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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최성규 의인 추모비
(1964년 12월 23일생)
"한 여름 이글대는 아스팔트 위에 한 줄기 소나기가 되셨습니다."
"성폭력의 현실에서 그대의 희생정신은 고귀한 것이었습니다."
"의인 최성규 그대는 이 시대 모두의 진정한 이웃이었습니다."
-추모비 내용 전문-


▲ 최성규 의사자의 추모비문
ⓒ 이승철
서울 성동구 성수동 지하철 2호선 성수역 4번 출구 앞 길가에 의사자 최성규씨의 추모비가 외롭게 서 있었다. 1996년 8월 10일 성폭력범에게서 위기상황에 처한 시민을 구하다가 희생당한 의로운 청년 최성규씨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아직 10년이 채 안된 사건이지만 그의 의로운 죽음을 지금도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의(義):사람이 행하여야할 바른 도리. 보통보다 뛰어난 옳은 행위
(yahoo 국어사전)


의인 최성규씨는 성폭력 위기에 처한 한 여성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자신의 목숨까지 걸고 구하다가 희생당했다. 바로 그런 행동이 사람이 행해야 할 바른 도리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행동이 우리 사회에서는 보기 드문 행동이었기에 보통보다 뛰어난 옳은 행위에 해당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최성규씨를 의인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양심이라는 것이 있어 옳고 그름을 판단한다. 예로부터 많은 성현들이 지식보다는 지혜에 무게를 두었다. 많이 배워서 많이 아는 것보다, 옳고 그름을 분별하여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에 더 큰 가치를 두었던 것이다. 그 지혜를 작동시키는 것이 양심이다.

지나친 욕심과 이기심은 양심을 무디게 한다고 한다. 그 욕심과 이기심 때문에 사람이 행하여야 할 바른 도리를 행하지 못하고 남들보다 뛰어난 옳은 행위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한 사회나 국가가 바르고 정의로운 사회가 되려면 그 사회나 국가를 움직이는 지도층에 양심이 바로 서고 지혜로운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에는 존경받는 지도층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양심적이고 지혜로운 지도자들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각계 각층에서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어느 날 부정에 연루되었다는 보도가 나오고, 괜찮은 사람인 줄 알았던 사람들이 이기심 때문에 정의의 편에 서지 않고 그 반대편에 서 욕을 먹는 일이 허다하다.

많이 배우고 능력 있는 사람은 많으나 양심적이고 지혜로운 사람은 적은 것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불행한 모습인 것이다.

의롭지 못한 나라와 사회는 희망이 없다고 한다. 독재와 불의가 판을 치고 부정부패가 심한 나라들 대부분이 후진국에 머물고 있는 현실이 입증하고 있는 사실이다.

우리나라가 우수한 국민수준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 지점(?)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것이 양심적이고 지혜로운 지도층의 결핍 증세라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일제 36년 동안 친일하여 잘 먹고 잘 산 사람들은 150만 명에 달하고, 400만 명의 순박한 동포들이 일제와 그 앞잡이 친일파들에게 희생당했다고 한다. 조국의 독립을 위하여 패가망신하며 죽음을 무릅쓰고 싸운 독립지사 후손들의 50%가 중졸이하의 학력에 허기진 삶을 살아간다고 한다. 지금도 이 땅의 어디에선가는 친일 대가로 엄청나게 치부한 친일파의 후손들이 근근이 살아가는 서민들에게서 친일조상의 상속재산을 찾겠다고 소송 중이라는 것이다.

친일역사 과거청산은 결코 과거에 그치지 않고 오늘의 현실이기도 한 것이다. 지금 여당에서 입법 추진 중인 법에 해당되는 청산 대상자는 150만 명 중에서 겨우 5~6만 명밖에 안된다고 한다. 그것도 연좌제를 하자는 것도 아니고 진실만 밝히자는 것이다. 그런데도 경제가 어떻다느니 사회불안을 조성한다느니 이런 저런 핑계로 일제 청산을 방해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나라가 발전하고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서 역사청산은 필수과제다. 친일파의 후손들도 이기심과 피해의식에서 벗어나 숨은 양심이 살아나 지혜로운 판단을 해야 한다.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지게 마련이다. 그것이 진리다. 억지 논리로 언제까지 진실을 왜곡하고 국민들을 속일 수 있겠는가.

양심의 등불을 밝히고 '의'를 세워야 한다. 조상들이 친일하여 민족적인 죄인이었을지라도 후손들에게 그 죄가 상속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진실을 왜곡하고 숨기는 것은 또 다른 죄를 짓는 것이다.

욕심과 이기심이 적은 사람들이 가난하다는 말이 사실일까? 가난이 결코 선이랄 수는 없지만, 부자가 죄인이 아닌 것처럼 가난이 죄일 수도 없다. 순하고 약삭빠르지 못한 사람들 중에 가난한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의사자'들 중에도 가난하고 젊은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지도층에 의롭고 존경받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그러나 가난하고 젊은 사람들 중에라도 의로운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본 도쿄의 전철역에서 일본인을 구하다가 희생하여 일본인들의 심금을 울린 이수현씨, 소매치기범을 쫓다가 교통사고로 숨진 서울의 대학생 장대환씨, 이웃집의 불을 끄다가 숨진 대구의 석재영씨, 물에 빠진 어린이를 구하다 숨진 안양의 김두호씨, 서울 영등포역에서 손님을 구하고 한쪽 다리를 잃은 김행균씨.

▲ 성수동에 있는 최성규 의사자의 추모비
ⓒ 이승철
지금은 대부분 잊혀진 이름들이다. 그러나 어찌 이들뿐이겠는가. 이름 없이 조용히 숨어서 행하는 이 땅의 수많은 의로운 사람들이 세상의 빛이 되고 소금이 되어 어둠을 밝히고 더러움을 씻어주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있어 이 땅에는 아직도 희망이 있다. 기득권이라는 초고속 열차에서 내려 일반 서민들과 함께하는 지도층의 '의'로운 행동이 동반된다면 과거의 역사청산과 함께 이 나라의 장래는 더욱 밝고 아름답게 발전하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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