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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는 도대체 어떻게 생긴 걸까? '더벅머리에 뿔이 있고 손에 방망이를 들고 누더기를 걸친 모습'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이 모습은 애석하게도 우리 도깨비가 아니다. 그럼 도깨비의 참모습은 어떨까? 지금부터 도깨비에 한 번 빠져보자. 누가 아는가? 한여름 낮도깨비에게 홀려 도깨비방망이라도 갖게 될지.

▲ 한국의 도깨비 메인화면. 한국의 도깨비를 이미지 특징과 이야기 형태별로 다양하게 정리했다.
ⓒ 네오그라프
'사람이나 사물의 형상을 하고 있으며 비상한 힘과 괴상한 재주를 가져서 사람을 홀리기도 하고 짓궂은 장난을 치기도 하는 헛 것."

도깨비에 대한 설명이다. 하지만 이 설명만으로는 도깨비가 이해되지 않는다. 문헌과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 속 도깨비는 그 모습과 특징이 너무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해가 어렵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네오그라프'가 개발한 '한국의 도깨비' 콘텐츠가 있으니 모든 걱정을 붙들어 매도 좋다.

"도깨비는 일본 '오니', 중국 '귀매'와는 다른 존재"

네오그라프(대표 이현숙) 박만수 차장은 "우리나라 도깨비는 일본 '오니(おに)', 중국 '귀매(鬼魅)'와는 다른 존재로서, 성격이나 그 특성에서 이들과 현격한 차이를 갖고 있다"고 전제하며 "도깨비는 인간과 친근한 존재란 점에서 외국의 유사한 존재(몬스터, 요괴 등)와 차별되며 한국적 특성이 분명한 우리 문화의 원형"이라고 강조했다.

▲ 김서방도깨비. 친근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도깨비다. 친근함과 소박함 또한 한국 도깨비가 갖는 중요한 이미지 중 하나다.
ⓒ 네오그라프
박 차장은 이어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도깨비는 일본 오니 형상으로 일제시대 교과서 삽화를 통해 전해졌다"고 지적했다. <혹부리영감> 이야기에 등장하는 도깨비(뿔이 있고 누더기를 걸친 모습)가 사실은 우리 도깨비가 아니라 일본 오니라는 것이다.

박 차장 설명에 따르면 일본 오니는 냉혹하고 잔인한 행동을 하는 존재로서 흉조(凶兆)인 데 반해, 우리 도깨비는 때로 심술궂기도 하지만 정겹고 해학적이면서 악의가 없는 존재로 자연물이나 사물이 변하여 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 점은 사람이 죽어서 되는 중국 귀매와도 분명하게 구별된다.

도깨비는 뿔이 있다, 외눈이다, 외다리다 등 하나의 정형화된 이미지로 표현되지 않는다. 성격과 이야기 내용에 따라 형상이 변하기 때문이다.
▲ 낮도깨비. 나타나지 말아야 할 때 나타났기 때문에 다른 도깨비와는 차별화된 이미지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 네오그라프
'뿔이 있고 누더기를 걸쳐' 하나의 이미지로 정형화된 일본 오니와 구별되는 점이다.

박 차장은 "도깨비 형상 개발을 위해서 '설화'와 같은 언어기술 형태 자료에 대한 이미지 분석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며 "특히 입으로 전승되는 이야기나 문헌에 드러나는 도깨비 형상 표현이 대부분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경우가 많아 이미지 형상화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밝혔다.

실제 정형화된 이미지가 없는 도깨비는 '귀면와(鬼面瓦)'와도 비교된다. 박 차장은 "도깨비 이미지의 뿌리를 귀면와에서 찾는 경우도 있으나, 이것은 도깨비 얼굴이 아닌 용의 얼굴이라는 학술적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며 "도깨비 상을 귀면와로부터 발전시켜온 일본과는 달리, 우리에게는 미술사적으로 검증할만한 도깨비 형상은 전무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귀면와를 도깨비 기와로 부르는 것은 관련 연구가들에 의해 빚어진 오류라는 지적이다. 귀면와는 중국을 기점으로 하여 동북아시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기와문양인 데 마치 한국의 독창적인 문양으로 착각하여 도깨비라는 명칭을 붙인 것은 큰 모순이라는 것이다.

