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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몽고의 매력

흔히들 내몽고에 왜 가느냐고 묻는다. 유서 깊은 역사 유적지도, 중국의 독특한 풍경도 내몽고에서는 맛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중국 사람들과 부대끼며 그들의 삶을 맛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내몽고를 끊임없이 찾는 사람이 있다.

며칠 전에 내몽고 마니아를 만났다. 그에게 대뜸 물어보았다. 왜 내몽고에 가느냐고. 대답이 곧 바로 나왔다. 초원과 쏟아지는 별을 보러 간다는 것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사회에서 찌든 찌꺼기를 내몽고 초원을 달리며 말끔히 씻어내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상쾌하다고 한다. 그리고 밤에는 초원에서 쏟아지는 별을 보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위대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그의 내몽고 이야기에 빠져 그에게 부탁하였다. 올 여름에 내몽고에 같이 가자고. 그런데 그가 말한다. 바로 가자고. 겨울에 초원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물음에 아름다움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는 것이다.

▲ 광활한 초원이 눈으로 덮여있다
ⓒ 정호갑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림곽륵초원

내몽고에는 많은 초원이 있다. 그 가운데서도 석림곽륵초원이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이 초원은 중국 초등학생이 배우는 어문(語文) 교과서에도 소개되어 있다.

내몽고 석림곽륵(錫林郭勒) 대초원은 광활하고 아름답다. 푸른 하늘 아래에는 온통 푸른색 들풀로 가득 차 있고, 아주 먼 곳까지 푸른색 풀들로 덮여 있다. 산봉우리, 깊은 골짜기 안, 평원 위는 청색의 야생초들로 장식되어 있으며, 초원의 가장 깊은 곳은 10살 정도의 아이들이 그 안에서 숨바꼭질을 할 수 있다.

움푹 파인 웅덩이에는 깨끗한 호수가 있고, 수면에는 태양빛이 7가지 색의 빛깔들로 비쳐 보인다. 마치 신화 속의 보물 거울과도 같다. 풀숲에는 가지각색의 야생초들이 가득히 피어 있다. 선홍색의 산단단화(山丹丹花 : 야생화의 일종), 분홍색의 나팔꽃, 파란 보석 색깔의 방울꽃들로 한 줌의 맑은 향기가 퍼지고 있다. 초원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매우 기쁜 세계이다.

힘차고 씩씩한 수컷 매가 자유로이 하늘을 빙빙 돌고 있고, 종달새가 즐겁게 노래를 부른다. 소, 양 무리는 편안하고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어린 망아지들은 폴짝폴짝 기뻐서 말무리를 따라서 이곳에서 저곳까지 기쁘게 뛰어다닌다. 때때로 황색 양을 볼 수 있는데, 그것들은 매우 빠르며 한 폭의 바람과도 같다.

천리가 온통 푸른 초원 위에는 하나하나 원형으로 만들어진 몽고포가 흩어져 있다. 유목민은 높은 말 등에서 멋지게 채찍을 휘두르며 노래를 부른다.

"파란 하늘 위의 구름이 바람에 휘날리고, 구름 아래는 말이 달린다. 채찍을 휘두르며 사방에 소리를 친다. 종달새가 일제히 하늘을 비상한다…."

석림곽륵초원 겨울 풍경 스케치

이러한 그림을 그리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초원을 향했다. 하지만 북경을 지나 내몽고로 들어서자 2월이 지나가고 있음에도 초원은 눈으로 덮여 있었다. 초원이 아니라 설원이었다. 강한 바람으로 일어나는 눈보라 그리고 길이 얼어붙어 계속 이 길을 가야 하는지를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 초원 가는 길에 눈꽃이 활짝 피었다
ⓒ 정호갑
기대에 잔뜩 부풀어 나선 길이었지만 아름다움은 아무에게나 보여주지 않는 모양이다. 아쉬움이 남지만 어찌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미련을 버렸다. 조금 더 선하게 살면 다음에 더 멋진 세계를 보여 주겠지라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하지만 내몽고를 보여 주고 싶어 하는 그는 조심스럽게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간다. 조금 더 나아가니 강한 바람에 도로가 깨끗이 쓸려가 길이 열려져 있어 또 간다. 하지만 다시 가다보면 빙판길이 이어지고 그러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초원의 푸름은 볼 수 없었지만 눈 덮인 초원은 정말 광활하고 아름다웠다. 내몽고의 초원을 두 군데 가보았지만 이렇게 광활하고 아름답지는 않았다. 지평선이라는 것이 바로 이러한 것이구나. 아무런 생각없이 그저 달려보고만 싶었다.

곁에 서 있던 일행은 나의 이런 마음을 어떻게 읽었는지 세상을 살아가면서 서로 증오가 있더라도 이 초원을 손잡고 한 번 달려보면 그 증오는 씻어질 것이라고 한다. 광활한 자연 앞에서 사람은 겸허해질 수밖에 없었다.

▲ 설원에 말들이 모여 눈 속을 헤치며 풀을 뜯고 있다
ⓒ 정호갑
영하 30도를 밑도는 설원에는 말들이 무리를 지어 눈 속을 헤치며 풀을 뜯고 있다. 말 등에는 아직 잔설이 남아 있다.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조화로운 풍경이 그 어떤 그림보다 아름다웠다. 이것이 바로 자연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자연 그대로는 꾸밈이 없어 한눈에 사람을 끌어당기지는 않지만 자연의 품을 잊지 못하기에 사람들은 자연의 생명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초원을 끊임없이 찾는 것 아닐까?

▲ 쓸쓸함을 자아내는 초원의 저녁놀
ⓒ 정호갑
초원의 석양은 참으로 쓸쓸한 맛을 자아낸다. 황량한 초원에 어둠이 깔리면서 하루가 저물어갈 때 광야에 홀로 서서 그 외로움을 온몸으로 느낀다. 보잘 것 없는 나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고마움들이 그대로 전해 온다. 겸허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함을 새삼 깨닫는다.

▲ 초원 가는 길에서 마주한 평정산
ⓒ 정호갑
산 정상이 평지라서 붙여진 이름 평정산. 화산 활동에 의해서 생성된 해저 화산이 바닷물에 의해 정상이 깎인 뒤 융기되어 오늘날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 높이가 똑같은 산이 한 무더기로 모여 있는 풍경 또한 낯설어 여행의 맛을 자아낸다.

하지만 아쉬움도 많이 남았다. 쏟아지는 별을 보기 위해 밤을 기다렸지만 달이 너무 밝아 별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초원에서 바라보는 별은 굳이 고개를 하늘로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평원이기에 눈높이로 별을 바라볼 수 있기에 또 다른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다고 한다.

빙판길이 되다 보니 시간에 쫓겨 호수에 가보지 못했다. 그리고 초원을 말 타고 달려보지도 못했다. 여행이란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다. 7월에 가면 푸른 초원은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날을 기다린다.

덧붙이는 글 | 북경에서 석림곽륵 초원 가는길 : 북경 - 장가구 - 보창 - 상원도 - 석림곽륵 초원(북경에서 620여km 떨어져 있으며 자동차로 가면 6시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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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행복에서 물러나 시골 살이하면서 자연에서 느끼고 배우며 그리고 깨닫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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