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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개정의 주요한 관심은 특히 인권규약 제15조와 제19조에 비추어 다소 모호한 용어들은 인권규약의 자구 및 정신과 다른 해석의 여지를 제공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결사의 자유에 대해 과도한 제한이 됨은 물론 진실로 국가에 위험하지 않고 형사적이 아니거나 심지어 비난할 만한 것이 아닌 행위를 처벌하게 될 수 있다.…”(Dimitrijevic)

▲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59차 유엔인권위원회 회의 모습
ⓒ 국가인권위 김윤섭
‘1992년 7월 13일 오후’라는 일시와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인권센터’라는 장소는 국가보안법 개폐와 관련하여 무척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보다 1년여 전 한국 정부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 40조에 따른 최초보고서’를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출했고, 유엔인권이사회는 그에 대한 의견 표명을 위한 첫 토론회를 벌였기 때문이다. 사흘간 이뤄진 토론에는 열네 명의 이사회 위원들과 한국 정부 대표단 등이 참석했다.

국가보안법에 대한 유엔의 관심 표명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친 다양한 회의 등을 통해 이뤄져 왔다. 그 가운데 유엔이 국가보안법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 주효한 문서로는 1992년 7월의 유엔인권이사회 자유권위원회 의견서, 1995년 11월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권리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특별 보고관’(이하 특별보고관)의 한국방문 보고서, 1999년 10월 유엔인권이사회의 한국 정부 제 2차 보고서에 대한 의견서가 꼽힌다.

1992년 7월, 유엔인권이사회가 채택한 의견서는 “국가보안법의 지속적인 적용에 관해 이사회가 주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그 관심도를 표명했다. 이어 “인권규약에 규정된 권리를 완전히 실현하는 데 주된 장애물이라고 인정되는 국가보안법을 제거하기 위한 시도가 심각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권고를 내렸다. 이 의견서는 한국 정부가 낸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관련 보고서에 대한 유엔의 첫 평가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1995년 6월 25일, 한국 인권 신장과 관련하여 귀한 손님이 방문했다. 바로 특별보고관인 아비드 후세인씨였다. 특별보고관은 5박 6일간 한국 사회의 인권과 관련한 정부와 민간단체 등 각계의 인사들을 만나 다양한 정보를 수집했다. 이 방문은 그해 11월 발표한 한국방문 결과 보고서 작성에 반영되었다.

이 결과 보고서에서 특별보고관은 “대한민국 국가보안법의 입법과 시행은 세계인권선언 제19조, 한국이 1990년 가입한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9조 등의 국제인권법에 규정된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적절한 보호를 부여하는 데 실패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별보고관은 국가보안법 제 7조에 의해 처벌된 사건에 깊은 관심을 나타내며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만 국가 안보가 한 개인의 표현의 자유권 행사로 인해 직접적으로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하며 “어떤 경우에도 표현의 자유권 행사가 국가 안보를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받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특별보고관은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을 조사하는 국가안전기획부의 광범위한 자유재량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당시 방북과 관련하여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된 소설가 황석영씨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아내와 아들이 함께 방북했음에도 안기부 공무원들의 재량에 따라 형벌을 유보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의아스럽게 생각했다.

국가보안법에 대한 유엔의 관심은 때론 혹독한 비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1999년 10월, 유엔인권이사회의 한국 정부 제 2차 보고서 검토회의 결과 보고서다. 검토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의 질문은 국가보안법에 무척 비판적이었다.

“국가보안법의 지속적인 적용은 최초보고서의 검토에서도 중대한 우려사항이었는데, 정부대표가 현 회의에서 다시 국가보안법을 옹호하는 것은 불만족스럽다.”(Kretzmer)

“한국에는 기본권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방해하는 사고경향이 있는 듯하다. 이 법 제7조는 명백하게 규약 제19조에 대한 심각한 침해다. … 정부는 남북분단 상황을 말하고 있으나 규약 제4조 소정의 비상사태가 아니다. …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의 90%가 제7조 위반사건인데, 제7조는 명백하게 형편없는 법률이다.”(Lallah)


이에 대해 한국 정부 대표단은 ‘야당인 한나라당과 많은 국민들이 국가보안법의 개정에 반대하고 있어 한국 정부로서는 한국 국민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라는 등의 해명을 했다.

그러나 유엔이사회는 1999년 10월 29일 한국 정부의 제2차 보고서에 대하여 최종적인 결정과 권고를 통해 “(1991년 제출한) 최초 보고서가 규약을 이행하는데 있어 실제상의 구체적인 정보를 충분히 포함하고 있지 않았다고 지적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제2차 보고서도 같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 것”과 “검토회의 중에 위원들에 의하여 제기된 상당수의 질문에 대하여 답변이 없었던 것”에 대해 “유감”의 뜻부터 밝혔다. 국제인권규약 이행에 성실하지 않은 한국 정부의 태도부터 지적한 것이다.

결국 이 보고서는 ▲‘국가보안법의 단계적 폐지’라는 최초보고서 관련 권고를 다시 반복 ▲긴급하게 국가보안법 제7조를 규약에 합치하도록 개정 ▲준법서약서 반드시 폐지 등의 결정과 권고를 했다.

비단 유엔의 관심이 아니더라도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는 한국 정부의 인권지수를 가늠하는데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따라서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가 세계에 인권을 소중히 하는 정부라는 것을 알릴 수 있는 호기가 될 지, 표현의 자유 등을 억압하는 국가라는 오명을 안고 가는 짐으로 남을지는 오로지 한국 정부와 국회의 태도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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