박 차장은 "도깨비 이야기에서 추출한 특성을 시각 이미지화함에 있어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고유의 소재인 탈, 장승, 기와, 돌부처 등 향토적 조형물에서 착상의 실마리를 많이 풀었다"며 "한국적인 도깨비를 살려내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도깨비 이미지에 대한 논의는 계속 되겠지만 그 안에서 우리 것을 찾아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이 과제는 학술적으로 귀면와는 용의 얼굴이라는 것이 우세하기는 하지만 아직 결론이 안 난 것과, '붉은 악마'가 사용하는 '치우천왕'이 도깨비인지 아닌지 계속 논란중인 것에도 적용된다. 단순히 어떤 도깨비 형상이 옳고 그른지 따지기 이전에 우리 문화원형을 다시 한 번 소중하게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한국의 도깨비, 뿔은 없지만 우리 전통과 문화정서가 담겨 있다

▲ 외눈도깨비. 외눈도깨비는 눈이 하나라는 특성 이외에 먹성이 좋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 네오그라프
네오그라프는 현재 도깨비 콘텐츠를 다양한 분야에 접목해 사업화하고 있다. 도서 출판분야(아동도서, 만화, 학습 참고서)는 물론이고, 게임(그래픽 디자인용 캐릭터 및 시나리오), 만화 및 만화영화(기획자 및 제작자용 캐릭터 및 시나리오), 모바일용 캐릭터, 방송과 영화의 시나리오, 도깨비 기획전과 테마파크 구성 등 활용 분야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사업화를 위해 개발한 콘텐츠는 풍부하다. 도깨비 형상 유형화를 위한 참조이미지 자료가 1043개에 이르고, 형상 20개, 성격 13개, 캐릭터 2D 877개, 3D 101개 등으로 구성됐다. 뿐만 아니라 시나리오 구성을 위한 이야기유형으로 성격 14개, 행위(서사적 모티프) 7개 및 도깨비설화의 일반규칙, 시나리오 제재 233개 등 그야말로 한국의 도깨비 콘텐츠를 집대성했다.

▲ 외다리도깨비. 도깨비는 일반적으로 씨름을 좋아하는데 외다리도깨비는 반드시 왼쪽으로 넘어뜨려야만 이길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승된다.
ⓒ 네오그라프
박 차장은 "도깨비 콘텐츠와 같은 문화산업의 특성상 장기간의 기획과 투자가 불가피하다"며 "정부기관을 중심으로 장기적인 기준과 목표를 세워 문화콘텐츠 사업을 추진했으면 좋겠다"고 정부 차원의 폭넓은 지원을 요청했다.

기자는 '한국의 도깨비' 콘텐츠를 접하기 전까지 도깨비를 '그까이꺼 뭐 대충~'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정작 도깨비를 떠올리면서 그것이 한국의 도깨비인지, 아니면 일본의 오니인지조차 몰랐다. 아니, 솔직히 고백하면 기자의 머리에도 일본의 '오니'가 도깨비를 대신하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앙증맞은 만화캐릭터로.

자, 다시 떠올려 보자. 도깨비는 '뿔' 달린 모습으로 대표되지 않는다. 하지만 도깨비는 빗자루로, 달걀로, 김서방으로, 외눈으로 성격에 따라 변화무쌍하다. 게다가 우리네 전통과 문화정서도 물씬 풍긴다. 우리 전통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더벅머리에 뿔이 있고 손에 방망이를 들고 누더기를 걸친' 이미지로 왜곡된 도깨비 형상을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혹부리영감>에서 한 영감(일본 오니)은 혹을 뗐는데, 다른 영감(우리 도깨비)은 오히려 혹을 하나 더 단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문제다.

한국의 도깨비가 전통과 문화산업을 도깨비 불마냥 정신없이 넘나들며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멋진 방망이질을 하길 기대해본다. 밤도깨비, 낮도깨비 가리지 않고 모두 나와서 말이다.

