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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시내는 드넓은 평야지역이어서 산이 없다. 경사도가 5도를 넘지 않는 평지는 일찍부터 자전거문화를 발달시킬 수 있는 좋은 조건이 되어 왔다. 그래서 베이징 외곽의 만리장성이 있는 곳까지 나가야지만 산을 좀 볼 수 있다.

그나마 베이징근교에 있는 가까운 산이 바로 빠다추(八大處)가 있는 스징산(石景山)일대의 시산(西山)과 단풍이 유명한 시앙산(香山)정도이다. 그런데 이 두 곳이 인접하여 있으며 그리 높지 않으면서도 산길이 잘 나 있어서 등산로가 제격이다. 게다가 두 곳 모두 풍부한 전통문화 유적지와 아름다운 고목이 즐비하여 산을 오르내리며 즐거움을 더해 준다.

▲ 빠다추의 입구
ⓒ 김대오
핑궈위엔(苹果園)전철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시산빠다추(西山八大處)공원으로 향했다. 베이징시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빠다추하이테크 기술파크가 곳곳에 눈에 띈다. 입장료 10위엔을 내고 시산 빠다추공원에 들어서자 오른쪽으로 작은 시내가 있고 왼편으로 군데군데 사찰들이 눈에 들어온다. 원래 이곳 산기슭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수질이 좋아서 베이징시민의 식수로 쓰였다고 하나 겨울철이라 수량이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 바오주동에서 내려다 본 설경이 아름답다. 가운데 보이는 탑은 롱광쓰의 사리탑이다.
ⓒ 김대오
시산빠다추공원에는 루스산(盧師山), 취미산(翠微山), 핑포산(平坡山) 3개의 야트막한 산이 자리 잡고 있는데 그 중간 중간에 모두 8개의 사찰이 있어서 빠다추(八大處)라고 부른다. 수당시대에서부터 명·청 시대에 걸쳐 세워진 사찰들이 설경 속에 아담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어서 아름답게 보인다.

▲ 다뻬이쓰(大悲寺)의 모습
ⓒ 김대오
백송(白松)과 붉은 벽 그리고 회색기와가 어우러진 창안쓰(長安寺-1處), 부처의 사리가 보관된 51m 높이의 팔각십층탑이 있는 롱광쓰(靈光寺-2處), 기암괴석이 멋진 싼산옌(三山庵-3處), 생동감이 넘치는 불상이 있는 다뻬이쓰(大悲寺-4處), 사시 사철 맑은 물이 샘 솟는 롱취엔옌(龍泉庵-5處), 빠다추의 주사찰로 당나라 때 건축된 시앙지에쓰(香界寺-6處), 동굴 속 석불이 오묘하며 높은 곳에 위치하여 주위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바오주동(寶珠洞-7處), 수나라 때 건축되어 빠다추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인 정궈쓰(證果寺-8處)가 산행 길을 풍요롭게 하며 주위의 경관을 더욱 아름답게 엮어내고 있다.

▲ 빠다추에서 시앙산으로 연결되어 있는 도로, 왼편으로 작은 소로가 보인다.
ⓒ 김대오
바오주동을 나와 동북쪽 방향으로 길을 잡아 나서면 소방도로쯤 되는 길이 잘 나 있다. 산마루에 있는 이곳까지 눈을 쓰는 청소부들이 배치되었는지 제설작업을 하고 있다. 산길이지만 차가 다닐 수 있게 잘 닦아진 길이어서 등산의 묘미가 없는 것 같아 산 속으로 나 있는 소로를 따라 나섰다.

▲ 멀리 시앙산의 정상이 보이고 외곽으로 성벽이 둘러져 있다.
ⓒ 김대오
사람들이 많이 다녔는지 눈이 내렸지만 길이 선명하게 나 있다. 험난하거나 위험한 코스가 아니어서 편안한 마음으로 산기슭의 경관을 즐길 수 있다. 또 눈밭에 여러 짐승들의 발자국을 관찰하며 어떤 산짐승일까를 추측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 이름을 알 수 없는 산 짐승의 발자국이 눈 길 위로 계속 이어져 있다.
ⓒ 김대오
산중턱을 휘돌자 멀리로 시앙산(香山) 산정의 팔각정이 보인다. 그리고 주변으로 베이징 외곽의 마을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눈 위에 찍힌 짐승의 발자국이 커지면서 맹수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약간의 긴장감이 산행을 더욱 흥미롭게 한다. 드디어 시앙산이 바로 눈앞에 다가왔는데 문제가 생겼다.

시앙산관리소측에서 입장료 수입을 챙기기 위해서였는지 공원 외곽으로 높이 3m정도로 성벽을 쌓아 놓은 것이다. ‘여기까지 왔는데’ 하는 심정으로 성벽 옆 나무를 타고 올라 마침내 월담에 성공할 수 있었다. 나무사다리(?)가 있는 이곳으로 이미 많은 등산객들이 월담을 했는지 성벽 옆으로 길도 잘 나 있다. 그 길을 따라 드디어 시앙산의 정상 해발 557m의 향로봉(香爐峯)에 도착했다.

시앙산에서 내려다 보이는 베이징 서편의 풍경은 또 한결 평온해 보인다. 가까이로는 비윈쓰(碧雲寺), 식물원, 워포쓰(臥佛寺)이 멀리로는 이허위엔(頤和園)의 모습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 시앙에서 내려가는 길에 보이는 멋진 설경의 정자, 계단의 눈을 쓸고 있는 모습이 의미있게 다가온다.
ⓒ 김대오
산을 내려오며 주위의 설경과 함께 시앙산 자락에 있는 각종 사찰과 차관을 둘러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건륭제 때 세워졌다는 위화시우(玉華岫)가 지금은 찻집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들러서 여로를 푸는 차를 한잔 마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 옆에는 6대 달라이라마의 행궁인 자오먀오(昭廟)가 있는데 한족과 장족의 독특한 종교건축양식을 느낄 수 있다.

즈송위엔(知松園)의 송백림 너머로 유리기와탑을 보며 시앙산공원의 동남문 방향으로 걸음을 옮긴다. 산행을 즐기며 베이징 외곽의 경관과 사찰을 둘러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도전해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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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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