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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나랏일을 돌본 사례는 고구려나 백제에서는 볼 수 없는 신라시대의 특별한 경우이다. 신라시대 여왕의 유품으로 추정되는 금관, 대, 이식, 경식 등을 모아 당시의 복식 착용 모습을 그려보았을 때, 여왕은 저고리와 치마를 입고 그 위에 겉옷으로 포를 걸치고 각종 화려한 장신구를 달았다.”

신라시대 여왕이 착용한 복식에 대한 설명이다. ‘복식(服飾)’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의식주’ 중에서도 첫 손가락에 꼽힌다. 복식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당시의 자연과 사회환경, 생활양식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직위와 신분을 드러내기도 한다.

▲ 신라시대 여왕 복식.
ⓒ 이화여대 패디연
”한국의 고유복식, 문화 경쟁력 확보와 한국문화의 세계적 위상 확립에 기여”

예전 우리 조상들의 복식은 어떠했을까? ‘이화여대 패션디자인연구소(소장 김혜연 교수)’가 그 궁금증을 풀어줬다. 고구려부터 조선까지 시대에 따른 복식을 디지털로 복원한 ‘한국의 고유복식’ 콘텐츠가 그것이다. 신라시대 여왕이 착용한 복식에 대한 설명을 조금 더 들어보자.

“금관은 산자식 입식을 3, 4단 세우고 뒤쪽에 사슴 뿔 모양의 장식을 비스듬히 세웠는데 각 입식에는 300개의 비취, 57개의 곡옥(곱은 옥)이 금실에 달려 있다. 곡옥과 달개가 가득 달려 있는 넓은 관 테에 3개의 나뭇가지 모양 장식과 2개의 사슴 뿔 장식을 접합한 금관이 있다.

그 관 테에는 상하 가장자리에 2줄의 점열무늬와 파상무늬가 장식되어 있는데 파상무늬 사이 사이에 원권무늬가 찍혀 있다. 포의 깃, 도련, 수구에는 화려한 문양이 그려져 있고 허리에 두른 화려한 과대에는 여러 줄의 요패가 길게 늘어져 있다. 이식은 귀에 거는 장신구로서 귀를 뚫어 꿰는 것과 귓바퀴에 거는 것이 있다.”


연구소측은 ‘한국의 고유복식’에 대해 “한국 문화에 충실한 복식분야 응용콘텐츠의 기획, 개발, 공급을 통해 문화 경쟁력 확보와 한국문화의 세계적 위상 확립에 기여한다는 데 개발 의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 측이 개발한 주요 복식콘텐츠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자.

▲ 수산리고분 벽화 고구려시대 귀족여자 복식.
ⓒ 이화여대 패디연
“고구려의 귀부인이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를 나와 오늘날 서커스라 불리는 곡예단의 교예를 구경하고 있다. 부인은 무덤주인(남편)으로 추정되는 이와 함께 남녀 시종들을 거느린 채 시종들이 들고 있는 커다란 검은 양산(곡산, 일산) 아래 미소를 지으며 서 있다.

부인은 큰 머리를 하고 풍만하면서도 둥근 얼굴에 붉은 곤지를 찍어 화장을 하였으며 옷깃, 도련, 소매 끝에 무늬를 수놓은 붉은 선을 단 검은 우임(오른쪽 여밈) 저고리를 입고 그 밑에 첨단의 감각이 돋보이는 색동치마를 착용하고 있다. 색동치마는 덕흥리 고분의 ‘견우직녀도’에서도 눈에 띄는 복식품목이다. 복식에 표현된 문양은 봉황, 거북, 잉어, 인동 당초문 등 다양하게 보인다.”


연구소 측은 색동치마를 입은 귀족여자 일러스트레이션은 “수산리고분 벽화에 다소 희미하게 보여지는 여인의 그림을 복식학자의 자문을 통해 되살려낸 것으로 고구려 귀족 여인의 삶 중 한 장면을 설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 측은 “흔히 삼국시대 복식을 표현함에 있어 같은 시대 각 나라의 기후와 문화를 무시한 채 거의 동일한 형태의 몰개성으로 몰아가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며 “이를 극복하고자 복식학자들의 기존 연구 및 자문을 토대로 각국의 고유한 복식 특징을 분별 표현하고자 하였으며, 차림새를 통해 보여지는 삶 자체를 풍성하게 묘사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 조선시대 별감 복식.
ⓒ 이화여대 패디연
“별감은 직책과 소속에 따라 대전별감, 궁중전별감, 세자궁과 세손궁별감이 따로 있었는데, 궁중의 크고 작은 행사에 동원되었고 임금의 행차 때는 어가를 시위하는 일을 맡았다. 별감은 사치스러운 복색으로 유명하여 서울시내 남자의복의 패션을 주도한 이들이며 혜원 신윤복의 풍속화 <주사거배> <야금모행> <유곽쟁웅> 등 유흥 장소를 배경으로 한 그림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별감의 화려한 복색은 18세기 중반에 지어진 <한양가> 중 ‘승전놀음’에도 비춰지고 있는데, 여기에 매우 섬세한 설명 글귀가 눈에 띈다.

‘… 손뼉 같은 수수갓끈 귀를 가려 숙여 쓰고/다홍생초 고운 홍의 숙초 창의 받쳐입고/보라누비 저고리에 외올뜨기 누비바지/양색단 누비배자 전배자 받쳐입고…’.”

