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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1>

지난 월 초에 발생했던 강원도 양양의 대형 산불을 다시 떠올려 본다. 수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고 천년 고찰 낙산사까지 소실되고만 양양의 산불은 너무도 피해가 커서 생각할수록 안타깝고 기가 막힌다. 많은 헬기를 동원하여 악전고투 끝에 불을 끄긴 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한계를 거기에서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양양의 산불은 대체 어떤 연유로 발생한 것일까?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방화일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가운데, 밤에 산길을 지나던 차량에서 차창 밖으로 내버린 담배꽁초가 원인일 수 있다는 말도 들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밤에 산길을 지나던 차량에서 버려진 담배꽁초가 원인일 수도 있다는 쪽에 더욱 관심을 갖는다. 십중팔구는 그러리라고 단정한다. 차창 밖으로 버려진 담배꽁초가 양양 대형 산불의 원인일 수도 있다는 말에 우리 모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나는 운행을 하면서 앞서 가는 고급 승용차의 운전자가 차창 밖으로 버리는 담배꽁초를 보았다. 그 담배꽁초는 길바닥에 떨어졌고, 다른 차량들의 바퀴에 밟혔을 것이 분명하다.

운전을 하면서 앞서 가는 차량에서 밖으로 버려지는 담배꽁초를 종종 보곤 한다. 정말 그런 행위를 보는 일이 드물지 않다. 그것을 볼 때마다 화가 난다. 고급 승용차에서 버려지는 담배꽁초도 많이 보는데, 그럴 때는 더욱 화가 난다. 내 입에서 절로 욕설이 나온다.

한 번은 앞서 가는 고급 승용차에서 버려지는 담배꽁초를 보고 내가 욕설을 하니 아내가 제지를 했다.

"뭐 하러 그래요? 저 사람이 듣지도 못하는데…."
"그럼, 나 혼자 이럴 게 아니라, 저 자식을 앞지르기해서 차를 세우게 하고 한마디 해 줄까?"

"관둬요. 저렇게 차창 밖으로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이 당신 말을 점잖게 받아들이겠어요? 당신이 뭔데 그러느냐고 할 텐데요, 뭐. 잘못하면 큰 싸움이 날 수도 있으니 그냥 참아요."
"아유, 저런 인간들 때문에 세상 살기가 어려워지는 거야."

차 운전을 하면서 담배를 피우고 담배꽁초를 차창 밖으로 버리는 사람들, 그것이 습관이 된 사람들은 늘 우리의 길 위에 존재한다. 그런 사람의 담배꽁초가 강원도 양양의 대형 산불을 일으켰을 수도 있다.

당신은 어떤가? 차 운전을 하면서 담배를 피우고 담배꽁초를 차창 밖으로 버린 적은 없는가?

엊그제 동네 슈퍼마켓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들고 나오는 아이들을 보았다. 중학생 남자아이들이었다. 세 명의 아이들은 손으로 아이스크림 껍질을 벗겼다. 벗기는 것과 버리는 것이 동시에 이루어졌다. 거의 자동이었다.

아이들을 불러 세웠다. 그런 걸 함부로 길에다가 버리면 되느냐고 하고, 빨리 주워서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했다. 한 아이만 자기가 버린 아이스크림 껍질을 주웠고, 다른 아이들은 슬금슬금 그냥 가 버렸다.

나는 그 아이들을 보면서 차량 밖으로 버려지는 오물들을 떠올렸다. 도시에서는 어떤지 모르지만 시골길에서는 달리는 차량에서 창 밖으로 버려지는 오물들을 종종 보곤 한다. 그것을 볼 때마다 슬픔을 느끼곤 한다. 왜 세상에는 아무 데나 쓰레기를 버리는 쓰레기 같은 사람들이 많은지….


<2>

벌써 10여년 전의 일이다. 이웃 동네의 한 지인과 함께 그의 승용차로 서울을 간 적이 있다. 그는 그 동네의 시의원 선거에 출마한 사람이었다.

