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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기홍 열린우리당 의원이 13일 오전 `간첩조작 대책위원회`회의에서 대응방침을 밝히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철우 의원 '간첩논란'과 관련, 유기홍 열린우리당 의원이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서울대 총학생회 활동을 함께 했던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에게 "과거의 동지와 후배들을 간첩으로 몰고, 거짓말쟁이로 몰아 또 한번 죽이려는 파렴치한 짓에 부역하는 일은 하지 말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유 의원은 13일 자신의 홈페이지(www.kihong.or.kr) 칼럼란에 '심재철 의원, 그 입 다물라!'는 제목의 글에서 "다른 사람은 몰라도 주성영 의원 같은 공안검사 출신과 '오더' 받은 영남 초선 의원들의 더러운 행렬의 앞줄에 심 의원이 서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 글에서 유 의원은 심 의원을 "학생운동의 역할과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토론했던 나의 친구"라고 표현하며 "(그러나 12일 기자회견에서) 심 의원은 80년대 내가 겪었던 공안검사와 다르지 않았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나타냈다.

이어 유 의원은 "비록 굴복하여 검찰 측 증인으로 서기는 했지만,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으로 고문을 받아본 심 의원이 어찌 이철우 의원이 고문을 받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 있냐"며 "과거에 대한 반성보다는 후배이자 동료인 이 의원에게 다시금 저주를 퍼붓는 일에 앞장서는 심 의원에게 오히려 동정을 보내는 바"라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뉴라이트' 운동에 대해서도 "이번 일에 나서 '저 사람 제가 잘 아는데, 주사파 맞아요'하며 과거 동지의 등에 칼을 꽂는 후배들은 한나라당과 수구언론의 '주구 노릇'을 중단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80년 당시 유 의원은 '서울대 총학생회 부활추진위원회' 총무위원장이었고, 유시민 의원도 당시 서울대 대의원회의 의장이었다. 유 의원은 심 의원을 "서울대 동기이며 25년 친구"라고 소개하며 "나도 심 의원의 학생회장 선출에 나름의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유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심 의원이 그 때(고문받을 당시) 상처가 큰 것 같지만, 서로 금도는 지켰으면 좋겠다"며 "이번 일로 친구끼리 의 상할 일이 많이 생긴다"고 현재의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나 심재철 의원은 이날 오전 한나라당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이 의원이 과거에 골수 김일성주의자였던 것은 사실이고, 모든 투쟁이 민주화 투쟁으로 미화되고 있다"며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또한 심 의원은 김현미 열린우리당 대변인이 자신을 '가롯 유다'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가톨릭 신자의 한사람으로 대단히 유감이며,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종교까지 동원하는 것은 예수를 팔아먹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항변했다.

다음은 유기홍 의원이 올린 칼럼 전문.

▲ 13일 오전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심재철 의원이 이철우 의원 사건과 관련 열린우리당을 비판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심재철 의원, 그 입 다물라!

사람이 나설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역사가 요구할 때 결단해서 나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서지 말아야 할 때 고개를 디밀어서 천덕꾸러기가 되는 사람도 있다.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이 바로 후자의 경우이다.

심재철 의원은 12일자 기자회견에서 "이철우 의원이 노동당의 선전기구인 한민전 노선에 따르는 지하당에 입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즉 이 의원이 노동당에 입당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했다. 기자회견 내용 중에 고문조작의 가능성에 대한 최소한의 의혹과 이해를 해보려는 태도는 없었다. 시종 냉랭한 어조로 일관한 심 의원은 80년대 내가 겪었던 공안검사와 다르지 않았다. 한나라당에 소속을 뒀지만, 학생운동의 역할과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토론했던 나의 친구는 지난 일요일, 김현미 대변인의 표현처럼, '가롯 유다'가 돼버린 듯 싶다.

심 의원은 나와 서울대학교 동기로 25년 친구이며, 나는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서울대 총학생회 부활추진위원회' 총무위원장으로 당시 총학생회 구성과 심 의원의 학생회장 선출에 나름의 역할을 한 각별한 사이이다. (이것도 역사의 아이러니이지만, 나를 비롯해 심재철 당시 서울대 총학생회장, 유시민 당시 서울대 대의원회의 의장은 국회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이후 1980년 5.17쿠데타 이후 나와 심재철 의원은 각각 고초를 겪었고, 나는 재야민주화운동에서, 심재철 의원은 MBC 노동조합운동 과정에서 다시 투옥되는 등 한동안 같은 길을 걸어왔다. 그런 심 의원이 지난 12월 4일 법사위장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의 필요성에 대해 금시초문인 것처럼 발언하고, 고문의 고초를 겪은 이철우 의원에게 노동당에 입당했다며 당시의 판결문을 펄럭이고 있다.

