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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소에 놓여진 고 김동민씨 영정
ⓒ 심규상
교도관 수백 여명이 촛불 시위를 벌이며 법무부 장관에게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교도관들의 집단 시위는 촛불 추모집회 성격이었지만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16일 저녁 8시. 대전 건양대병원 장례식장 앞이 촛불로 일렁였다. 대전교도소를 비롯해 전현직 교도관들이 촛불 추모집회를 열며 고인의 넋을 위로하는 한편 강금실 법무부장관에게 징벌제도 등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근무도중 수용자에게 폭행당해 숨진 고 김동민 교도관

지난 15일 대전교도소에 근무하던 교위 김동민씨가 숨졌다. 김씨는 지난 12일 근무도중 교도소내 수용자 김아무개씨에게 폭행 당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가 끝내 사망했다. 당시 녹화된 CCTV를 본 동료 교도관들은 "지난 12일 면담부를 정리하던 고인을 김씨가 갑자기 쇠파이프로 무차별 폭행, 사망했다"고 증언했다.

김씨의 사망 소식 전해지자 전국 교도관들이 술렁였다. 법무부와 대전교도소의 홈페이지는 이틀 사이에 교도관들과 그 가족들이 전하는 항의와 추모글로 넘쳤다. 김씨의 빈소에 몰려든 교도관들도 "오늘은 고인을 위해 슬피 울지만 내일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나를 위해 울어야 할 차례”라고 말했다.

ⓒ 심규상
이재호(35, 대전교도소 교회사)씨는 “김동민씨의 죽음에 분노보다는 두려움이 앞선다”며 “현재 교도관들은 자신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장치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대전교도소에서만 교도관들이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한 달에 서너 건에 이른다”며 “부끄럽지만 교도관들이 일부 수용자들에게 농락 당하고 끌려 다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석우일(38, 대전교도소 근무)씨는 “수용자들의 부당한 요구를 들어 주지 않으면 고인처럼 결국 쇠파이프에 머리를 맞게 된다”며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이같은 교도관 폭행사건이 교도소의 밀행주의로 외부에 일체 알려지지 않고 이 때문에 개선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90% 이상의 대다수 수용자들은 모범적인 수용생활을 하고 있다”며 “문제는 전체 수용자의 5%에 이르는 ‘개선 극란자’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교정 직원들의 생명권 보장장치, 개선 극란 수형자에 대한 엄격한 징벌제도, 수용자 들의 고소-고발-진정 남용 통제, 수용자 자살-자해 행위로 인한 직원 문책 중단, 교정인력 확충 등을 개선책으로 제시했다.

일선 교도관들은 교정당국에 의한 수용자들의 인권탄압 전력과 우려에 대해서는 “과거 군사독재시절 횡행했던 수용자에 대한 인권탄압은 사라졌다고 자신한다”며 “그동안 고위직 교정직 공무원들이 보신주의적 폐쇄행정으로 교도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악화시켰다”며 “이제 교도소도 오픈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일선교도관들은 그 방안으로 “인권단체 관계자들이 각 교도소에 사무실을 만들어 상주하게 하고 교도소 내에 언론기자들의 자유로운 취재를 전면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 김동민씨의 사망사건을 계기로 전국 교도소 교도관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 심규상
<오마이뉴스>는 이날 밤 김씨의 빈소에서 만난 여러 명의 교도관들로부터 교도소내 수용자와 교도관의 일상을 구체적으로 들어 보았다(증언 교도관의 실명은 따로 밝히지 않는다).

-수용자가 고 김동민 교도관을 폭행한 사유는 무엇인가?
“현재 조사가 진행중이다. 가해자는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숨진 김동민 교도관이 평소 가해자의 부당한 요구를 들어 주지 않은 데 따른 앙갚음이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조사가 끝나지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나?
"가해자 김OO는 전국 교도소에서 유명한 문제수다. 자신의 살인 죄명을 자랑스럽게 내세우며 동료 수용자를 무차별 폭행한 전력도 있다. 또 교도관들을 위협하고 협박해 왔다. 개인적으로 가해자 김OO를 상담한 적이 있는데 영치금을 매달 5만원씩 넣어 줄 것을 요구해 왔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저런 거짓사유를 만들어 고소, 고발하고 괴롭히겠다고 했다.

