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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8일 문광위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는 우상호 열린우리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27일 병역비리로 물의를 빚은 탤런트 송승헌씨의 군 입대를 연기해 달라는 협조 공문을 병무청에 제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우상호 의원 등 5명의 열린우리당 의원이 서명한 협조 공문은 송승헌씨가 출연하기로 예정된 드라마 '슬픈연가'가 무산될 경우 한류열풍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송씨의 입대 일정을 내년 3월까지 연기해 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한류가 국가안보에 우선할 수 없다"(ID sjsj999)며 거세게 비판했다.

우상호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송승헌씨의 '슬픈연가' 출연을 위해 오는 11월로 예정된 신체검사 및 입영 일정 연기를 요청하는 협조 공문을 병무청에 우편으로 제출했다"며 "이는 내가 주도했고, 다른 의원들의 이름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미 각오한 비판 여론을 혼자 감당하겠다는 것이다.

우 의원은 "송승헌씨에 대한 입대 면제가 아니라 입대 연기다"며 "개인 송승헌을 보지 말고 국익차원에서 봐달라"고 반발 여론 수습에 나섰다.

우 의원측에 따르면 며칠 전 드라마 제작사(포이보스)측이 우 의원을 찾아와 송씨의 입영 연기를 위해 도움을 요청했고, 우 의원은 이를 이미경 국회 문광위원장에게 건의했다. 이 위원장은 당초 입영 연기 협조공문에 부정적인 입장이었지만, 우 의원 등의 설득으로 동의를 표했다. 이 위원장은 27일 5명의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협조 공문을 보낸 것과 별개로 국회 문광위원장 명의의 협조 공문을 병무청에 보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상호 의원은 "나도 육군 병장 출신이라서 군대 안간 사람을 보면 이를 가는데, 송승헌씨는 개인으로 보지 말고 드라마 차원으로 봐야 한다"며 "어차피 입대하는데, 입대하기 전에 좋은 드라마 만들어서 아시아에서 많은 사람이 본다면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미경 문광위원장도 "2∼3개월만 입대를 늦추면 촬영을 마쳐 아시아 각국에 작품을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반대 여론이 우세하게 나타났다. 인터넷 포털 '네이버'에 글을 올린 ID 'hot_bug'라는 네티즌은 "지금 이라크에서는 국익을 위해 목숨걸고 파병되어있는 우리의 젊은 장병들이 방탄복이 없어서 교대로 입고 있다고 한다"며 "국익을 위함이라면 정부예산을 급히 동원해서 방탄복을 지원하자는 탄원이나 내라"고 꼬집었다.

ID 'khcd'는 "국회의원까지 나서서 자꾸 호도 하는데, 송승헌은 자원 입대하는 게 아니라 병역비리가 걸려 깜방에 가야하나 공소시효가 지나 부득이 입대만 하는 것"이라며 "범법자가 주연한 드라마로 한류 만드는 것이 쪽팔리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반면 ID가 'ssyi03'인 네티즌은 "송승헌은 법치주의 국가에서 죄 값을 치루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드라마는 찍게 해주어야 한다, 드라마 찍게 해주는 대신에 다른 처벌도 내리고 군대도 가게 한다는데, 이게 왜 책임 회피고 범법자 두둔이라는 거냐"고 반문했다.

다음은 우상호 의원과의 전화 인터뷰 전문이다.

- 송승헌씨의 입영 연기를 추진한 이유는.
"병역비리를 옹호하자는 것이 아니다. 최근 한류 열풍이 확산되고 있고, 드라마가 많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송승헌씨의) 사정을 들어보니 그가 출연하기로 한 드라마가 일본에서 30억원 투자 받기로 했는데, 무산되면 위약금을 물어줘야 하는 등 부작용이 예상되더라. 송씨의 입대를 면제해 주는 것도 아니고, 2∼3개월 정도 시간을 조정해 줘서 그 안에 드라마를 완성시키기도록 해 주고, 이후에 예정대로 군에 입대하면 될 것으로 생각했다."

- 병역비리에 연루된 연예인을 국회의원이 앞장서서 도와줬다는 점에서 비난 여론이 높은데.
"안타깝다. 개인적으로 송승헌씨를 알지도 못하고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다. 나도 육군 병장 출신이라서 군대 안간 사람을 보면 이를 가는데, 송승헌씨는 개인으로 보지 말고 드라마 차원으로 봐야 한다. 어차피 입대하는데, 입대하기 전에 좋은 드라마 만들어서 아시아에서 많은 사람이 본다면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 아닌가.

많은 일반인들도 여러가지 불가피한 개인 사정으로 군 입대 연기를 신청하고 있다. 송씨는 병역 기피자이기 때문에 따끔한 비난을 받아야 하지만, 국가 이익과 충돌했을 때 이 문제를 고민해달라. 어차피 입대를 할 것 아닌가. 이 문제는 송승헌씨 개인을 위한 구명 차원이 아니라 국가를 위한 일이다.

2∼3개월 연기하는 것이다. 드라마를 못 찍으면 위약금을 물어야한다. '겨울연가'를 보면서 일본에서 한국 여학생에 대한 이지메가 사라졌고, 경제적 효과도 엄청났다. 병역 기피자를 용서해 주자는 말이 아니다. 2개월 정도의 시간을 못 기다려주나. 우리 사회가 그 정도 포용력도 없겠는가."

- 입대 연기를 요청하는 탄원서는 보냈나.
"탄원서라고 잘못 알려졌는데, 병무처에 협조요청 공문을 보낸 것이다. 한류열풍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내년 3월까지 입영을 연기해 주면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내용이다. 문화관광위원 소속 명의로 5명이 서명했다. 그러나 그 명단을 공개하지 않겠다. 인터넷 등에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데 나 하나만 맞으면 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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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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