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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저녁 6시 강남 한 호프집에서 열린 '임종석 의원과 디시인사이드 회원과의 만남'. 임 의원이 질의응답에 답하고 있다.
ⓒ 권박효원
로라(패널): 전대협 의장 시절 '임길동'이라는 별명도 있었습니다. 수배시절 여장을 해서 도피를 했다거나 40명의 경호원이 있었다는 말도 있는데, 기억나는 일화를 말씀해주세요.

임종석 열린우리당 의원: 여장을 한 적은 없습니다. (웃음) 제 키가 176㎝인데, 얼굴이 작다는 것 외에는 여장에 유리한 조건이 아닙니다. 87년 6월 연세대 집회에 갈 때는 가발도 쓰고 화장도 하고 점도 찍어서 변장을 했는데 경찰이 알아보는 바람에 도망을 갔다가, 결국 모 언론사 기자의 차 트렁크에 들어가 학교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당시 (경찰을 피해) 나무에 1시간 반을 올라가 있었다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조금만 더 있으면 낙엽으로 배를 탔다는 소문도 돌겠더라구요. (웃음)

울트라(사회자): 그 무용담을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이 다쳤습니다. 후신인 한총련에 대해서 비판하기 보다 끌어안고 가야하지 않나요?

임종석 의원: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한총련을 두둔하고 후배들과 마주앉은 자리에서는 비판을 합니다. (사회정치적으로) 환경의 변화가 있었는데, 변하지 않는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서 (학생운동이) 변해야 합니다.

통키(사회자):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이 국가보안법에 대해서 끝장토론을 이야기하는데, 의원님이 맞장떠서 끝장토론할 의향은 없으십니까? O, X로 대답해주세요.

임종석: 국보법 폐지를 위해서라면, 참고 해보겠습니다. (웃음, 박수)


18일 저녁 6시 임종석 열린우리당 의원이 강남의 한 호프집에서 '햏자'들을 만났다. 인터넷 사이트 '디시인사이드' 회원들이 마련한 간담회에 초청된 것이다.

대부분 정치인과의 '호프미팅'이 의례적인 덕담을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하게 진행되는 것과 달리, 이날 간담회에서는 '한총련에 대한 평가' '국가보안법 철폐의 전망' 등 사회 현안에 대한 진지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회원들이 인터넷에 올린 질문들을 추린 것이다.

임종석 의원은 "질문이 포괄적이어서 답하기가 어렵다"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설명했다. 모임에 참석한 '햏자'들도 질의응답 시간내내 주의깊게 답변을 들으며, 내용에 따라서는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이날의 질의응답은 2시간 가까이 진행됐는데 나중에는 호프집 주방에서 "골뱅이 사리가 너무 불었다"고 난색을 표할 정도였다.

임 의원은 한총련에 대해서 "김영삼 정부부터 절차적 민주주의가 완성됐는데 후배들이 변화된 조건 속에서 다양한 요구들을 수용하지 못했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는 "폐지 이후 보완입법이나 형법보완이 없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국회 내에서 과반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완전폐지는) 동의받기가 힘들다"고 고충을 설명하기도 했다.

▲ 17일 저녁 '정치인 초청 간담회'에 참석한 디시인사이드 회원들은 임종석 의원의 답변을 주의깊게 들었다.
ⓒ 권박효원
"기자 차 트렁크에 숨어 학교로..." "그 무용담을 위해 많이 다쳤다"

임 의원에게 비판적인 질문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패널 '통키'는 "'조중동' 인터뷰를 거부할 의향은 없냐" "파병 문제에 너무 미온적인 것 아니냐, 파병철회를 위해 다시 단식할 생각은 없냐"며 민감한 질문들을 여러 차례 던졌다.

