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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과 미국 사람은 자주 하는 질문이 많이 다르다. 미국 사람들이 나이나 결혼 상황을 많이 물어보지 않지만 한국 사람들은 그런 것을 거의 기본적으로 물어보는 것 같다. 물론 그런 질문들이 실례나 사생활 침해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냥 문화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어디 가?"와 "밥 먹었어?"란 질문을 받을 때마다 많이 당황했다. 내가 살던 미국에서는 그 질문을 인사말로 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대답할지 몰랐다.

"잘 있냐?" 같은 질문이라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잘 있어"라고 간단하게 대답할 수 있다. 사실은 우울할 때도 그렇게 대답하고 아플 때도 그렇게 대답한다. 내가 아는 사람에게 어떻게 지냈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그렇게 대답하기도 한다. 그냥 인사말인 줄 알고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대답하지 않는다.

하지만 위의 질문이 미국인에게는 조금 더 복잡한 것 같다. 처음 들었을 때 "어디 가?"는 참 이상한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왠지 간섭하는 것 같아서 곤란한 질문이라고 여겼다. "잘 있어"처럼 쉽게 대답할 수도 없다. 하지만 들을수록 익숙해져서 간단하게 대답하기도 하고 무심히 남에게 어디 가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밥 먹었어?"도 처음에는 이상한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누가 나에게 밥 먹었냐고 물어봤을 때는 식사초대인지 그냥 물어보는 것인지 헷갈렸다. 그래서 밥을 먹었는데도 반드시 "아니오"라고 대답했다. 맛있는 것을 얻어 먹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대부분 "밥 제대로 먹어야지. 건강이 제일인데…"하고 대답해서 맥이 빠졌다. 이런 말을 들으면 서운했지만 식사초대가 아님을 점점 깨닫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밥 먹었어?"는 아주 기본적인 질문인 것 같은데 미국에서 사람들이 이 질문을 주고받지 않는 게 섭섭한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미국에서 "Have you eaten?"이라고 물어본다면 사람들은 데이트 신청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밥 먹었냐?"는 "잘 지냈냐?"만큼 중요한 질문인 것 같다. 내 미국 친구들이 이 질문을 안 해서 나는 그들이 진짜 친구인지 약간 의심스러울 때도 있다. 진짜 친구라면 내가 밥 먹었는지 굶었는지 무관심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디 가?"하고 "밥 먹었어?"를 구분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바로 우리 하숙집 아주머니다. 내가 "아주머니, 다녀올게요"하고 말하면 아주머니는 늘 이 두 가지 질문을 합쳐서 "어디 가, 밥 안 먹고?"하고 말하신다(내 귀에는 '어디가밥안먹고?'가 한 단어로 들린다).

만약 우리 아주머니가 그냥 "잘 갔다 와"라고 하신다면 아마 나는 깜짝 놀라면서 "아주머니, 어디 편찮으세요?"하고 여쭤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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