스널 컴퓨터(PC)를 개발해 새로운 역사를 쓴 컴퓨터 업계의 기린아'. '아이콘 클릭만으로 프로그램을 여는 컴퓨터 혁명을 이끈 인물'. '세계최초의 3D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를 만들어 할리우드를 뒤흔들어 놓은 선구자'. 'MP3 대중화를 이끈 아이포드(iPod)로 또 한번 세상을 놀라게 한 하이테크시대의 독보적 존재'... 스티브 잡스를 일컫는 화려한 수식어들이다.

그는 스무 살에 세계 최초로 개인용 컴퓨터를 만들며 세계적인 컴퓨터기업 '애플'을 창업, 일약 주목받는 기업가가 되었지만 그가 지녔던 독선과 오만, 시대를 너무 앞서갔던 그의 상상력은 서른 살의 나이에 자신이 만든 회사인 애플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게 만든다. 하지만, 10년간의 방황과 인내 속에 세계 제1의 애니메이션회사인 픽사를 이끄는 CEO로 부활하며, 세계 최초의 3D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를 시작으로 <니모를 찾아서>, <몬스터주식회사>, <인크레더블>의 성공을 딛고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 스티브 잡스가 회장으로 있는 '픽사'에서 만든 애니메이션
ⓒ Pixar
애플에서 쫓겨 난 지 15년, 그는 마흔다섯의 나이에 쓰러져가는 애플로 다시 돌아와 CD롬을 장착한 아이맥(iMac), MP3 시장을 석권한 아이포드(iPod), 유료 온라인 음악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아이튠스(iTunes)를 히트시키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뇌의 창의적 기능에 대한 연구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입양, 히피족 생활, 인도에서의 방랑의 삶을 거쳐 세계적 기업의 CEO가 되기까지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삶을 살았던 그의 생애는 보는 이로 하여금 흥분과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컴퓨터, 애니메이션, 온라인 음악분야 3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스티브 잡스.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 CEO로라는 그의 뇌(Brain)는 다른 이들과 어떤 점이 다른 것일까?

창의력은 인간의 정신능력 가운데 위대한 것임에도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 너무나 많다. 기억력, 집중력, 공간지각능력, 사고력, 추론능력 등 어느 하나의 것만으로 표현할 수 없어 학계에서도 초기 단계의 연구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창의력에 대한 정의는 다양한데 공통적으로 지칭되는 것은 '새로움'과 '사고의 확산'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창의력은 무에서 유를 이루는 기적과 같은 것은 아니며 기존에 요소, 즉 이미 자신의 머리 속에 간직된 지식이나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새롭고 유용한 결합을 이루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 한국뇌과학연구원
아이디어라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는 것 같지만, 그것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과 그간에 축적된 많은 지식들이 이리저리 엮어져서 어느 순간 '번뜩이는 영감'처럼 나타나게 된다. 그러한 노력이 없다면 보통 사람들은 어느 순간 떠오르는 생각을 '아이디어'로 인지조차 못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보면, 창의력은 누구나 선천적으로 타고난다고 볼 수 있다. 능력의 차이는 일부 있지만 대개의 경우 후천적으로 그 창의력을 키워내는 습관과 행동양식,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현재까지 밝혀진 정론이다.

뇌의 기능적 관점에서 보면 어떨까. 사람의 뇌는 중앙을 가르는 뇌량을 기준으로 좌뇌와 우뇌로 나눌 수 있는데, 이 두 부분의 역할이 기본적으로 나누어진다. 좌뇌는 언어적, 분석적, 이성적인 기능을 담당하고 우뇌는 형태적, 직관적, 종합적 기능을 담당한다. 질서와 안정을 좋아하며 규칙과 계획을 세워 일처리에 익숙한 좌뇌형은 현대 일반인의 보편적인 특징이기도하다. 번뜩이는 영감과 직관력은 우뇌의 능력이니 아이디어맨의 경우 우뇌를 잘 활용한다고 쉽게 결론내릴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간 뇌 과학자들이 밝혀낸 바에 의하면, "인간의 창의성은 우뇌의 기능이라는 학설이 지금까지 널리 받아들여졌지만 최근의 연구결과는 우뇌뿐 아니라 좌뇌와 대뇌변연계도 종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다소 수정되었다. 좌뇌와 우뇌의 통합적인 뇌의 활용에 무게가 지워진 셈이다.

