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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 성화주자인 야오밍이 이허위엔 성화대에 점화하고 있다.(CCTV 화면)
2004 아테네올림픽(8월13~29일) 성화가 시드니, 멜버른, 동경, 서울을 거쳐 6월 8일 아침 6시 베이징에 도착, 이틀간의 중국 성화 봉송 일정을 마치고 인도 델리로 넘겨졌다.

6월 9일 베이징에서 거행된 성화 봉송에서 중국은 2008년 올림픽 개최국으로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을 유도하는 국가 차원의 강력한 동원력과 베이징의 문화적 함량을 잘 보여 주는 세련된 기획력을 과시하였다.

9시 15분, 베이징의 중심인 톈안먼 광장의 서편 인민대회당을 출발한 성화는 오후 6시 14분 베이징 서북쪽 황제 원림의 본원인 이허위엔(頤和園) 성화대에 점화되면서 막을 내렸다.

국가 간부, 역대 올림픽 메달리스트, 연예인, 모범노동자, 학생, 외국인 등 전국 각계 각층에서 선발된 148명의 성화 봉송 주자 중 첫번째 주자는 중국올림픽위원회 부주석인 위자이칭(于再淸)이었다. 마지막 주자는 '걸어 다니는 만리장성'이라 불리는 NBA스타 야오밍(姚明)이 맡았다.

중국의 상징인 톈안먼 광장을 빠져나간 성화는 역대 황제가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톈탄공원을 거쳐 현대화된 빌딩 숲과 수백 년 역사가 흐르는 후통(胡同·중국의 전통 문화 골목)을 거쳐갔다. 그 다음 자금성 북문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 공사장에서의 다채로운 전통문화공연을 감상하고 중국 최고의 지성들이 모인 칭화와 베이징대학을 거쳐 멋들어진 이허위엔에 안착했다.

55km의 성화 봉송 코스 안에는 중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베이징 시민들의 열정과 차기 올림픽 준비 상황 일체가 융합되어 표출됐다. 이를 통해 베이징올림픽위원회의 철저한 안배와 기획이 스며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 36도의 폭염에도 성화 봉송 코스에는 엄청나게 많은 시민들이 나와 성화주자들을 환영하고 격려하는 모습이다.
ⓒ 김대오
36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도 연도에 늘어선 베이징 시민들은 중국 국기와 올림픽 엠블렘을 흔들며 성화 봉송 주자들을 격려했다. 성화 봉송 코스 주변에는 학생들과 각종 단체들이 준비한 무술, 댄스, 사자춤 등 다채로운 공연들이 펼쳐졌다.

또한 이번 성화봉송에는 중국적인 특색을 살리기 위해 1.3km 구간에서 자전거를 이용한 성화 봉송이 이루어져 눈길을 끌었다. 특히 한국인으로서는 삼성전자의 이상현, 이기태 사장이 참가하여 기업 홍보와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중국은 이번 아테네올림픽 성화 봉송을 통해 차기 올림픽 개최지로서 국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베이징의 문화적 함량, 올림픽 준비 상황, 개최 능력 등을 일거에 과시하는 기회로 삼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모든 언론이 성화 봉송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축제 분위기를 만들고 자연스럽게 국가주의를 고양시키는 모습이었다.

성화 봉송,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중국은 비록 개인이나 시민사회의 자체적 역량은 미약하지만 국가가 조직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자원과 역량은 참으로 막강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됐다.

성화 봉송 환영 피켓과 포스터를 제작하던 칭화대학의 한 학생은 성화 봉송 환영을 위한 준비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졸업 후 자신의 진로와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열심히 땀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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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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