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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법 개정이 해를 넘겨 또 다시 표류하고 있다. 교육에 관련된 법의 개정 문제는 국가의 장래가 걸려 있는 중요한 문제이다. 교육에 관한 문제는 정쟁의 대상이 되어서도 안 되고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의사 결정이 이루어져서도 안 된다.

현재 열린우리당에서 올린 사학법 개정안은 지난 국회회기 동안 정치적 협상과정을 거치면서 원래의 취지가 많이 퇴색되었지만, 수정안 대로 국회에서 통과가 되기만 한다면 사립학교 재단의 전횡은 지금보다 많이 수그러들 것으로 예상된다.

최초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학교장에게 교원임면권을 부여할지 여부가 핵심쟁점이었지만, 열린우리당은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재단의 교원 임면권을 현행 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하고 교사와 학부모, 학생회 등이 추천하는 '개방형 이사'를 사립학교 이사진의 3분의 1 이상 채우도록 했다.

투명한 교직원 인사를 보장하기 위한 이 제도가 도입되면 현재 7명인 사립학교 이사진은 11~13명 정도로 늘어나게 될 것으로 보이는 법안으로, 이사회의 친인척 구성 비율도 현행 3분의 1에서 더욱 축소하는 한편, 학교운영위원회의 권한도 더욱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립대학교 법안의 주요 쟁점은 개방형 이사제와 교수평의회를 의결기구화하는 것이다.

사립학교 재단이사장들이나 교장들이 사립학교법 개정을 반대하며 창학정신의 말살이니 사유재산권 침해니 뭐니 하는 주장들이 얼마나 허구이고 이기적인 동기에서 비롯된 것인가는 공부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누구든지 쉽게 간파할 수 있는 일이다.

사학재단이 사유재산임을 주장하려면 애초부터 학교를 설립하지 말고 영리사업을 했어야 했다. 창학정신의 구현은 왜 설립자 친인척만이 학교를 운영해야 가능하다고 억지를 부리는가? 교육기관은 수백년 아니 수천 년이 지나더라도 존속발전되어야 할 조직이다. 설립자의 휼륭한 뜻은 교육자들에 의해 면면히 이어질 것임을 왜 믿지 못하는가?

우리가 왕조시대에 살고 있지도 않고, 심지어 영리를 목적으로 세워진 기업도 세습에서 벗어나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는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 왜 학교만이 설립자 친인척에 의해서만 창학정신을 구현할 수 있다고 억지 주장을 펼치는지 모를 일이다.

사회조직은 일단 법인격화 되면 설립자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조직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환경변화에 적응하면서 경영의 비전과 철학이 변화하는 것이 당연한 역사의 법칙이며 조직의 생리이다. 조직은 스스로 생명력을 가지며 그 구성원들의 역량이 조직의 운명을 좌우하는 독립된 인격체이지 어느 한 개인이나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다.

법개정을 다루고 있는 국회위원들은 당리당략에 눈이 어두워 국가의 백년지대계인 교육법 개정을 더 이상 늦추지 말고 통과시켜야 할 것이고, 사립학교재단 관계자들은 설립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학교 조직의 자생력을 믿고 욕심을 버려야 할 것이다.

자신과 친인척들의 이권이 줄어들까 노심초사하지 말고, 조금만 눈을 돌려 자신들의 자녀와 후손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 살펴본다면 사립학교 개정의 문제는 자기 이권의 문제가 아니라 자식의 장래가 달린 문제라는 것을 쉽게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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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종교, 관습 등 우리의 역동적 거듭남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우리의 삶속에 뿌리깊게 퍼져 있습니다. 양심의 소리가 제대로 평가 받고 인정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식과 신념의 단계에 그치지 말고 표현되어 여러 사람들을 일깨우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단초를 제공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기자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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