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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차 교육과정 개편을 앞둔 교육인적자원부가 앞으로 교과서 내용을 바꾸기 전에 정부 부처와 비정부기구 등 관계기관과 사전에 협의를 가지기로 방침을 결정했다.

▲ 작년 10월 4일 열린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권철현 한나라당 의원이 '친북·반미 교과서'로 지목한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금성출판사).
ⓒ 권우성
교육부가 주도하는 이 협의체에는 18개 정부기관과 9개 비정부기관 등 총 27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지만, 교육·시민단체들은 한 군데도 포함돼 있지 않아 편파성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예상된다.

교육부는 2일 "교육과정과 교과서 정책의 공공성과 책무성을 높이기 위해 '교육과정·교과서발전협의회(이하 교과서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교육부는 1일 22개 정부기관 및 단체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1차 회의에서 앞으로 교과서협의회의 운영방향을 설명했다.

교육부는 매년 상·하반기 2회 전체회의를, 또 사안이 있을 때마다 수시로 회의를 열어 각계각층의 다양한 요구를 교과서 내용에 적극 반영하고 교육과정 및 교과서 정책도 홍보할 방침이다.

그러나 교육부가 갑작스럽게 교과서협의회를 구성한 것을 놓고 최근 보수진영이 추진하는 교과서 개편운동이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교육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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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공회의소는 2003년 이후 "경제교과서에서 반(反)시장·반기업정서를 조장하는 내용들은 상당부분 고쳐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또 전경련 등 경제5단체들도 작년 12월24일 8차 교육과정 개편에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기로 결의한 것이 어느 정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보수성향 학자들이 주축을 이룬 '교과서포럼'이 국사 교과서의 근·현대사 기술을 문제삼은 것도 그냥 덮고 갈 수 없다는 얘기가 많아 아예 협의테이블을 만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교육부가 교과서 내용에 문제제기가 있으면 그때그때 대응해 왔는데, 교과서 내용을 둘러싼 이해집단들의 시각 차이가 워낙 크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부단체들이 교과서가 편향되어 있다고 시비를 거는 것은 교과서 제작과정에 대한 이해부족도 어느 정도 원인이 됐다고 볼 수 있다"며 "아예 교과서협의회 차원에서 이해당사자들이 수시로 만나면 교과서 내용을 둘러싼 시비도 줄어들지 않겠냐"고 기대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교과서협의회를 구성하는 초기단계에서부터 특정 이해단체들의 입김으로 인해 교과서정책이 표류할 것이라는 걱정도 없지 않다.

교육부산하 교과서협의회 참여기관(2일 현재)

▲ 정부기관(18개) : 건설교통부, 과학기술부, 국방부, 노동부, 농림부, 문화관광부, 법무부, 보건복지부, 재정경제부, 해양수산부, 환경부, 국회사무처, 중소기업청, 국가인권위원회, 국립국어원, 부패방지위원회, 통일교육원, 헌법재판소.

▲ 비정부기관(9개) : 금융감독원, 대한상공회의소, 대한법률구조공단, 전국경제인연합회, 정보통신윤리위원회, 한국소비자보호원, 한국특수교육총연합회, 한국노동교육원, 한국은행
2일 현재 교과서협의회에 참여한 비정부기관의 면면을 보면 대한상의와 전경련이 포함됐지만, 양대 노총이나 교육단체들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다.

특히 교육현장에서 교과서를 직접 활용해야할 교사들의 단체인 한국교총과 전교조가 배제된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양 단체들은 하나같이 경제단체들의 참여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재철 교총 홍보부장은 "경제단체 주축으로 협의체를 구성한 것은 교육적 측면으로 볼 때 편향성이 우려된다"며 "경제계 출신인 교육부총리의 취임을 계기로 교육을 경제적 시각으로 바꾸려는 시도의 일환이 아닌가 하는 염려가 든다"고 말했다.

이장원 전교조 정책실장도 "사회의 보편성을 담아야 할 교과서의 내용을 다루는 협의체에 전경련 등 이익단체가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협의체는 교육전문단체와 학계가 중심이 되고 경제단체는 자문단체로 한계를 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과서 개편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협의회 차원에서 교과서에 대한 상호이견을 조정하고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교육부의 바람과 달리 교과서협의회가 보-혁간 이념대결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과서협의회에 참여하는 단체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경제단체들뿐만 아니라 노동계나 교육단체들중에 참여의사를 밝히는 곳이 있으면 협의회에 참여시킬 의향이 있다"며 "어제(1일) 회의에서는 교과서협의회에 아예 경제분과를 따로 설치해달라는 요구도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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