우리 도깨비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각시도깨비, 김서방도깨비, 외눈도깨비, 외다리도깨비 등 다양

▲ 각시도깨비. 섹시하고 요염한 눈빛을 가진 20대 초반 정도의 여자도깨비다.
ⓒ네오그라프
'한국의 도깨비' 콘텐츠를 개발한 네오그라프가 전하는 도깨비 유형을 몇 가지 들어보자. 옛 문헌에서 보여지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는 이야기 속에는 이들 외에 더욱 다양한 도깨비가 등장한다고 한다.

각시도깨비

섹시하고 요염한 눈빛을 가진 20대 초반 정도의 여자도깨비다. 주로 밤길에 나타나서 술 취한 남자를 유혹해 곤경에 빠뜨린다. 각시도깨비에 홀리면 며칠 동안 행방불명이 되었다가 다리 밑이나 개울가, 혹은 덤불 숲에서 헛소리를 하는 모습으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홀린 사람은 각시도깨비 집에서 함께 살림을 차려 놓고 살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도깨비의 홀리는 성격을 잘 보여주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김서방도깨비
친근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도깨비다. 친근함과 소박함 또한 한국 도깨비가 갖는 중요한 이미지 중 하나다. 신기하고 이상한 존재인 도깨비가 인간과 가까운 존재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이미지 덕분일 것이다. 김서방도깨비는 사람 좋은 푸근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원만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농촌에서 흔히 만나 뵐 수 있는 순박한 40대 농부아저씨를 캐릭터로 표현하였다.

낮도깨비
도깨비는 주로 밤에 나타난다. 도깨비 자체가 음(陰)의 속성을 지녔기 때문일 것이다. 낮에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곧 비가 내릴 것 같은 잔뜩 흐린 날씨나 아니면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는 와중이어야 한다. 그런데 특이하게 벌건 대낮에 나타나는 낮도깨비는 다른 도깨비와는 차별화된 이미지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또한 성격도 역시 부정적인 측면이 더 강조될 수밖에 없다.

외눈도깨비
도깨비 캐릭터로 많이 알려진 것이 외눈과 외다리이다. 외눈도깨비는 눈이 하나라는 특성 이외에 먹성이 좋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먹성 좋다는 점은 일반적인 도깨비의 성격이지만 특히 외눈도깨비에게서 더욱 강조된다. 이는 캐릭터로는 입과 배가 강조되는 형태로 드러나게 된다. 메밀묵이나 시루떡뿐만 아니라 밤새도록 볶은 콩을 얻어먹는다는 이야기도 전승되고 있다.

외다리도깨비
많이 알려진 도깨비 캐릭터 중 하나다. 도깨비는 일반적으로 씨름을 좋아하는데, 특히 외다리도깨비에게서 이러한 성격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다리가 하나이기 때문에 쉽게 넘길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리 쉽지 않고, 반드시 왼쪽으로 넘어뜨려야만 이길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승된다. 넘어뜨려 이긴 다음에 더 이상 자신을 따라오지 못하도록 나무에 묶어 놓았다가 아침에 나가서 확인해 보면 빗자루인 경우가 많다.

달걀도깨비
한국적인 귀신에 달걀귀신이 있듯이 달걀도깨비도 있다. 도깨비는 귀신과는 다른 존재이지만 이야기가 전승되는 과정에서 서로 이미지가 중첩되어 비슷하게 인식되었기 때문에 생겨난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달걀도깨비는 발랄하면서도 장난기가 많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특성상 데굴데굴 굴러다니면서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재잘대는 모습이 전형적인 달걀도깨비의 이미지이다. 그래서 캐릭터 상으로는 특히 입을 강조하여 표현하였다.

불도깨비
도깨비설화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은 도깨비불 혹은 불도깨비에 관한 이야기이다. 밤길을 지나가는데 파란색의 불꽃이 갑자기 나타나서 이리저리 움직이기도 하고, 하나에서 여럿으로, 여럿에서 다시 하나로 합쳐졌다 분리하는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대체로 사람의 뼈나 오래된 나무에서 나오는 인이 습기를 머금어서 빛나는 것을 본 것으로 이해된다.

(자료 제공 : 네오그라프)

덧붙이는 글 | 네오그라프 '한국의 도깨비' 콘텐츠자료 열람
http://www.culturecontent.com -> 문화원형관 -> 한국의 도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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