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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 (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이 11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행정수도 이전 반대는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거부하고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졸속 반대' 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던 사람들이 다시 행정수도 이전 반대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고까지 나갔다.

지난 8일 노 대통령이 "일부 언론의 신행정수도 이전 반대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퇴진운동으로 느낀다"고 신행정수도 이전 반대론자들을 비판한 이후 나온 최고위급 인사의 '정치적 발언'이다. 김 실장이 '학자 출신의 정책실장'이기에 그의 발언은 다소 이례적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과 김 실장의 관계를 알면 그가 '총대'를 메고 나선 것에 수긍이 간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은
10년 이상의 '숙성' 거친 정책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은 참여정부를 상징하는 핵심 국정지표 중 하나이지만, 노 대통령과 김 실장 두 사람은 이미 10년 전부터 이같은 정책목표를 가지고 일로서 관계를 맺어온 '지방자치 10년 지기'이다.

즉 노 대통령의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에 대한 생각은 대선을 앞두고 충청표를 얻기 위해 '급조'된 것이 아니라, 지난 93년 설립한 지방자치실무연구소를 모태로 10여년 이상의 '숙성' 과정을 거쳐왔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2002년 10월에 열린 행정수도 이전 정책토론회에서 이러한 사실을 밝힌 바 있다. 당시 노 대통령은 "93년도에 지방자치실무연구소를 설립해서 지금까지 운영해 왔다"면서 "그 연구소의 지향점은 분권사회, 지방화사회를 통해 우리 사회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자치실무연구소는 당시 민주당 부총재였던 노 대통령이 직접 편저한 <지방자치의 성패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한다>를 비롯해 <한국의 지방자치>, <지방자치시대의 정책과 공약> 등 10여권의 책을 펴냈다.

노 대통령은 이미 그 당시에 자신이 편저한 <지방자치의 성패가…> 머리말에서 "지방자치시대가 열리면 중앙집권에서 지방분권으로, 권력독점에서 권력분점으로의 '권력이동'이 진행된다"고 권력분점이 지방자치의 핵심임을 밝힌 바 있다.

김 교수는 '노무현 지방자치실무연구소장'의 이론을 뒷받침한 핵심 이론가

이와 같은 지방자치론을 뒷받침한 핵심 이론가가 바로 김병준 교수(국민대 행정학과)이다. 대구상고·영남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미 델라웨어대에서 박사학위(정치학)를 받은 김 교수는 당시로서는 새로운 시민운동의 지평을 연 '경실련'에서도 활동한 신진학자였다.

더욱이 <한국지방자치의 현실과 과제>, <한국지방자치론>, <지방자치 살리기> 같은 저서에서 알 수 있듯이, 지방자치는 김 교수의 '전매특허'였다. 그러니 노무현 지방자치실무연구소장이 지방자치 이론가인 김병준 교수를 연구소에 영입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나 김 교수 그 자신이 이른바 '상고-지방대 출신'으로 이른바 명문대 중심 학계의 '비주류 학자'였기에, '상고 출신의 비주류 정치인'인 노 대통령과 어쩌면 더 의기투합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두 사람은 지방자치연구소를 중심으로 비슷한 처지에 있는 '변방의 비주류 인맥'을 네트워킹 해나갔다. 실제로 연구소는 나중에 지방자치실무연구원으로 확대 개편되면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인맥의 모체가 되었다.

이를테면 김병준 교수는 1995년 6·27 지방선거를 앞두고 연구원에서 개설한 '지방자치학교'의 대표강사로 100여명의 지방의원과 기초단체장을 배출했으며, 나중에 대선 때는 연구원 이사장으로 1700여명에 달하는 '온라인 정책자문단'을 이끌었다.

바로 이처럼 10년 동안 숙성시킨 지방자치 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애정과 확신이 있기에, 노 대통령은 9일에도 "30년 동안 내리막으로 가고 있는 지방을 다시 회복시키기 위해 만든 것이 국가균형발전 전략"이라고 선언했던 것이다.

또 그렇기에 노 대통령은 "지방이 이제 드디어 사람이 줄어드는 흐름을 멈추고, 다시 활력이 되살아나는 그런 전환·반환점을 한 번 꼭 제 임기 내에 만들어 보는 것이 저의 야심"이라고 재임중 이루고 싶은 '야심'을 솔직하게 드러낸 것이다.

참여정부 캐치프레이즈는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2002년 7월 11일, 타워호텔에서 열린 민주당 대통령후보 정책자문단회의에 참석한 노 후보와 국민대 김병준 교수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의사회 구현'(전두환 정부)과 '보통사람의 시대'(노태우 정부)처럼 명실상부하지 않은 우스꽝스런 '캐치프레이즈'도 있었지만, 대개 역대 정부는 저마다 각자의 특성을 드러내는 단순 명료한 '캐치프레이즈'가 있었다.

이른바 문민정부에서는 조선총독부 건물 해체로 상징되는 '역사 바로 세우기'가 그것이고, 국민의 정부에서는 햇볕정책으로 상징되는 '남북관계 바로 세우기'가 그것이다.

참여정부의 그것은 물론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고, 그것을 구호화 하면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이다. 그것을 노 대통령의 '야심'에 대입하면 '지방이 살아야 노무현 정권이 산다'이다.

신행정수도 이전은 바로 그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라는 대역사(大役事)의 첫 삽이다. 그러기에 노 대통령은 이미 6월 15일 국무회의에서 "신행정수도 이전문제는 정권의 명운과 진퇴를 걸고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대역사의 첫 삽은 김병준 실장에게도 20년 갈고 닦은 지방자치이론을 현실에 구현시키려고 노력해온 학자로서의 자존심과 학문적 성취가 걸린 일이기도 하다.

그러니 현실 참여학자인 그가 '총대'를 메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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