▲ 대전교도소 이재호 교회사
ⓒ 오마이뉴스장재완
같은 내용으로 면담을 세 차례 했는데 그때마다 거절했다. 그 뒤 한달여 지나 우연히 김OO를 만났는데 나를 보고 ‘O주임! 그때 마지막 거절하고 나갈 때 뒷통수 깔려고 했어. 운 좋은 줄 알어’라고 말했다. 그 후로 꼭 1년 6개월만에 이번 사건이 터졌다. 돌이켜 보면 나도 그때 죽을 수 있었다.”

-이번처럼 수용자로부터 교도관이 폭행 당하는 사고는 극히 이례적인 일 아닌가?
“아니다. 우발적이고 이례적인 것이라면 우리가 왜 이렇게 두려워하고 분통을 터트리겠나. 전국 교도소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 해에도 타 지역 교도소에서 수용자에게 맞은 교도관이 뇌사상태에 빠진 일이 있었지 않나? 대전교도소에서만 똥 뿌리고 직원을 다치게 하는 물리적 폭력사건이 한 달에 1~2건씩 꼭 일어난다. 입에 담지 못할 언어폭력은 폭력이라고 얘기할 수도 없다. 부끄럽지만 교도관들이 일부 수용자들에게 농락 당하고 끌려 다니고 있다.”

-그런 경우 수용자들에게 징벌 등 별도의 처벌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1개월간 금치를 가할 수 있다. 독거방에 한 달 동안 혼자 격리 수용해 놓는 것이다. 하지만 실효성이 전혀 없다. 수용질서를 잘 준수하는 대다수 수용자들에게는 실효성이 있지만 규율위반을 상습적으로 하는 수용자들은 1개월 금치를 징벌이 아닌 휴양 정도로 여기고 있다. 자진해서 징벌방에 보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용자들의 고소·고발, 진정권이 교도관을 괴롭히는 무기고 수단이라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내 경우를 들어 설명하겠다. 교도관 4년 하는 동안 네 번 고소당했다. 한 예로 한 수용자가 워드 3급 필기시험에 합격했는데 3급이 아닌 1급 실기 시험을 보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안된다고 했더니 직권남용으로 고소했다. 한번 고소당하면 진술서, 사유서, 수사기관 조사 등으로 한 달 이상을 고생해야 한다. 이 건의 경우 무혐의 처리됐다.‘수용자가 법리해석을 잘못한 것’이라며 수용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다. 무혐의 입증 책임이 교도관에게만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수용자들은 교도관들을 괴롭히기 위해 교도소 말로 ‘빈총’(거짓 고소)을 쏜다. 수용자들의 고소·고발, 진정사건의 99%가 무혐의인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일방적으로 교도관들만 당하다보니 진정하겠다고 협박해 오면 귀챦거나 부담스러워서 영치금을 넣어 주고 승복하는 교도관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부당한 요구에 당당히 맞서다 보면 고인처럼 문제수들에게 찍혀 쇠파이프에 머리를 맞게 된다. 이것이 현실이다.”

-일부 수용자들에 국한된 얘기 아닌가?
“그렇다. 수용자의 90% 이상은 수용질서를 준수하고 있다. 우리가 지적하는 것은 소위 ‘개선극란자’ 5%에 관해서다. 대전교도소는 약 100여명, 전국 각 교도소에 평균 20-30여명이 존재한다. 5%의 개선극란자에게 행정력이 쏠려 선량한 대다수 일반 수용자들이 선의의 피해를 보고 있다.”