임종석 의원은 이라크파병과 관련 "당시 1만2000∼1만3000명 병력의 전투병파병설이 보도되고 있어 단식에 나섰는데, 여론이 찬반 이분법으로 갈려 (전투병, 비전투병에 대한) 구분이 부질없게 됐다"고 해명했다. 또한 "단식을 자주 하면 걸핏하면 하는 '꾼'으로 비칠 수 있어 앞으로는 꼭 목숨을 걸 일 있을 때 신중하게 단식하겠다"고 덧붙였다.

<조선><중앙><동아>와의 인터뷰에 대해서 임 의원은 "공전하면서 이겨야지, 눈을 감는다고 ('조중동'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며 "요청이 들어오면 인터뷰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질문들은 다소 파격적이거나 직설적이었지만 이나마 지난 6월 말 열린 '김근태 장관과의 만남'보다는 나아진 분위기라고 한다. 당시에는 김선일씨 피살사건이 터져 정부 여당에 대한 '디시인사이드' 회원들의 눈길이 곱지 않았던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회원들이 손님에 대한 예의를 차리느라 '언어순화'를 해서 질문을 던진 것이다. "제대로 했다면 '애(한총련)를 낳았으면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문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파병반대 단식할 의향은?" "'꾼' 될수 있어 신중히 생각"

질의응답을 마친 뒤 임종석 의원은 "정치를 매개로 한 모임이 참 어려운데, 이런 모임은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고 건강해 보인다"며 "재미있어서 이번 초청도 받아들인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인터넷패러디를 규제하는 것은 국보법처럼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이고 코미디"라며 "패러디를 재미있어 하는 사회문화적 수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 자신에 대한 패러디의 느낌은? "무시무시한데 재밌다"는 것이 임 의원의 대답이다.

▲ 임종석 의원은 이날 회원들로부터 와인과 캐리커쳐 액자를 선물받았다. 직접 캐리커쳐를 그린 회원과 함께 서있는 임종석 의원.
ⓒ 권박효원
이날 참석한 '디시인사이드' 회원들 사이에서는 임종석 의원에 대한 평판이 좋은 편이다. "아무래도 정치인이다보니 변질된 것 같다"거나 "후배들에게 학생운동의 비전을 제시했어야 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부분 "괜찮은 정치인이고 대답도 솔직담백하게 잘했다"는 중평이다. 임 의원과 기념사진을 찍거나 사인을 받는 회원들도 많았다.

최연소 참가자인 18세 고교생 '노통장'은 "간담회를 하면서 임 의원을 처음 알았는데 좋은 분인 것 같고 정치 비전도 뚜렷해 보인다"고 말했다. '노통장'은 투표권은 없지만 탄핵집회 때부터 총선 캠페인과 지난번 정치인 간담회까지 '디시인사이드' 모임에 꾸준히 참석해온 '열성햏자'다.

울산에서 올라온 또다른 '열성햏자'인 '자야'는 "기존 정치인들은 괜히 어깨에 힘줘서 사실 좀 아니꼬운데, 임 의원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바람이 치는 날에도 줄 하나에 매달려 기계에 올라가는" 비정규직 노동자 '자야'는 "(점차) 비정규직을 줄여나가겠다"는 임 의원의 답변에 대해서는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날 임 의원은 잠시 맥주를 마시다가 저녁 9시께 자리를 떠났다. 술자리가 시작된 뒤 호프집에 울려퍼진 노래는 '임을 위한 행진곡' '인터내셔널가' 등 전형적인 '쨍가'들. 이날 간담회를 위해서 '디시인사이드' 회원들이 선곡한 노래들이다.

사회자로 참석했던 '울트라'는 "회원들끼리 모임을 하다가 '정치인과의 만남을 해보면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와서 추진한 것"이라고 간담회 배경을 설명한 뒤 "(정치성향이 다른 의원들에게 공격적인 면이 있는데) 내공을 쌓아서 다른 의원들과도 지속적으로 간담회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디시인사이드 회원들이 노리고 있는 다음 초대손님은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 전 의원에 대한 회원들의 관심이 높은 데다가 그동안 열린우리당 의원들만 2명을 초대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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