스티브 잡스의 뇌에 담긴 창의적 재능

스티브 잡스가 그의 생애에서 보여준 것은 그야말로 도전의 연속이었다. 그는 언제나 새로운 것을 원했다. 기업이 커가도 그는 번뜩이는 재능을 가진 인재들을 모아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걸 가장 좋아했다. 그러한 사람들을 모아 새로운 팀을 꾸리고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길 원했다. 아니, 스스로가 자신은 그래야 한다고 주문을 걸었을 정도이다.

▲ 세계 제1의 MP3 Player 'iPod'
ⓒ Apple
새로운 디자인, 혁신적인 기능, 남들이 하지 못한 것들. 그의 그런 집념과 고집이 아이콘으로 움직이는 매킨토시를 만들어내고 '토이스토리'를 탄생시켰으며, MP3 대중화를 이끈 아이포드(iPod)를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음은 물론이다(참고로, iPod는 전 세계 1위 MP3 Player다).

그의 능력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새로움'과 '혁신'에 대한 집념 말고 또 하나 있다. 바로 '꿈'에 대한 광적일 정도의 열정이 그것이다.

그는 언제나 꿈을 얘기했다. 초창기 가진 것이 하나도 없었지만 그는 꿈을 꾸었고 그 꿈을 사람들에게 설파했다. 다른 사람이 얘기하면 한낱 몽상에 불과했지만 잡스에게는 무언가 거부할 수 없는 마력이 있었다. 사람들은 하나둘씩 모여들었고, 이어 그의 당당함에 매료되었다. 사람들은 처음엔 허황되기 짝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내 그 속에 서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곤 했다.

잡스는 자신이 꿈꾸던 그것이 당연히 이루어진다고 믿었으며 추호의 의심도 없었으며, 그와 함께한 사람들은 그 어이없어 보이는 그 비전을 이루기 위해 모든 열정을 다 바쳤다. 그의 곁에서 함께 고생한 동료와 직원은 하나같이 '잡스의 그 마법 같은 꿈에 매료됐다'고 고백한다.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상상력과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 미래의 맥을 짚어내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중독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창의성'에 대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세계 제1의 창의적 기업가로 꼽힌 스티브 잡스가 보여준 삶은 창의적 인재에 대한 그림을 어느 정도 그릴 수 있게 만드는데 충분하다. 그에게서 오만과 독선, 아집, 끝을 알 수 없는 성격 등을 뺀다면 그는 21세기가 원하는 '창의적 인재'의 모델로 손꼽을 만 하다.

21세기는 창의적 인재를 요구하는 시대이다. 세계 제1의 창의적CEO 스티브 잡스로부터 배울 수 있는 건 그가 이루어낸 결과물이 아니라 그가 보여준 꿈과 열정이다. 그가 세운 기업에서 쫓겨나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의지'와 10년이란 시간을 견디어 낸 그의 '인내'이다.

스스로 한계를 짓지 않는 한 인간이 지닌 뇌의 능력은 무한하다고 한다. 자원 하나 없이 우수한 두뇌만이 전부인 우리에게 이 무한한 자산인 '두뇌'를 활용하고 개발하는 것 이상의 것은 없을 것이다. 21세기 한국의 미래를 여는 열쇠가 다름 아닌 자신이 지닌 '뇌'에 담겨 있음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과학문화재단에서 발행하는 과학전문지 [ScienceTimes]에 기고한 글입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