심재철 의원에게 충고한다. 제발 그 입 다물라.

다른 사람은 몰라도 심 의원은 지금 나설 때가 아니다. 주성영 의원같은 공안검사 출신들과 '오더'받은 영남 초선 의원들의 더러운 행렬의 앞줄에 당신이 서서는 안 된다.

비록 굴복하여 검찰측 증인으로 서기는 했지만,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으로 고문을 받아 본 심 의원이 어찌 소위 '간첩단 사건'으로 조사받은 이철우 의원이 고문을 받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 있는가? 당시 고문에 의해 김대중씨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허위자백하여 결국 학생운동이 정치권에 의해 배후조종된 것으로 매도되게끔 했던 과거를 겸허하게 반성하도록 충고하고 싶다. 이런 과거에 대한 반성보다는 후배이자 동료인 이철우 의원에게 다시금 저주를 퍼붓는 일에 앞장서는 심 의원에게 오히려 동정을 보내는 바이다.

당시 사건의 핵심인물인 양홍관씨의 증언에서도 보듯 엄청난 고문에 의해 이 사건의 ‘각본’이 짜여졌고, 이철우 의원이 사실은 민해전이 아닌 조국통일애국전선(조애전)의 성원이었다는 것이 명백한 데도 92년 당시의 몇몇 기록에 고문 사실이 없다는 것만 얘기해서는 안된다.

어제 살아있는 역사기록물이 발표됐다. 본 의원이 입수한, 1992년 11월 13일에 민변, 민가협, 불교인권위원회 등의 30여개 단체가 공동제작한 『이른바 남한 조선노동당 사건 자료집』이다. 이 자료집은 한나라당으로부터 간첩으로 지목돼 고통받고 있는 이철우 의원 사건이 고문으로 조작됐음을 입증할 만한 숱한 증거를 담고 있다.

- 이철우(시립대 84학번)의 경우, 연행(9월 14일)후 2-3일 동안 주먹쥐고 물구나무서기와 무차별 구타를 당했으며, 변호인에게 양손 약지 윗부분에 1센티미터 정도의 딱지자욱의 고문 흔적을 보여 주었다. 이와 같이 피의자들이 잠 안재우기, 집단구타 등의 가혹행위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이른바 남한 조선노동당 사건자료집』22쪽) -

이철우 의원에 대한 고문과 강압수사는 분명히 있었다. 피해자인 이 의원 본인이 당시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으며, 그 당시를 함께 겪었던 경험자의 증언이 있으며, 이를 역사적으로 기록한 자료물이 공개되고 있다. 비인간적인 고문과 강압수사 사실이 공개되면 될수록, 거짓 진술을 할 수밖에 없던 상황은 더욱 선명해질 것이다.

국회 간첩조작사건 관련 공방은 애초부터 세 가지였다. 이철우 의원의 조선노동당 입당여부, 간첩활동 여부, 현재까지의 암약 여부가 그것인데, 이에 대한 한나라당의 주장은 모두 거짓으로 밝혀졌다. 이철우 의원 사건의 공소장, 수사기록, 판결문 등 모든 자료를 검토한 결과 이 의원이 조선노동당에 가입한 사실은 없었으며, 1심 판결에서는 '무혐의'임이 입증되지 않았던가.

이철우 의원 간첩조작사건의 파장은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최초 단계는 이철우 의원을 둘러싼 공방의 진실을 어떻게, 어떤 자료로 입증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그러나 이제는 공개적으로 드러난 동일 자료를 두고 누구의 입을 더 신뢰할 수 있는지 여부가 되고 있다. 누구를 믿을 것인가. 80년대에 동일하게 공존했고, 민주화운동 과정 중에 동일하게 남산 대공분실에 다녀왔다고 모두가 민주화 인사라고 불려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 이상 비겁하게 과거의 민주화 경력을 파는 짓은 그만둬야 한다. 특히 과거의 동지와 후배들을 간첩으로 몰고, 거짓말쟁이로 몰아 또 한 번 죽이려는 파렴치한 짓에 부역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소위 '뉴라이트' 운운하며, 이번 일에 나서 "저 사람 제가 잘 아는데, 주사파 맞아요" 하며 과거 동지의 등에 칼을 꽂는 후배들에게도 결국 한나라당과 수구언론의 '주구 노릇'을 중단하도록 충고한다.

역사의 슬픔 정도로 이해해야 맞을까. 그렇지 않다. 40대 중후반을 넘기는 우리 세대 사람이라면 역사의 아이러니를 자의 반, 타의 반 경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 안상수 의원, 정형근 의원 모두 스스로 역사의 아이러니가 될 것을 자처했으며, 오히려 이를 자신의 무기로 만들고 있다는데 진정한 유감을 표해야 하는 것이다.

유기홍(열린우리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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