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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교 시장 안의 옷 가게들
ⓒ 정호갑
흔히들 중국을 ‘가짜의 천국’이라고 한다. 또 중국에서 물건을 살 때는 잘 속는다고 한다.

실제 중국 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하려면 ‘머리를 많이 굴려야’ 한다. 흥정에 따라서 가격대가 들쭉날쭉하기 때문이다. 조금만 어수룩하게 굴어도 바가지를 쓰게 되는데, 사실 가격을 흥정하면서 그들과 밀고 당기는 재미가 만만치 않다. 중국 시장 구경은 중국의 역사유적지 관람만큼이나 흥미로움을 안겨주는 곳이기도 하다.

북경에서 온갖 물건들을 구경하고 살 수 있는 시장으로는 여러 곳이 있지만 대표적인 곳이 홍교(紅橋) 시장이다. 홍교 시장은 한국의 남대문 시장과 비슷한 곳으로 5층 건물로 되어 있다. 1층은 전자 제품과 잡화, 2층은 의류와 가방, 3층은 진주와 수공예품, 4, 5층은 귀금속 전문 가게가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인들이 중국에서 관심 있어 하는 물건은 전형적인 중국의 것과 한국보다 중국에서 더 싼 물건들이다. 홍교시장은 특히 짝퉁시계, 옥목걸이와 옥도장, 중국 인형 및 수공예품으로 유명하다. 홍교시장을 통해 중국의 ‘흥정문화’를 살펴봤다.

'로렉스'는 800위안, '구치'는 20위안?

1층의 전자 제품과 2층의 옷과 가방들은 거의 짝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세계의 유명 상표는 홍교시장에 다 모여 있다. 그들은 스스럼없이 상표를 들이대며 가격을 흥정한다. 하지만 모두 가짜다. 특히 가죽 제품의 경우에는 라이터에 불을 붙여가면서 진짜라고 우기기도 하지만 감정을 해 보면 어김없이 가짜다.

▲ 30위안 주고 산 로렉스 시계와 25위안 주고 산 구치 시계.
ⓒ 정호갑
시계점포 앞. 로렉스, 오메가, 스와치, 라도, 구치 등 화려한 세계 유명 상표가 눈에 들어온다. 한 외국인이 ‘로렉스’ 시계를 놓고 흥정을 시작했다. 800위안(1월12일 현재 1위안=125원)에서 시작된 흥정은 200위안으로 끝났다. 그 외국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래도 바가지 쓴 거다. 나는 30위안에 샀으니까.

조금 더 지켜보고 있으니 중국인이 와서 ‘구치‘라는 상표가 박힌 시계 2개를 80위안 주고 산다. 시계의 겉모습이 깔끔하고 예쁘다. 나는 슬며시 자리를 떠났다가 시간이 조금 흐른 후에 다시 가서 중국인이 샀던 시계 2개를 들고 ‘치싀우(75위안)’에 달라고 했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가게 주인이 “뿌커이(不可)”라고 하면서 대뜸 ‘우싀(50위안)’를 달라는 것이었다. ‘치’발음은 제대로 듣지 못하고 뒤의 발음을 ‘쓰싀우(45위안)’라고 들었던 모양이다.

얼른 50위안을 주고 두 개를 샀다. 중국말을 제대로 못해 덕을 본 셈이다. 집에 와서 아이들에게 시계를 보여 주며 위 얘기를 해 주었다. 그랬더니 아이들은 다음날 가서 똑같은 시계 하나를 20위안 주고 사 왔다. 나 참.

진짜 가격은 아무도(?) 모른다

▲ 대나무로 만든 필통, 100위안 정도면 살 수 있다
ⓒ 정호갑
중국 체스 가게는 어떨까. 중국 체스는 디자인 면에서 상당부분 중국화되어 있다. 그런데 깎고 깎아도 200위안 밑으로 내려오지 않는다. 포기하고 다른 곳에 갔다. 역시 마찬가지이다. 몇 곳을 더 둘러 봐도 똑같다. 결국 사는 것을 포기했다.

며칠 뒤 다시 가격 흥정을 했는데 역시 200위안에서 더 이상 내려가지 않았다. 아, 발품만 잔뜩 팔고 끝인가? 허무감이 밀려오던 차에 마침 180위안까지 해 준다고 하는 가게가 있기에 그냥 샀다. 나 스스로는 최저가에 샀다고 위안 삼았다.

그런데 내가 산 것을 보고 동료가 마음에 들어 하더니 며칠 뒤에 170위안에 사왔다. 그 다음 번에 간 사람은 160위안에 샀다. 또 다른 사람은 크기도 크고 품질도 더 좋아 보이는 것을 180위안에 사왔다. 도대체 원래 가격이 얼마인 걸까.

물건을 싸게 사려면 웃으며 ‘조금 더 싸게’라고 말해야

중국 상품의 가격은 아무도(?) 모른다. 특히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상품들은 가격을 짐작할 수조차 없다. 하지만 요령은 있다. 그들과 밀고 당길 때 그들에게서 일어나는 미묘한 감정 변화를 읽어내는 것이다. 내 동료 중 한명은 물건을 사고 나올 때 그들이 친절하게 인사를 하지 않으면 물건을 싸게 산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한다.