"교도소인권 외쳐온 시국사범 자리 일부 문제수들이 차지해"

-언제부터 교도관들이 수용자들부터 신변의 위협을 느껴왔나?
“한국의 인권은 독재정권과의 투쟁의 역사다. 독재정권 종식과 민주화 노력이 곧 한국의 인권역사다. 교도소 수형자들의 인권흐름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교도소 밖에서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싸울 때 교도소 내에서는 교정당국과 공안수(시국사범)간의 대결이 있었다. 이 때문에 민주주의 불이 밝혀졌고 사회 각 분야가 대청소됐다. 공안수가 하나 둘 줄자 나머지 수용자들이 인권의 조명을 받게 됐다.

문제는 공안수의 자리를 선량한 대다수 수형자들이 아닌 일부 문제수들이 독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안수와 문제수들은 현격히 다르다. 이들은 법의 테두리를 넘나들며 자신들의 사소한 이익만을 위해 고소 고발을 남용하고 수용자와 직원들을 위협한다.”

-그동안 이같은 일들을 왜 '쉬쉬' 해왔나?
“교도행정의 밀행주의 때문이다. 치부를 감추고 실적과 업적을 중시하는 고위직과 공직사회의 생리도 이에 한몫하고 있다. 일례로 이번 교도관 폭행 사망사건도 교정당국에서는 일체 보도자료를 내지 않았다.”

▲ 16일 김씨의 빈소앞에서 열린 추모촛불집회
ⓒ 대전교도소장례대책위
-어떻게 개선되어야 한다고 보나?
“한마디로 교정직원의 생명권을 보장해 달라는 거다. 오늘은 고인을 위해 슬피 울지만 내일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나를 위해 울어야 할 차례다. 이를 고치자면 교도소 내에서 상습적으로 규율을 위반하는 개선극란 수용자를 대상으로 특별정신교육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징벌제도를 강화시켜 달라는 것이다. 현재의 교양강좌 방식으로는 이들을 통제할 길이 없다.

또 수용자들의 고소, 고발 남용을 통제할 수단이 필요하다. 교도소에 고문변호사를 두고 고소고발 남용에 대한 행정처벌의 근거도 마련돼야 한다. 수용자의 자살미수, 자해수용자에 대한 직원문책도 중단해 자해가 일부 수용자의 의견을 관철시키는 수단이 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정인력을 보강해야 한다. 1명의 교도관이 100~200명을 계도하는 현실은 분명 개선돼야 한다.”

-그동안 교정당국에 의한 수용자 인권탄압이 존재했던 것이 사실 아닌가. 이런 점에서 이같은 조처들은 또 다른 인권탄압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보는데.
“과거 군사독재시절 수용자에 대한 인권탄압이 있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라졌다고 자신한다. 그런데도 그동안 고위직 교정 공무원들의 보신주의적인 폐쇄행정으로 교도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지 않고 악화돼 왔다.

향후 인권유린 우려에 대해서는 교도소를 오픈시키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인권단체 관계자들이 각 교도소에 사무실을 만들어 상주하거나 자유롭게 출입, 수용자를 상담하게 하고 교도소 내에 언론기자들의 자유로운 취재를 전면 허용한다면 이같은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교도소도 오픈해야 한다.”

"이제 교도소도 오픈해야"

-그렇더라도 신체활동을 가미한 특별정신교육은 인권탄압 소지가 있다고 본다.
“현재의 징벌 방법인 격리 독거 수용은 오히려 수용자들에게 나태를 가르칠 뿐 교화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징벌이 통제수단이 되지 않고 오히려 요양생활 정도로 치부되고 있다. 이 자리에 모인 교도관들이 하나같이 공포감에 휩싸여 있다는 사실을 알아달라. 인권을 유린하자는 것이 아니라 교도관의 생명을 보장해 달라는 거다.”

-향후 계획은?
“우선 김동민씨 장례식에 힘을 모으고 있다. 빈소에 오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대전교도소 홈페이지내에 사이버 분향소(www.tjc.go.kr)를 설치했다. 17일 오전 10시 대전교도소에서 영결식도 가질 예정이다. 이후 법무부와 교정당국에 개선개선을 거듭 촉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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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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