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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우석 교수와 인간배아줄기 세포 연구에 반대하는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가 15일 오후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 주교관 3층 정 대주교의 집무실에서 40여분동안 비공개 면담을 갖고 의견을 나눴다. 면담을 마친 황우석 교수와 정진석 대주교가 주교관앞에서 헤어지기 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기사보강 : 15일 오후 5시 10분]

"황 교수에게 하느님 은총 내리길" - "꾸지람 예상, 오히려 큰 축복"
황우석 교수-정진석 대주교 면담, 큰 틀 변화 없지만 만남 자체 의미


"(면담하면서) 의견 차이는 전혀 없었다. 황 교수가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생명을 존중해왔다고 말했다. 나는 황 교수에게 하느님 은총이 내려지도록 기원할 것이다."(정진석 대주교)

"꾸지람을 받으러 왔는데 오히려 큰 축복의 가르침을 주셨다. 인간을 존중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조금이라도 숙고하도록 더 노력하겠다."(황우석 교수)


황우석 서울대 교수와 인간배아줄기 세포 연구에 반대하는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가 15일 오후 3시 면담을 가졌다.

서울대교구 주교관 3층 정 대주교의 집무실에서 40여분동안 만남을 가진 두 사람은 밝은 표정으로 기자들 앞에서 위와 같이 말했다.

황 교수는 "대주교님은 우리보다 더 깊고 뛰어난 과학자였다"며 "앞으로도 가능하면 찾아 뵙고 말씀을 나눌 것"이라고 밝혀 이번 면담의 성과를 짐작케 했다. 이에 정 대주교도 "국민에게 큰 희망을 주고 큰 공로를 한 황 교수가 귀중한 시간을 할애해 나를 만나러 오신 것이 매우 고맙다"고 화답했다.

▲ 15일 오후 서울 명동 천주교 서울대교구를 방문한 황우석 교수가 인간배아줄기 세포 연구에 반대하는 정진석 대주교가 주교관 입구에 나오자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가까이 더 가까이' 녹음기와 마이크를 든 기자들이 팔을 길게 뻗어 정진석 대주교와 황우석 교수의 말을 녹음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황 교수, 하느님 은총 내리길" - "꾸지람 예상, 오히려 큰 축복"

그러나 두 사람의 이날 만남을 통해 의견이 좁혀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가톨릭계는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황 교수측도 연구를 중단할 수는 없는 법.

황 교수는 이러한 천주교의 반대를 의식해 "난치 환자로부터 직접 얻은 피부세포를 체세포 핵이식이라는 기술로 유도한 서울대 연구팀의 줄기세포는 난자와 정자의 결합이라는 '수정'을 거치지 않았다"며 "또 착상의 가능성이 전혀 없어 생명으로 발전할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 대주교는 "황 교수의 줄기세포 역시 '인간배아'로 규정한다""며 "첨단 과학 연구는 종종 기존의 윤리 규정을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 분야는 과학자로서 양심과 사회적 책임을 지켜나가야 할 것임이 강조된다"고 답했다.

이날 만남에서는 또 가톨릭계에서 꾸준히 연구해오고 있는 성체줄기세포(어느 기관이 될지 모르는 배아줄기세포와 다르게 특정한 조직이 될 세포를 의미)의 가능성, 다양한 줄기세포 유도 방법과 그들이 지니는 임상의학적 장단점 및 윤리적 문제 등에 대한 폭넓은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

이날 대화 내용은 면담 뒤 허영엽 서울대교구 신부(홍보실장)와 안규리 서울의대 교수 등의 발표문을 통해 알려졌다.

▲ 허영엽 신부(오른쪽)와 안규리 교수가 황우석 교수와 정진석 대주교의 면담 내용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큰 틀에서 의견 좁혀진 것은 없어

이번 만남은 가톨릭계의 비판에 황 교수가 교계 지도자와의 만남을 원하면서 성사됐다.

이달 초 천주교 주교회의와 정 대주교는 연이어 인간배아줄기 세포 연구를 반대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에 황 교수가 "필요하다면 천주교 지도자들께 인사 드리고 가르침을 받고 싶다"고 만남을 제안한 것.

이러한 황 교수의 입장을 들은 정 대주교는 지난 12일 "가톨릭계 지도자를 만나겠다는 황 교수님의 의견에 기꺼이 화답해 직접 만나서 의견을 나누겠다"고 밝혀 만남이 이뤄졌다.

황 교수는 이날 약속시간에 맞춰 명동 서울대교구 앞마당에 들어섰다. 황 교수의 방문에 정 대주교는 주교관 앞까지 나와 악수를 나눴다.

황 교수는 "어른께 배움을 얻으려 왔다. 대주교님의 말씀을 겸허히 듣고 익히고 돌아갈 것"말했고 이에 정 대주교는 "두 사람이 만나서 좋은 얘기를 나눌 것이다. 국민 전체를 위해 불치병 환자치료에 유익한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밝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날 만남은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살인행위"라며 맹공을 퍼부운 정 대주교와 황 교수와의 화기애애한 만남 그 자체로 의미있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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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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