가격을 흥정할 때 그들은 일단 가격을 높게 부른다. 손님이 물건에 대한 관심을 보이면 그 다음부터 가격이 조금씩 내려온다. 그래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가격을 말해 보라고 한다.

정확한 가격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먼저 가격을 말해서는 안 된다. 그냥 ‘비싸다’ ‘조금 더 싸게 해 달라’는 말만 하면 된다. 그러면 가격은 자꾸 밑으로 내려온다. 어느 정도 내려왔다 싶으면 다시 한 번 더 팍 깎는다. 안 된다고 하면 등을 돌린다. 그러면 열에 아홉은 다시 오라고 한다.

가격을 흥정할 때 꼭 사야 될 물건이라면 웃으면서 흥정해야 한다. 중국인들은 자존심이 무척 강하기 때문에 얼굴을 붉히게 되면 물건을 살 수가 없다.

얼마 전, 내 동료 중 한명이 중국 장기를 160위안에 흥정하다가 얼굴을 붉히며 돌아선 일이 있다. 그는 며칠 뒤 다른 사람과 함께 다시 그 곳에 가 160위안에 흥정했다. 가게 주인은 선뜻 줄 듯하더니만 옆에 있던 그 동료의 얼굴을 보고는 절대로 안 된다며 180위안을 고집했다고 한다.

▲ <홍루몽>에 나오는 인물들로 구성된 책갈피들, 중국 대륙만큼이나 크다
ⓒ 정호갑
이런 일도 있었다. 얼마 전 나는 <홍루몽>에 나오는 인물들로 구성된 책갈피를 산 적이 있다. 장당 15위안 달라는 것을 흥정해서 5위안씩에 샀는데 동료가 장소와 가격을 알려달라기에 알려줬었다. 그런데 동료는 내가 말한 가격을 4위안으로 알고 “왜 다른 사람에게는 4위안에 주고 나에게는 5위안에 팔려느냐”며 ‘웃으며’ 사정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4위안에 주더라는 것이다.

진주, 화려함에 눈이 먼 순간 바가지 쓴다

▲ 한국 사람이 직접 경영하는 귀금속 전문점, 홍교 시장 4층에 있다.
ⓒ 정호갑
중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진주와 옥 판매장이다. 홍교시장도 3층부터 5층까지가 보석가게다. 중국의 진주는 품질도 괜찮고 가격도 싸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도 제대로 샀을 때 할 수 있는 말이다. 화려함에 눈이 머는 순간 바가지를 써야만 한다. 3층은 주로 작은 가게들이 많아 값싼 제품을 팔지만 4층으로 올라서면 3층보다 화려한 귀금속 전문 가게가 많다.

수공예품은 실용적이고 예쁜데도 가격대는 저렴한 편이다. 실용성과 예술성이 강조된 필통은 인기품목 중 하나다. 대나무로 만든 것은 100~150위안이면 살 수 있다. 통나무로 만든 것은 질과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300위안 정도면 꽤 큰 놈을 건질 수 있다.

▲ 큰 돌에 이름과 문구를 새기고 있다. 가격은 200위안이 들었다.
ⓒ 정호갑
차는 마련도(馬連島)라는 차 전문 시장에서 사는 것이 좋은데, 도장은 이 곳에서도 속지 않고 쉽게 살 수 있다. 인감도장으로 쓸 수 있는 옥도장은 30위안에 이름까지 새길 수가 있다.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돌들도 많은데 이것 또한 그다지 비싸지 않다. 조각도 꽤 정교하다. 중국에 온 기념으로 아주 큰 사각형 돌에 이름과 문구를 새겨 넣어도 200위안이면 된다.

▲ 홍교 시장 안에 있는 화려한 구슬가방들
ⓒ 정호갑
구슬가방도 인기품목이다. 한국에서는 보통 5만원 정도하는 것을 여기에는 90위안이면 살 수 있다. 품질이 괜찮은 비취옥으로 만든 목걸이는 150위안 정도.

▲ 중국 인형 사진. 한국에서는 160,000원 중국에서는13,000원이다.
ⓒ 정호갑
하지만 이러한 제품들도 한국으로 건너가면 너무 비싸다. 한국에 갔다가 우연히 들른 할인매장에서 중국인형을 보았다. 가격을 보니 160,000원이라고 적혀있다. 저렇게 비싼가 하면서 중국에 가면 정확한 가격을 알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홍교 시장에서 같은 제품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제품마다 색상과 다듬질이 차이가 있긴 했다. 그중 가장 괜찮은 제품을 골라 90위안에 샀다. 160,000원과 13,000원(중국 돈으로 90위안)의 거리가 너무 멀게 느껴진다.

중국에 와서 살 것이라고는 돌과 풀뿐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들과 가격 흥정을 하면서 중국을 느껴보는 것 또한 중국을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키워드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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