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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넷. 고 김선일.

영전에 향을 사른다. 고개 숙여 사른다. 속죄의 마음으로 사른다. 향연이 원혼처럼 너울진다. 속절없이 눈물이 흐른다. "살려달라!" 고인의 절규가 귓전에 생생하다. 그렇다. 붓이란 얼마나 무력한가.

하지만 그래서다. 쓴다. 참혹한 영전 앞에, 피맺힌 유령 앞에 쓴다. 슬픔을 삼키며 쓴다. 두 사람의 이름을. 조지 부시 그리고 노무현.

한 사람은 미국 대통령, 또 한 사람은 한국 대통령. '직업'은 같다. 하지만 두 사람은 다르다. 아니, 적어도 달랐다. 성장 환경도 달랐고, 유권자에 '약속'도 달랐다. 하지만 보라. 오늘 두 사람은 '친구'다. 국제 무대에 올라 '이중창'을 부른다.

무릇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객관화하기 어렵다. 스스로 미화하기 십상이다. 하물며 '인기'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정치인은 더 그렇다. 하지만 정치인 자신이나 그 나라 유권자를 위해서도 착각이나 환상은 금물이다.

보라. 영국의 총리마저 국제 사회에서 '부시의 푸들'로 불린다. 영국 다음으로 대규모 파병 나라인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앞으로 무엇이라 불릴까.

미루어 짐작할 일이되, 그래도 짚어보자. 고 김선일의 피맺힌 참수 뒤 조지 부시와 노무현의 논평을.

부시는 언죽번죽 말했다. "나는 아직 노무현 대통령과 대화할 기회를 갖지 못했지만 노 대통령이 자유세계는 이 야만적인 사람들의 잔인한 행위에 의해 협박당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할 것으로 희망한다."

'희망'만으로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을까. 덧붙였다.

"미국은 이 사람들에 의해 협박당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자유와 인권, 인간의 존엄성, 예배할 수 있는 자유, 마음을 얘기할 수 있는 자유를 강력히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노 대통령이 그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믿는다."

부시의 '희망'과 '믿음'이 나온 뒤다. 노무현도 담화를 내놓았다.

"테러는 반인류적 범죄이다. 테러행위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결코 테러를 통해서 목적을 달성하게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런 테러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며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결심임을 밝혀드린다."

그렇다. '아량'이 넓은 사람은 말할 수 있다. 그것은 '국력의 차이'라고. 과연 그럴까. 아니다. 미국 공화당과 한국 열린우리당의 차이가 기실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을 고려하더라도 조지 부시와 노무현은 결정적 차이가 있다.

부시에게 이라크는 국익의 문제이다. 아니, 미국 지배세력의 이익이 또렷하게 걸려 있다. 석유통제가 그것이다. 그래서다. 부시가 이라크를 제멋대로 '야만'이라 불러도, 수많은 미국인이 숨져가도, 미국에서 여론조작이 일어나는 까닭은.

하지만 노무현에게 이라크는 무엇인가. 대한민국에게 대체 이라크는 어떤 나라인가. 왜 우리가 이라크와 싸워야 하는가. 왜 우리 젊은이가 참수 당해야 하는가. 왜 이 땅의 언론은 여론을 조작하는가.

공연히 사태를 호도하지 말기 바란다. 마드리드가 피로 물든 뒤, 총선에서 스페인은 사회노동당으로 정권이 넘어갔다. 곧장 철군했다. 묻고 싶다. 그 뒤 스페인 경제가 무너졌는가. 되레 오늘 이라크에서 한국의 기업들은 어떤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가. 무엇보다 아직 올 것이 다 오지 않았다는 것을 정녕 모르는가.

분명히 말하자. 조지 부시는 미국의 이익이라도 지킨다. 하지만 노무현은 무엇을 지킬까. 대체 어떤 국익이 있는가.

그래서다. 노무현이 부시보다 더 용서받을 수 없는 까닭은. 참수 당한 김선일의 영전에 목놓아 통곡하는 까닭은. 옷깃을 여미며 묻는 까닭은.

누가 죽였는가.
김선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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