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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을 여행하다 보면 유구한 문화적 전통을 자랑하는 거대한 스케일의 역사유적지에 경탄하게 되지만 왠지 중국음식처럼 그 맛이 그 맛 같고 “느끼하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이럴 때 맛보는 한국음식이 그야말로 담백하고 감칠 맛 나듯이 베이징여행에서 다소 느끼한 역사유적지와는 달리 순수하고 상큼한 자연풍경구의 맛과 멋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롱칭샤(龍慶峽)다. 그래서인지 베이징여행을 마치고 롱칭샤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분들도 적지 않다.

▲ 4월 하순, 겨울잠에서 막 깨어나는 롱칭샤의 모습이다. 맑은 물 속에는 아직 녹지 않은 얼음이 있었다.
ⓒ 김대오
“작은 꿰이린(小桂林)”으로 불리는 롱칭샤는 베이징에서 서북쪽으로 약 85km 정도 떨어진 해발 750여 미터의 위두샨(玉都山) 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1316년 원나라 인종황제가 이곳을 찾았다가 자연경관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당시 진산시엔(縉山縣)을 롱칭저우(龍慶州)로 승격시키면서 오늘날까지 롱칭샤로 불리고 있다.

요나라 때에는 소(蕭)태후의 거주지가 이곳에 있었으며 명,청대에도 베이징의 명승유람지로 각광을 받아왔다고 한다. 버스편이 있긴 한데 보통 400위엔(5만원)정도에 차를 렌트하여 명13릉과 빠다링(八達嶺)장성을 묶어 하루 코스로 여행하기에 적합하다.롱칭샤 주차장에 도착하는 순간 수십명이 동시에 100m 달리기 하듯 경쟁적으로 몰려드는데 바로 말을 타라고 호객하는 마부들이다. 주차장에서 롱칭샤입구까지는 1km가 채 안 되는 거리인데 그곳까지 말을 타고 가라고 종용한다.

▲ 롱칭샤입구에서 말을 타고 있는 한국 어린이관광객.
ⓒ 김대오
말 한 필당 5~10위엔 정도에 흥정이 가능한데 말에서 내려서 또 한참 걸어가야 하므로 말 타기를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다면 굳이 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필사적으로 달려들던 마부들이 측은하여 값을 물어보면 처음에 2위엔이라고 하지만 막상 타고 나면 엄청 비싼 값을 부르기 때문에 미리 흥정을 확실히 해야 한다. 또 주차장에서 입구까지 운행되는 미니차가 있는데 1인당 2위엔이면 왕복예약이 가능하다.

롱칭샤의 입장료는 학생할인도 되지 않고 비교적 비싼데 입장료와 에스컬레이터 이용료, 유람선이용료, 백화동(百花洞)입장료를 포함하여 85위엔(1만원 정도)이다. 돈 있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고급유흥시설물로 여겨져서 부가가치세가 많이 붙은 모양이다.

▲ 댐에서는 폭포가 쏟아지고 용으로 된 긴 에스켈레이터가 관광객을 편안하게 산정부근으로 안내한다.
ⓒ 김대오
롱칭샤 협곡의 입구로 올라가면 72m 높이의 콘크리트 댐과 258m의 기다란 용 에스컬레이터가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댐에서는 폭포수가 떨어지고 용은 그 크게 벌린 아가리로 손님들을 집어 삼킨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 짧은 터널을 지나면 예사롭지 않은 산세와 맑고 검푸른 물빛깔이 시선을 사로잡는데 드디어 아름다운 협곡의 세계가 펼쳐지는 순간이다.

남방의 여성스런 수려함과 북방의 남성다운 웅대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으며 물은 거울처럼 맑고 우뚝 솟은 산봉우리는 갖가지 형상으로 펼쳐지며 한 폭의 산수화를 이루어 놓는다. 이 그림 같은 풍경 속을 배를 타고 노니는 것은 그야말로 자연이 주는 최고의 편안함을 만끽할 수 있게 해 준다.

100m 높이의 산은 물이 일어선 것처럼 곳곳에 그 흐름의 자국을 간직하고 있으며 200m가 넘는 물은 산을 껴안고 굽이쳐 흐르니 마치 신선이 되어 산봉우리 사이를 배 타고 오르내리는 것 같은 신비의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 산과 물이 이루어 놓는 한 폭의 산수화를 떠올리게 하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 김대오
산수화의 긴 화폭 위를 신선처럼 배를 타고 노니는데 대자연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솜씨로 진산여래(鎭山如來), 종산(鐘山), 봉관도(鳳冠島), 동대채(東大寨), 월량만(月亮灣) 등 30여개 곳의 아름다운 풍경구를 마음껏 펼쳐 놓는다.

계곡과 계곡 사이 고공 100미터 상공에서 외줄 자전거타기를 하는데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롱칭샤의 입구와 절벽 곳곳에 장쩌민(江澤民)이 쓴 “롱칭샤(龍慶峽)” 란 글씨가 새겨져 있는데 이곳이 비록 80년대 초 개발되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중국인의 경제수준이 높아진 90년 초 장저민 집권기에 본격적으로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소담하게 자리 잡고 있는 진강쓰(金剛寺)의 모습이다.
ⓒ 김대오
롱칭샤의 유람선은 40여 분의 항해를 마치고 진강쓰(金剛寺)란 소담한 절이 있는 곳에서 한번 정박한다. 이곳에는 번지점프를 하는 곳도 있는데 “용감자증서”를 발급해 준다고 한다. 다시 유람선을 타면 백화동(百花洞)입구에 내려주는데 동굴 안에는 춘하추동 사계절의 다양한 조화(造花)들이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어 롱칭샤를 빠져나오는 길을 즐겁게 해 준다.

협곡에 둘러싸인 롱칭샤는 시내보다 평균 6도 정도 기온이 낮기 때문에 한여름에도 시원하며 겨울이 빨리 찾아오고 결빙기가 길어서 겨울에는 호수의 얼음을 이용해 "빙등예술절(氷燈藝術節)”가 열린다.

▲ 보통 매년 1월 1일에 개막하는 롱칭샤 빙등제는 얼음이 얼어 유람선을 탈 수 없는 겨울 롱칭샹의 또 다른 볼거리가 되고 있다.
ⓒ 김대오
얼음 만리장성에서 타고 내려오는 얼음썰매에서부터 다양한 중국 전통건축물을 흉내 낸 얼음조각들은 “작은 하얼빈 빙등제”라 불리기에 충분할 정도로 색다른 재미와 멋을 느끼게 한다.

롱칭샤를 둘러싼 여러 겹 관광상품화의 포장지를 벗기는 것이 다소 번거롭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대자연의 웅장함과 절벽 끝에 서식하는 수많은 아름다움들은 정말 경탄을 자아내게 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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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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