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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중구 순화동 중앙일보사 건물과 건물입구에 내걸린 삼성그룹 마크.
ⓒ 오마이뉴스 권우성
홍석현 중앙일보 전 사장이 97년 대선에서 당시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를 지원했다는 사실이 '삼성 X파일' 공개로 드러난 가운데 그해 말 사실상 회사에서 쫓겨난 기자들이 복직을 요구하고 나섰다.

중앙일보 전직 기자들은 25일 성명을 통해 "이번 'X파일' 진상을 보고 충격과 서글픔을 느끼며 한때나마 중앙일보에 몸담아 일한 게 부끄럽다"면서 "엄연한 사실을 가리려는 애매모호한 논조와 현직 간부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97년 대선 이후 홍석현 사장의 인사전횡으로 여러 기자들이 명예퇴직과 해임, 의원면직 등으로 본의 아니게 중앙일보를 떠났다"고 주장했다. 정치자금 전달역을 맡으며 이회창 후보에 '올인'한 홍 사장 전략이 실패하자 '내 월급 받고 DJ를 지원한 간부들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며 호남출신 간부를 해고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이번 X파일 사태를 "'언·정·경' 유착, 언론기업 사유화, 기자들의 사병화 실태를 보여준 사례"라며 "홍석현 사주는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고 중앙일보 경영에서 손떼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중앙일보에서 쫓겨난 기자들의 즉각 복직과 현직 간부 전면개혁도 촉구했다.

한편 이번 성명발표에 참여한 사람들은 방모 기자를 비롯한 중앙일보 전직 기자들로 알려졌다. 중앙일보는 97년 12월23일 부장급 인사를 단행하면서 대선 기간에 '친(親)이회창' 노선에 반대입장을 표명하며 당시 데스크와 마찰을 빚은 호남출신 간부들을 대거 비편집국으로 발령하거나 명예퇴직, 해임 등을 조처해 논란을 빚었다.

또 같은 해 월간 <윈> 기자로 '이회창 경선 전략' 문건 유출자로 지목돼 파면조처를 받았던 방송인 고도원씨, 역시 월간 <윈> 주간에서 광고국 수석부장으로 발령났다가 사표를 낸 박준영 전남도지사, 경제2부장에서 사장실 국제팀으로 발령났다가 사표를 낸 박병석 국회의원 등도 당시 인사파동과 관련 중앙일보를 떠났다.

다음은 <중앙일보> 전직기자 일동의 성명 전문이다.

홍석현 사주는 인사전횡으로 회사를 떠난 동료들을 복직시켜야 한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 홍석현 주미 대사(당시 중앙일보 사장)가 대선후보 지원 방안을 논의한 대화를 도청한 테이프, 이른바 X파일의 진상을 보고 우리 전직 중앙일보 기자 일동은 충격과 서글픔을 느끼며 과거 한때나마 중앙일보에 몸담아 일한 것을 부끄러워한다.

이같은 사태를 보면서 엄연한 사실 앞에 해를 가리려는 중앙일보의 애매모호한 논조와 현직간부들의 태도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동안 관언유착 아래 굴종과 기회주의적인 처신을 되풀이해온 중앙일보가 이번 기회를 자성과 언론개혁이라는 계기로 삼지 않고 또다시 “우선 급한 비난을 피하고 보자”는 임기응변의 구태를 되풀이하려는데 대해 실망을 금할 수 없다.

97년 대선 전의 상황 이후 홍석현 사주의 인사권 전횡으로 수많은 동료가 명예퇴직, 해임, 의원면직의 이름으로 본의 아니게 회사를 떠나야 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른바 X파일에서 보는 대로 정치자금의 전달역을 한 홍석현 사주는 97년 대선에서 김대중후보가 당선되자 이회창 후보에게 올인한 자신의 의도가 실패로 끝나자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12월 22일 이사회에서 “내 월급을 받고 DJ를 지원한 간부들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면서 호남출신 간부의 해고를 당시 편집국장에게 지시, 하루아침에 적지 않은 간부가 보따리를 싸거나 한직으로 전배되는 고통을 당했다.

이들은 IMF사태에 모든 탓을 돌리거나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하는 자학과 체념을 가슴속에 새긴 채 그후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한 사실을 우리 중앙일보 동료는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당시 이른바 TK마피아를 중심으로 호남세력 죽이기를 공공연히 외친 영남출신간부 들과 친홍석현 사주 노선으로 기운 노조간부가 합작해 회사분위기는 싸늘해져갔고 여기에 비판적인 사원들은 하나둘 회사를 떠나간 사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이번 X파일사태는 한국의 고질적 언(言)-정(政)-경(經) 유착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한 실례일 뿐 아니라 언론을 빙자한 권력 해바라기들이 ‘그들만의 리그’로 언론기업을 사유화한 언론횡포의 명명백백한 사례로 그늘 속에서 신음해온 기자들의 비참한 사병화 실태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데는 종래의 미봉적인 사과나 책임회피로는 안된다.

홍석현 사주는 즉각 주미 대사 등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야 하며 중앙일보의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한다. 그리고 그동안 본의 아니게 회사를 떠난 동료들은 개개의 사정을 살펴 즉각 복직시켜야 한다. 현재 중앙일보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간부들도 전면 개편해 언론개혁의 정도를 걷는 새로운 모습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2005.7.25. 중앙일보 전직기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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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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