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산비장이
ⓒ 김민수
<오마이뉴스>와 인연을 맺은 지난 2년간 내 삶에는 참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2년간 쓴 기사가 609건이니 남들이 보면 '미쳤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일은 안하고 매일 기사만 쓰나 하실 분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간 총 612건 기사를 써서 3건이 생나무에 걸리고 나머지가 전부 기사화되었으니 성적도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 중에서 꽃에 대해 문외한이던 사람이 꽃과 관련된 기사를 쓰기 시작해서 여행섹션에 <꽃을 찾아 떠난 여행>으로 128회, 문화면에 <내게로 다가온 꽃들>이라는 제목으로 100회를 연재하면서 꽃 박사(?)가 되었으니 외도를 해도 한참 한 것이지요.

오마이뉴스의 위력이 얼마나 큰 것인지 피부로 느끼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독자의견은 물론이고 메일과 원고 청탁, 출판 제의, 방송 출연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오마이뉴스에 글을 올릴 시간들보다 그 시간들이 문제였습니다.

제주도에 사시는 분들, 육지에 사시는 분들, 간혹은 해외에 사시는 분들도 만나고 싶다고 해서 그저 인사치렌 줄 알았는데 멀리는 버팔로, 프놈펜에서 이 먼 종달리까지 찾아오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사절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최대한 줄이고 또 줄이고 원칙을 정해놓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고 많이 노력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간의 글들을 모아 자연산문집과 꽃에 관한 책들을 출판하기도 했으니 조용하게 살고 싶어서 택한 시골생활이 오마이뉴스 덕분에 무산(?)된 것이지요. 행복한 비명인가요?

주로 글은 아침을 먹기 전에 쓰자고 했습니다. 4시 30분에 기상을 해서 새벽예배를 마치고 나면 6시 정도 되는데 아침을 먹기까지 두어 시간 여유가 있습니다. 일기가 좋으면 산책도 하지만 많은 부분 전날 분류한 사진들과 자료들에서 얻은 단상들에 대한 초안을 다듬어 타이핑하고 기사를 올립니다.

그렇게 아침을 먹기 전 두 시간은 나에게 황금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제주도의 풍광은 이루 말할 것도 없고 텔레비전을 거의 안 본다는 것도 큰 장점이었고, 출퇴근 시간이 없다는 것도 큰 장점이었습니다. 독서와 글쓰기는 뗄 수 없는 관계니 그간 책도 많이 읽었습니다.

연재기사 <내게로 다가온 꽃들>은 애초에 100회를 목표로 했습니다. 색연필화를 그리시는 이선희 선생을 알게 되었고, 의기투합해서 시작을 하면서 여기서 나오는 원고료를 모두 불우이웃 돕기에 사용하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연재를 하면서 아쉽게도 피어나는 꽃들의 행렬을 좇아가느라 급하게 뛰어가면서 색연필화 없이 소개된 꽃들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실물을 보아야 제대로 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인데 서울과 제주도라는 지역적인 차이도 한 몫을 했고 주말에만 시간을 낼 수 있는 이선희 선생과 매일 열려 있는 제 생활의 차이로 그림을 다 채우질 못했습니다.

그렇게 100회를 끝내고 나니 원고료가 135만8000원이 모였습니다. 다행스럽게 단 한번도 생나무에 오른 기사가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불우이웃 돕기를 목표로 기사를 쓰는 중 남제주군 대정읍 사계리의 김보미 학생이 백혈병으로 수술을 받는데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작은 금액이지만 그 곳에 93만원을 보내 수술비에 보탰습니다. 현재 김보미 학생은 건강을 회복했고, 한번 찾아갈까 했지만 생색내기 같아서 건강을 회복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남은 금액에 조금 더해서 50만원을 만들었습니다. 이선희 선생이 비닐하우스촌에서 생활하며 겨울날 걱정을 하는 할머니를 방문하면서 봉사도 하는데 겨울을 날 기름을 넣어드리면 좋겠다고 제안을 하셔서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오늘 아침 홈뱅킹으로 50만원을 보내드리고 나니 '사람 사는 맛이 이런 것이구나!' 뿌듯해 집니다. 비록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연재기사를 쓰느라 노심초사했던 날들, 그림을 그리느라 추운 겨울 몇 시간을 쪼그리고 앉아 시린 손을 불어가며 그림을 그렸다던 이선희 선생의 노력이 그 안에 들어있으니 작지만 큰 행복을 나눈 셈이죠.

연재기사 <내게로 다가온 꽃들>을 마감하면서 확실하게 마지막회라고 알려드리지 않은 것이 독자분들을 기다리게 하신 것 같습니다. 왜 101회가 이리 늦냐고 메일을 주신 분도 계셔서 저를 행복하게 해 주셨습니다.

오마이뉴스와 함께 한 날들을 돌아보니 참 행복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좋은 분들과도 많은 인연을 맺었고, 만나가고 있고 무엇보다도 시골생활을 하면서 늘 오마이뉴스로 인해 긴장감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기사를 쓴 이유는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독자분들과 약속한 것들을 잘 지켰다는 것을 알려드리고자 쓴 것입니다. 그냥 그렇게 애교로 보아주십시오. 그 동안 <내게로 다가온 꽃들>을 사랑해 주신 분들 모두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태그: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