그는 운전을 하면서 담배를 피우곤 했다. 한 번은 빈 담뱃갑을 바짝 구기더니 차창 밖으로 버렸다. 새 담뱃갑을 꺼내더니 핸들을 잡은 손으로 담뱃갑을 뜯었다. 새 담뱃갑의 뜯겨진 종이들도 차창 밖으로 버렸다. 세상이 다 그의 쓰레기통인 셈이었다.

나는 한마디 해줘야 할 필요를 느꼈다.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엊그제 자동차 정비 공장엘 갔어요. 논바닥에 처박힌 걸 막 꺼내 왔다는 고급 승용차가 한 대 있더군요. 어쩌다가 논바닥에 처박히게 되었는지, 그 연유를 알아보았더니 글쎄…."

고급 승용차가 반듯한 길에서 벗어나서 논바닥에 처박히게 된 사고 원인은 담배꽁초에 있었다. 운전자는 운전을 하면서 담배를 피웠다. 그는 담배꽁초를 차 안의 쓰레기통에 버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평소의 버릇대로 차창 밖으로 꽁초를 버렸다.

차의 유리창을 열고 담배꽁초를 차 밖으로 버린 것이야 정확한 동작에 의한 일이었다. 평소의 습관에 의해 거의 자동적으로 이루어진 일이었다.

그런데 차가 다소 과속이었던 모양이다. 또 차 밖에는 바람도 있었던 모양이다. 그의 손가락에서 떠난 담배꽁초가 그만 창 밖의 바람에 떠밀려서 도로 차안으로 들어오곤 말았다. 그것도 하필이면 그의 가슴팍에 부딪치면서 옷 속으로 파고들고 말았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었다.

"세상에 담뱃불이 얼마나 뜨거운 겁니까. 담배꽁초가 옷 속으로 들어갔으니 그 운전자가 정신이 있었겠습니까? 앗, 뜨거! 하는 순간 그는 운전대를 놓쳤고, 차는 논바닥으로 처박힌 거지요."

내 이야기를 들은 그 지인은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그 운전자가 좀 미련했구먼. 담배꽁초를 옆으로 버려야지 왜 앞쪽으로 버려 갖구…. 그래도 그렇지 재수가 더럽게 없는 친구구먼."
"정비공장 친구가 내게 그 얘기를 해주고 나더니 아주 잘된 일이라고 하더군요. 담배꽁초를 차창 밖으로 함부로 버리는 놈들은 다 그렇게 당해야 한다고…. 벌 받은 거라고…."

"벌치고는 너무 심한 벌이구먼…."
"그러니까 누구든지 조심을 해야 한다구요. 또 누가 언제 그런 벌을 받을지 모르니까…."

나는 좀 미안해지는 것을 무릅쓰고 그런 말을 했다. 내 말이 너무 노골적이어서인지 그는 다소 무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담배꽁초를 차창 밖으로 버리는 버릇은 버리지 못했다. 그 후 그는 시의원 선거에서 낙선을 했다.

그리고 그때로부터 10여년이 지난 오늘 그는 담배를 끊었다고 한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다가 두어 달 전에 전화로 소식을 들었는데 담배를 끊었다고 해서 내가 축하를 해주었다. 10여년 전의, 차창 밖으로 담배꽁초를 버리던 그의 모습을 다시 떠올리며….

운전을 하면서 차창 밖으로 버리는 담배꽁초는 참으로 위험하다. 위에서 소개한 것처럼 담배꽁초가 차 안으로 날아 들어오거나 운전자의 옷 속으로 파고들어 사고가 날 수도 있다. 또 밖에 버려지는 순간 양양의 대형 산불과 같은 재난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

담배를 피우시는 분들, 특히 운전 중에 담배를 피우다가 습관적으로 차창 밖으로 담배꽁초를 버리는 사람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싶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차창 밖으로 버려진 담배꽁초에 의한 것일 수도 있는 양양 대형 산불의 엄청난 피해를 상기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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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 출생.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추상의 늪」이, <소설문학>지 신인상에 단편 「정려문」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옴. 지금까지 120여 편의 중.단편소설을 발표했고, 주요 작품집으로 장편 『신화 잠들다』,『인간의 늪』,『회색정글』, 『검은 미로의 하얀 날개』(전3권), 『죄와 사랑』, 『향수』가 있고, 2012년 목적시집 『불씨』를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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