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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정선 작가 작품
ⓒ 정연우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는 뜻의 라틴어인 메멘토 모리는 죽음이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인간에게 삶의 덧없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중세 예술가들뿐만 아니라 현대의 작가들까지 한번씩은 작품에서 다루어보고 싶어 하는 매력적이면서도 두려운 소재이다.

현재 부산 프랑스문화원에서 열리고 있는 배정선 작가 사진전인 ‘메멘토 모리’도 우리에게 사라져가는 부산 남구 용호동의 한 마을의 ‘폐허’와 ‘소멸’ 그리고 ‘덧없음’을 담담하게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녀의 사진 속에 담겨진 장소는 오륙도 앞에 위치한 한 마을로 한때 ‘문촌’이라고 해서 나병(한센병)환자들이 격리 수용되었다가 지금은 폐허가 된 곳이다. 일반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인데 배 작가가 용호동 오륙도 탐사를 촬영하러 갔다가 우연히 사라져가는 이곳의 폐허를 보고 사진으로 기록하게 되었다.

▲ 배정선 작가 작품
ⓒ 정연우
배 작가는 이곳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고 한다. 한번은 자욱하게 안개가 끼고 비가 내리는 날의 아름다움을 보기도 했고, 사람들이 버리고 간 아픈 강아지의 눈을 통해 슬픔을 배우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폐허가 된 집들을 보면서 사라져간다는 것의 허망함을 느끼기도 했다고 한다.

배 작가는 이러한 일련의 소재들에서 야산과 언덕, 전봇대, 휘어진 철근 구조물, 부서진 판자들 등 폐허가 된 구조물과 황망한 장소를 카메라에 담아왔다. 이곳에서 작가는 사진을 통해 ‘무언가의 의미’를 던져주기 보다 ‘자신이 체험한 경험’을 사진을 통해 담아내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이것은 작가가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통해 삶의 덧없음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사진속의 배경으로 담고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그리고 작가는 작품에서 삶의 덧없음(메멘토 모리)뿐만 아니라 ‘삶이 얼마나 소중한가’라는 희망을을 찾으려고 고심한 흔적도 역력히 보인다.

▲ 배정선 작가 작품
ⓒ 정연우
배 작가는 “새벽에 용호동에 촬영하러 가면 왠지 모르게 적막한 분위기 때문에 종종 무서움을 느끼기도 한다”며 “그러나 해가 떠오르고 주위가 밝아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편안한 안식을 찾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여기서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죽음에 대해 성찰뿐만 아니라 유한한 삶 속에서 깨달은 진정한 삶의 의미를 긍정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또한 이번 전시회의 주목할 점은 작품들 중 일부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디지털 카메라를 가지고 작업했다는 것이다. 배 작가를 잘 아는 사진작가는 이것에 대해 “디지털이 생기면서 정선씨는 작가가 되었군요”라고 전하기도 했다.

▲ 배정선 작가 작품
ⓒ 정연우
최근 배 작가는 금정구 부곡동에 자그마한 디지털 작업 공간 'Time' 마련했다. 이곳에서 그녀가 촬영한 사진들을 디지털로 작업하면서 그녀의 작업이 가속도가 붙었다고 한다. 배 작가는 마지막으로 “앞으로 올 9월경에도 다른 분야의 작가들과 함께 ‘창문’이라는 주제로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며 “사진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싶다”고 전했다.

배정선 사진전 ‘메멘토 모리’는 부산시 동구 초량동 부산 프랑스 문화원 7월 9일부터 7월 31일까지 전시되며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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