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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천(김환)은 홍길동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이다. 아비를 아비라 할 수 없고 형을 형이라 할 수 없는 홍길동의 처지, 이후 그의 행적은 여러모로 구천과 유사하다.

어미를 어미라 부르고 싶은 욕망, 범인에게는 그토록 쉬운 일이 구천에게는 좀처럼 이루어지기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그는 동학군 장수인 김개주와 양반 마님 윤씨 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김개주의 아들이지만 윤씨부인의 아들은 아니다.

구천은 부친을 위한 보복으로 윤씨부인을 괴롭히기 위해 최참판가의 머슴살이를 시작한다. 어머니에 대한 보복은 형수와의 사랑으로 발전하게 되고 그 사랑을 통해 어머니를 이해하게 된다. 이후 별당아씨가 죽자 방황하다가 동학운동에 참여하며 정열을 불사른다.

그는 관옥같은 외모와 그에 어울리는 고귀한 인품을 지닌 인물로 그려진다. 알맞은 몸집에 슬기로움을 지니고 있는 지략가다.

영상으로 멋지게 그려질 수 있는 인물형이지만 배우들이 쉽게 그려낼 수만은 없는 구천 역은 어떤 배우들이 연기했을까.

79년에 방영됐던 KBS <토지>에서는 정동환이 구천 역을 맡았다. 정동환이 연기한 구천은 자료를 구하지 못해 윤씨부인과의 만남, 즉 초반부밖에 확인할 수가 없었다. 30대 초반의 정동환의 덜 익은 눈빛(이는 통통한 얼굴로 인해 앳돼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이 인상 깊다.

KBS에서 1987년에 제작, 방영했던 <토지>에서는 김영철이 구천의 삶을 살았다. 낮은 목소리와 매서운 눈매는 그를 새로운 구천으로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태조 왕건>에서의 궁예의 카리스마, 그 원조격에 해당하는 연기를 볼 수 있다.

SBS에서 방영되는 <토지>에서 구천 역은 김유석이 맡았다. 역대 구천 중 가장 나이가 많다(정동환 30세, 김영철 34세, 김유석 37세). 작품 초반부기는 하지만 강약을 잘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토지>에서 구천은 앞의 두 작품과는 달리 화적떼들로부터 별당아씨와 서희를 구해내는 장면부터 시작해 별당아씨와의 사랑이 맺어지는 계기가 새롭게 다뤄진다.

구천은 20대에서부터 50대까지의 정열적이면서 급진적인 삶을 살았던 인물인 만큼 상당한 내공이 필요한 역할이다. 어머니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 여인에 대한 사랑, 동학 운동에 대한 정열과 좌절. 이 모든 복합적인 감정을 끌어내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강함과 부드러운 양면성을 가진 이가 구천이기에 감정의 강약조절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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