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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대학 도서관이나 국회도서관, 국공립도서관 등 대규모 도서관을 제외한 시군구의 소규모 공공 도서관들은 책을 구매한 지 5년 정도 지나면 책을 정리하여 폐기하게 된다. 보통 그 많은 책들은 헌책방으로 팔려 나간다. 또한 일본의 어른들은 일반적으로 일흔이 되면 신변을 정리하는데 재산이나 책, 옷가지를 상속하거나 팔거나 기부한다.

▲ 서적 마쯔리에서 만난 탱구(자신감이 넘치는 상상의 반인반수)
ⓒ 김수종
그래서인지 일본의 헌책방에는 책이 넘쳐난다. 초판을 1만부 찍을 정도로 출판시장도 크고 재고서적이나 5년 정도 지난 공공도서관의 책들이 거의 헌책 시장으로 들어오게 되어 헌책방이 많고 규모도 크다.

도쿄의 진보초에 위치한 헌책방 거리는 그 규모면에서 세계적이다. 지구촌 안의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는 프랑스 파리의 세느강 변에 위치한 헌책방 거리와 도쿄의 간다 강변에 위치한 헌책방 골목은 양과 질적으로 비슷한 점이 많다.

우선 대학가를 중심으로 발전했으며 강을 사이에 두고 큰 서점가를 이루고 있다. 물론 헌책방이 수백개가 넘다는 점도 같다. 진보초 인근에는 일본 제일의 대학 군단인 메이지 대학, 니혼대학, 오차노미즈 여자대학, 센슈 대학 등이 있다. 60년대까지 간다 강을 중심으로 일본학생운동의 중심 대학들이 많아 이곳 헌책방은 이념서적과 대학교재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지금은 인문, 자연, 과학, 기술, 예술 등 다양한 종류의 서적이 있다. 고서의 경우에는 수천만엔을 호가하는 것도 있고, 한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고서와 해방 전후의 도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전 세계 모든 나라의 책들도 조금만 발품을 팔면 구입 가능하다.

진보초에는 한국 책을 파는 곳이 3곳 있다. '삼중당'이라고 하는 일본인이 경영하는 30년이 조금 넘은 서점이 있고, '고려서점'이라는 재일조선인이 운영하는 서점이 있다. 한국 서적을 전문적으로 취급하지는 않지만 '아시아 문고'라고 하는 곳에는 한국 서적 판매 코너를 갖추고 있다. 아울러 한국 음악 CD, DVD, 비디오 테이프, 엽서, 문구류, 팬시 등도 취급하고 있다.

진보초에는 1년에 네차례 정도 도서 마쯔리(축제)가 열린다. 마쯔리를 통하여 헌책방 골목을 알리고 책 구매와 판매를 위한 다양한 이벤트도 실시하고 있다. 도서 마쯔리에 참가하면 조금 더 싸게 책을 살 수도 있고, 평소 구경하기 힘들었던 고서를 볼 수도 있다. 지역의 서점 안내와 자세한 소개, 지도 등도 편하게 구할 수 있어 일본의 문화적인 저력을 체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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