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일상적 국정운영을 이해찬 국무총리에게 맡기고 자신은 국가전략과제에 전념키로 '역할 분담'을 하게 된 데에는 국정운영의 '선택과 집중'을 건의한 김우식 대통령비서실장의 정책보고서가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요일인 22일 김우식 비서실장이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삼계탕으로 점심을 같이 하면서 조촐한 취임 6개월 기념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자연스레 확인된 얘기다.

김우식 실장, 3주 전에 노무현 '브랜드' 창출 위한 '선택과 집중' 제안 보고서 제출

'조용한 보좌'를 트레이드마크로 한 김우식 비서실장은 3주 전에 비서실장 취임 6개월을 앞두고 노 대통령에게 국정운영의 변화를 건의한 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 핵심 내용은 참여정부가 지난 1년여 동안 국정운영 시스템은 세웠으니 앞으로 남은 3년반 임기 동안 일상적인 국정운영은 총리와 국무위원들에게 맡기고 대통령은 국정운영에 '선택과 집중'을 기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김 실장은 대통령이 집중해야 할 국정과제로 ▲반부패 투명사회 구축 ▲국가균형발전 ▲선진화를 위한 동북아 거점국가 건설의 세 가지를 건의했다. 그런데 이런 건의를 받은 노 대통령이 여기에다가 ▲정부혁신 과제를 하나 더 보태 최근 노 대통령이 총리와의 역할분담을 골자로 한 '분권형 국정운영' 방침을 밝히면서 대통령이 맡게 될 4대 국가전략과제로 선택했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이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노 대통령에게 "제 바람은 앞으로 참여정부가 역사적 평가를 받는데 이런 과제들이 노 대통령의 '브랜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보고서를 올린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이와 관련 "남은 임기 중에 이런 '레일'을 깔면 '대통령 브랜드'가 나올 것이다"고 재확인했다.

이와 관련 김우식 실장은 또 "자기 임기 동안 자기 과실만 따려는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적어도 이런 몇 개의 '레일'을 까는 것만으로 민족사적 평가를 받을 만한 일이다"면서 "그게 지도자의 몫이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이어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로 "적어도 반부패 투명사회는 임기 중에 확실히 구축할 것이다"며 "정부 혁신도 앞으로 2년 이내에 확실히 기틀이 잡힐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이 국정운영 시스템 만들었으니 이제 총리와 장관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

김우식 실장은 또 이에 앞서 지난 6월19일 장관 워크숍에서 국정홍보처장에게 "언제까지 오보 대응만 할 거냐"며 "(언론과) 관계 개선을 해서라도 적극 홍보로 전환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김 실장의 이런 주문은 취임 초에 "나는 노 대통령과 코드 맞는 스타일은 아니다"면서 "코드를 떠나 인화와 덕을 기본으로 뭉쳐야 한다"고 거침없이 말했던 그의 야당·언론과의 '상생 협력론'에 비추어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더 나아가 김우식 실장은 22일 이런 주문을 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밝혔다.

"사실 참여정부 출범 1년을 앞두고 지난해 12월 노 대통령을 만나 비서실장 제의를 받았을 때 면전에서 '참여정부 출범 이후 갈등과 반목이 심하다'고 비판했었다. 그런데 청와대 와서 보니 1년새 국정운영 시스템을 거의 다 구축해 놓았더라. 그런데 그런 기본적인 것조차도 국민에게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국정홍보처장에게 오보 대응보다 적극적인 국정홍보로 전환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김우식 실장은 이어 "이제 시스템은 구축돼 있다"고 전제하고 "아직 결실은 없지만 이런 것들이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면서 "알리는 것(국정홍보)도 총리만 해서는 안되고 이제 장관들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대통령은 국정을 '리모트 컨트롤'(원격조정)하면서 얽힌 것만 풀어주는 역할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통령비서실장으로서 현실적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김 실장은 최근에는 부쩍 각 부처 장관들과의 '점심 미팅'을 챙기고 있다.

김우식 비서실장이 요즘 부쩍 장관들과의 '점심미팅'을 챙기는 까닭

이와 관련 김 실장은 "사실 대통령비서실장이 장관들을 만나자고 하기가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고 전제하고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근 거리에서 보좌하는 사람으로서 최근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체크 포인트가 국정운영 및 대통령 지지도이기 때문이다"고 그 사유를 솔직히 밝혔다.

그래서 김 실장은 장관들과 만나면 대뜸 "요즘 국정운영 및 대통령 지지도가 몇 퍼센트인지 아시냐"면서 "지지도가 올라가려면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우문현답'(愚問賢答)을 구한다는 것이다.

그 '우문'에 담긴 메시지는 장관들에게 그 자리에서 국정 지지도를 올릴 수 있는 해답을 달라는 것이 아니고 '장관들이 국정현안을 추진하는데 앞장을 서달라'는 주문이다. 김 실장은 "이해찬 총리가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전담하듯이 장관들도 전면에 서야 한다"는 의중을 솔직히 드러내기도 했다.

처음 청와대에 들어올 때부터 그렇듯이 지금도 김 실장에게 변하지 않고 주어진 책무는 노 대통령에 대한 비판자들과의 대화를 자주 나누고 그들을 설득하는 것이다.

김 실장은 최근에도 재향군인회와 성우회(星友會) 대표들과 점심을 하는 자리에서 정체성 논란이 제기되자 "노 대통령에 대한 사상적 문제는 재론하지 마시라"면서 "그 점에 대해서는 염려하지 말라"고 노 대통령을 적극 방어했다.

그러나 때로는 직설적으로 욕을 얻어먹는 등 곤혹스러울 때가 없는 것이 아니다. 특히 20, 30년 전부터 다니는 교회에 나갈 때면 택시 기사 등 오랫동안 알고 지낸 신도들로부터 "경제부터 살려라"는 주문과 과거사 문제와 관련 "지금 경제 살리기가 중요한데 또 갈등을 만들려고 하느냐"는 질책을 받곤 한다고 김 실장은 말했다.

김 실장에게 "대통령한테도 과거사 문제 등 그런 얘기들을 그대로 전달하냐"고 물었다. 김 실장은 이렇게 답했다.

"그런 것 하는 게 내 역할 아니냐."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