연구소 측은 조선시대 별감 일러스트레이션 의미에 대해 “조선후기의 풍속화는 당대의 복식을 추정하는 데에 매우 귀한 자료가 된다”면서 “이와 더불어 문헌 내에 삽입된 풍속과 문화, 복식에 대한 귀한 내용을 찾아 오늘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과거의 인물들을 섬세하게 형상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가야시대 판갑을 입은 보병 복식.
ⓒ 이화여대 패디연
“가야에서 갑옷과 투구를 생산했음을 알려주는 문헌자료를 살펴보면 <삼국유사>의 <가락국기>에 ‘그들이 처음 왔을 때 몸에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쓰고 활에 화살을 당긴 한 용사가 사당 안에서 나오더니…’와 같이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쓴 가야 무사에 대한 설명을 찾을 수 있다.

가야 보병의 철제투구 옆면에 연결된 볼가리개는 철제이며, 뒷면에 연결된 수미부가리개는 가죽 재질로 이루어졌다. 갑옷의 앞면에 부착된 회전문양은 화살이나 창 등의 공격을 피할 수 있고, 또 공격해 오는 무기의 힘을 반감시키는 역할을 한다. 하반신을 보호하고 있는 미늘갑옷은 작은 미늘들을 가죽끈으로 꿰매어 만든 것으로서 움직임이 유연하다.”


연구소 측은 가야시대 판갑을 입은 보병 일러스트레이션에 대해 “가야의 유물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군복들은 남겨진 문헌자료의 내용과 더불어 오늘날 가야무사의 모습을 재현할 수 있도록 흥미롭고 유용한 자료가 된다”며 “유물의 재질, 형태, 용도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각종 문헌 내용의 결합으로 남겨진 것 이상의 내용을 추출해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조선시대 적의(12등아청)를 입은 왕비. 복식 명칭세부도.
ⓒ 이화여대 패디연
“복식은 한국인의 생활사상과 정서, 미적 감각을 가장 잘 반영하는 유형문화유산”

이화여대 패션디자인연구소 이세리 연구원은 “출토유물로서 유품이 남아 있는 경우는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원형 그대로를 충실히 묘사하는 데 주력했다”며 “이러한 의도는 그림을 통한 섬세한 묘사와 그림으로 표현되기에 어려운 그 이상의 내용을 글로 설명하고 묘사하는 방법 등을 활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전국에 흩어져 있는 복식원형 저작권 소유를 추적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며 “사진 제공 협조 및 사진의 웹 게재에 대한 허락을 받는 데에 큰 어려움이 있었다”고 저작권 확보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문화콘텐츠가 지식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도 전문적인 문화원형 자료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원은 끝으로 “디지털콘텐츠 전문기업인 누리미디어와 교육용 웹 콘텐츠 제품을 공동개발 중”이라면서 “한국의 고유복식 콘텐츠가 산업계에서 더욱 활발하게 활용되길 바라며, 고유복식에 대한 관심이 사회분위기로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오늘날 사람들은 외양을 돌보는데 많은 신경을 쓴다. 패션을 통한 욕망표출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다. 그뿐인가? 유명 패션디자이너는 멋진 옷 한 벌로 세계를 주름잡기도 하고 해마다 유행을 만드는 패션쇼와 컬렉션 등도 가지가지다. 몸을 보호하는 수단에서 시작된 복식은 이제 문화와 경제를 아우르는 산업의 한 분야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 역사와 전통 속에서 발굴한 복식콘텐츠가 주목 받는 이유다. 그런 측면에서 연구소 측이 밝힌 말은 곱씹어 볼 만하다.

“복식은 한국전통 문화유산의 핵심적인 틀을 구성하고 있는 유형문화유산 중 한국인의 생활사상과 정서, 미적 감각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다. 미적 형식과 가치의 정확한 이해를 토대로 구성된 ‘한국의 고유복식’은 독창적인 콘텐츠로써 문화상품 개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복식 1벌 완성 위해 9단계 거쳐
착장도식화, 평면도식화, 명칭세부도 등 고려해 완성도 높여

▲ 복식 완성을 위한 선그림.
ⓒ이화여대 패디연

연구소는 고구려부터 조선에 이르는 복식을 완성하기까지 무려 9단계를 거친다고 설명했다. 주요 단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착장도식화’는 그 착용 형태뿐만 아니라 직물에 나타나는 세부문양, 착용하고 있는 작은 장신구까지 벡터 이미지로 섬세하게 표현하여 다방면에 활용이 가능하다.

세부명칭을 표시한 ‘명칭세부도’, 착장 단계별로 내의를 보여주는 ‘착장도식화’, 품목별 ‘평면도식화’ 등도 함께 개발해 고유복식에 대한 진귀한 정보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한 정사각형 평면의 ‘색면구성도’는 착장시 보여지는 전체 배색 구조를 표현하며 주조색과 기타색의 면적비 및 인접한 색간의 관계를 보여준다. 이것은 그래픽프로그램 등의 도구를 이용하여 직접 색상을 추출, 다양한 분야에서 고유 배색의 사례를 응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 밖에 NCS 기호체계에 맞추어 색상의 위치를 표현한 ‘색좌표’는 함께 사용된 색상간 배색 구조를 파악할 수 있어, 원리를 이해하고 더욱 다양한 응용사례를 전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콘텐츠 기본단위가 되는 복식 1벌마다 수록된 해당복식구성, 착용자, 착용상황, 기타 관련 텍스트 정보는 이야기가 있는 해설문으로 참고할 수 있고, 개폐, 여밈 등 착용 특징과 시각, 촉각, 청각과 관련 되는 질감 특징을 담은 텍스트는 애니메이션 표현 기법과 연계하여 참고할 만 하다. / 최육상

덧붙이는 글 | 이화여대 패션디자인연구소의 ‘한국의 고유복식’ 자료 열람
http://costumekorea.cultureconten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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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순창군 사람들이 복작복작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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