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세상에 대해 품었던 애정, 그리고 상처는 무엇으로 남는가
- 유영갑 장편소설 <달의 꽃>


ⓒ 화남
베트남 여성과 한국 남성의 만남과 헤어짐을 통해 국경과 이데올로기를 뛰어넘는 사랑을 보여준 <푸른 옷소매>, 독립군의 후손과 친일경찰 자식의 갈등구조를 서술함으로써 '결코 잊어서는 안되는 역사의 준엄함'을 설파한 <그 숲으로 간 사람들>을 쓴 유영갑이 실로 오랜만에 신작 장편을 내고 독자들과 만났다.

개발과 발전만을 금과옥조로 내세운 군부독재정권의 그릇된 정책으로 인해 서울에서 떠밀려 저 멀리 강화도까지 밀려간 '어머니'와 자신의 가슴 안에 메시아로 자리 잡은 대학로 카페의 여인 '혜화'를 오가며 전개되는 이야기인 <달의 꽃>(화남)은 강팍한 80년대에 청춘을 보낸 작가 자신의 이야기인 동시에, 인간의 애정은 어떤 모습의 생채기로 남는가를 그려낸 노작(勞作)이다.

유영갑은 이미 고영직 등의 문학평론가에 의해 "개인사를 통해 민족사의 상처와 아픔을 보여주는 작가"로 평가된 바 있다. 이번 작품 역시 그런 평가의 맥락 안에 있다. 강화도에 사는 어머니와 대학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혜화의 아픔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인 동시에 사회적인 것. 그러기에 그것의 극복방안 역시 사회적 고민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인식이 바로 그것.

고독과 슬픔에 휩싸여 생을 낭비하기 쉬운 개인에 불과한 우리. 대체 무엇이 그런 약한 존재인 우리를 더불어 사는 삶의 아름다움으로 인도할 수 있을까? 유영갑이 <달의 꽃>을 통해 던지는 질문은 독자를 아프게 한다. 그 아픔의 진원지는 어디일까.

유영갑은 현재 한적한 시골 강화도에서 혼자 조석을 끓여먹고 있다. 마흔을 훌쩍 넘긴 총각. 그가 사는 곳을 의식한 듯 선배소설가 김성동은 "강화가 어떤 곳인가. 병자호란과 삼별초의 항쟁, 강화학파의 의병전쟁이 있었고,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때 죽은 수많은 민초들의 울음이 서린 곳이다. 거기 사는 작가가 '강화 이야기'를 써야하는 것은 권한이 아닌 책임이다"라는 말로 향후 유영갑이 걸어야할 길을 제시해주었다.

희망 없는 세상에서 희망을 노래하다
- 유영숙 수필집 <세상의 모든 희망들>


ⓒ 연우출판사
2005년 겨울. 추운 날씨에 노숙자가 얼어죽고 가난한 아이들이 건빵을 반찬으로 허기를 해결해도 세상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냉혹과 몰염치로 가득 찬 세상. 이런 세상에서 희망을 노래한다는 것은 분명 슬픈 일이다.

그러나, 세상이 인간을 향해 차가운 가슴만을 내보인다고, 인간이 세상에 대해 어떤 애정도 보여주지 않는다고 희망을 포기할 것인가.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수필가 유영숙의 책 <세상의 모든 희망들>(연우출판사)을 읽으면 심장 근처로부터 따뜻해져오는 피를 느낄 수 있다.

유영숙은 한 떨기 '자운영꽃'과 목련을 닮은 사람의 '미소' 거리에 핀 노란 '민들레'는 물론, 나병환자들이 모여 사는 '소록도'에서도 희망의 숨결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러기에 이런 말을 독자들에게 들려줄 수 있으리라. "봄이면 어김없이 새들이 찾아와 산란을 한다. 그런 산란의 고통이 숲을 살찌우지 않던가".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 시인 양성우는 이 땅을 "겨울공화국"이라 노래했다. 시인의 진술이 아직도 유효한 오늘. 유영숙은 작지만 의미 있는 몸짓으로 겨울을 벗어나는 방법을 우리들에게 들려준다. 책에서 전해져오는 온기는 옳지 못한 시대를 거부하는 봄볕 같은 그녀의 마음씀씀이 탓이이라.

서울대 박동규 명예교수는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몇 번이고 멍하니 창 밖을 내다보곤 했다"고 술회했다. 아마도 따뜻한 사람들이 살았던 따뜻한 시절에 대한 그리움 탓에 '저 먼 곳'을 본 것이리라.

한줄 이상의 의미로 읽는 신간들

ⓒ이가서
연세대미디어아트연구소의 <쌈마이 블루스>(이가서)
"예전에 말이다. 최영의란 분이 계셨다. 황소와도 맞짱을 뜨던 분이셨지…."
"나는 아우들과는 겸상하지 않습니다."
"라면을 먹고 뛰어서 금메달을 딴 현정화 있잖아…."

위의 대사와 함께 영화배우 송강호를 아직도 기억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송능한 감독의 <넘버 3>. 이 영화가 단순히 '조폭 코미디'로 불리는 걸 거부하는 사람들이 뭉쳐 각각의 시각으로 영화를 해부했다.

영화평론가 유운성의 '농담과 독설로 카오스를 가로지르기', 한국해양대 교수 박성수의 '가족의 알레고리', 동국대에서 영화이론을 강의하는 정재형의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등의 글이 묶였다.

송능한 감독 인터뷰와 풍부하게 삽입된 사진이 영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재미를 더한다.

안도현의 어른을 위한 동화 <나비>(리즈앤북)
열 한 살 소년의 눈을 통해 들여다본 세상. 시인의 감수성이 녹아 있는 문장이 세태에 찌든 독자들의 굳어버린 감수성에 물기를 제공한다.

살만 루시디의 <하룬과 이야기 바다>(달리)
<악마의 시>를 출간함으로써 현상금 '백만 달러의 사나이'가 됐던 비운의 작가 살만 루시디. 목숨을 위협하는데도 꺾이지 않았던 그의 상상력이 축조한 소설.

J. D. 샐린저의 <아홉 가지 이야기>(문학동네)
팝가수 존 레논을 살해한 범인은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지 않은 당신들은 나를 심판할 자격이 없다"라며 판사들을 향해 오만하게 고개를 쳐들었다. 바로 그 책의 저자 샐린저가 쓴 중·단편 모음집.

버지니아 라운딩의 <파리의 여인들>(동아일보사)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남자다, 그러나 그 남자들을 지배하는 것은 여자다"라는 고래로부터의 단언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는 책. 야심만만한 정치가는 물론, 인간의 정신사를 지배한 예술가까지 매혹한 19세기 유럽의 고급 매춘부들.

마디 그로스의 <위대한 모순어록>(고즈윈)
때론 한마디 말이 세상을 바꾼다. 기이하게도 대중이란 모순(矛盾)에 가득 찬 말에 더욱 쉽게 매혹된다. 진실과 사실보다 위대했던(?) 역설과 반어의 역사를 들여다본다.

쌈마이 블루스

연세대미디어아트연구소 엮음, 이가서(2004)


세상의 모든 희망들 - 가슴으로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유영숙 지음, 연우출판사(2005)


달의 꽃

유영갑 지음, 화남출판사(2005)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