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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4일 오후 2시45분]

▲ 열린우리당 의원 46명은 4일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입법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4일 오전 10시 국회 귀빈식당에서 1차 모임을 가졌다. 간사를 맡은 임종석 의원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열린우리당 의원 46명이 4일 국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의원모임을 결성하고 폐지안 발의 서명운동에 착수했다.

그러나 의원들간에 국보법 폐지 후의 대안에 대한 의견조율이 마무리되지 않았고, 당내에서조차 개정론이 만만찮은 입지를 구축하고 있어 국보법 '폐지'로 나아가는 데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한나라당도 소속의원들을 상대로 국보법 개폐방향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28일 연찬회에서 이 문제를 집중 논의할 것으로 알려져 국보법 개폐논란은 9월 정기국회의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 의원 10여명은 이날 오전 국회의원식당 별실에서 '국보법 폐지를 위한 입법추진의원모임(이하 폐지모임)'을 갖고 우원식, 이상민, 이은영, 임종석 의원을 공동간사로 선임했다. 폐지모임에 참석한 의원들은 국회 국방위원장을 역임한 장영달 의원을 폐지모임 대표로 추대하고자 했으나 장 의원이 "맡고있는 일이 많다"고 고사하는 바람에 대표직을 비워놓게 됐다.

4일 현재 46명의 참여의원을 확보한 폐지모임은 9월 정기국회가 열릴 때까지 열린우리당 과반수 의원들의 서명을 확보하는 등 국회내에 국보법 폐지여론을 확산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우원식 의원은 브리핑에서 "국보법 폐지를 당론으로 채택한 민주노동당은 물론이고, 한나라당에서도 6∼7명의 의원들이 국보법 폐지에 공감했고, 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지만, 한나라당·민주당 의원들의 면면은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임종석 의원이 한화갑 민주당 대표의 '국보법 폐지 후 민주제도수호법으로의 대체입법' 주장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는 등 국보법 폐지에 대한 초당적 공감대가 형성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일단 국보법 폐지가 대세라는 점에는 폐지모임 소속 의원들 사이에 이견이 없는 상황. 과거 재야운동에 투신했던 의원들은 국보법으로 인해 곤욕을 치렀던 과거를 술회했다.

▲ 이경숙 의원이 남편인 최규성 의원이 국보법 위반으로 구속됐을때의 부당함과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경숙 의원은 "남편(최규성 의원)이 사업을 하던 차에 후배들이 집을 들락이며 두고간 문건 때문에 회사 경영이 힘들어져 내가 임시사장을 하기도 했고, 집에서 쓰는 수동타자기를 가지고 간첩과 교신한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며 "국보법은 호주제와 함께 17대 국회가 청산해야 할 대표적 악법"이라고 말했다. 유기홍 의원도 "86년 국보법으로 수배돼서 2년간 수배됐다가 붙잡힌 경험이 있는데, 당시 누군가 사무실에 갖다놓은 문건을 읽었다가 국보법이 적용됐다"며 "문건의 이적성 여부도 모른 채 누군가 갖다놓은 걸 우연히 읽었을 뿐이었다, 이보다 더 기가 막힌 일도 많았는데 이런 사례들을 모아서 백서를 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재야운동 경험이 전무한 이상민 의원이 국보법 폐지안을 마련하는 실무작업을 주도하는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 의원은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침해하는 상황에서나 작동해야 할 국보법이 이념서적 탐독에 적용되는 등 아주 미미한 부분에서 주로 작동했다"며 "법률적 기본 지식으로 따져봐도 국보법은 전혀 부당한 법"이라고 강조했다.

국보법 개폐를 둘러싼 법률 공방보다 의원들을 걱정하게 하는 것은 56년 동안 존속해온 법이 하루아침에 폐지됐을 경우 표면화될 보수층의 반발이다.

장영달 의원은 "간첩, 내란 등에 대해서는 기존의 형법으로도 충분히 처벌할 수 있는데, 지난 수십년간 국보법이 있어야 이런 것들을 처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런 분들은 국보법이 없어지면 나라가 어떻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공포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노동당 규약에 남한의 적화통일을 명시한 내용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남한만 국보법을 폐지할 수 있느냐는 주장에 대해서는 "북한에 대해서도 평화통일에 저해되는 제도들을 폐지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는 점을 얘기해야 이들의 우려를 씻을 수 있다"는 대응논리가 제기됐다. 최재성 의원은 "국보법 폐지가 국제사회에서 '12대 교역대국'다운 선진적인 모습으로 비쳐져 경제적 가치를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국보법이 폐지될 경우 공공연히 북한 김정일을 찬양하거나 주체사상을 선전하는 행위를 어떻게 다스릴까 하는 것도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북한 체제에 경도된 한두 사람의 돌출행동은 해프닝 정도로 가볍게 넘길 수 있지만, 소수그룹이 조직적인 활동에 나설 경우 국민 정서와 사상의 자유 사이에서 가볍지 않은 논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종석 의원도 이 같은 측면을 의식해 브리핑에서 "찬양, 고무행위에 대한 처벌근거가 없어진다는 지적이 있어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폐지모임은 23, 24일경 세미나를 통해 국보법 폐지에 대한 내부입장을 정리한 뒤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서 '국보법 폐지'의 당론 관철을 요구할 방침이다.

전병헌 의원은 "국보법 폐지 후 형법을 보완하느냐 대체입법 하느냐 하는 당내 논란이 남아있다"며 "폐지모임이 이를 잘 조정해서 외부에 당내 이견으로 보이지 않게 연착륙(소프트랜딩)시켜야 한다, 그렇게 하면 금년 중 국보법 임기를 종료시킬 수 있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열린우리당 국보법 폐지모임에 참여의사를 밝힌 의원 명단은 다음과 같다.

강기정 강창일 강혜숙 김영주 김재윤 김태년 김현미 김형주 노영민 노웅래 문병호 문학진 복기왕 선병렬 송영길 오영식 우상호 우원식 우윤근 유기홍 유선호 유승희 윤호중 이경숙 이광철 이기우 이상민 이석현 이영호 이은영 이인영 이호웅 이화영 임종석 임종인 임채정 장복심 장영달 전병헌 정청래 조정식 최재성 한광원 한명숙 한병도 홍미영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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