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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 소록도 병원 입구에 붙어 있는 행사 안내 플래카드
ⓒ 임두만
소록도. 작은 사슴이 사는 섬.

전라남도 고흥군 도양읍 녹동리. 고흥 반도 끝자락에 남해안의 항구로는 제법 큰 항구인 녹동항이 있다. 이 녹동항에서 불과 500여m 거리에 있는 면적 113만 평의 이 작고 아담한 섬이 바로 소록도다.

우리들의 생각 속에서는 남해안 어느 낙도보다 더 멀리 있을 것 같은 소록도. 하지만 이 섬은 육지로부터 불과 500m의 거리를 두고 있을 뿐이다.

소록도의 역사는 19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16년 일제는 이 섬에 한센병 환자들을 유폐시키기 시작했다. 당시 한센병은 전세계 어디에나 있었던 것으로 한센병 환자들은 병증이 심해지면 가족과 고향을 떠나 다리 밑이나 움막에서 살거나 유랑, 걸식했다.

조선 총독부는 이러한 환자들이 국가 위상에 장애가 된다고 생각하고 이들을 일정한 장소에 격리 수용할 방침을 세웠다. 그리고 전국 각지를 답사하여 소록도를 적지로 선정했다. '섬'이라는 지리적 요건으로 인해 자연적으로 격리되면서, 기후가 온화하고, 생활에 필요한 물이 많으며, 육지와 가까워 물자를 나르기가 쉬웠기 때문이다.

▲ 소록도 해변 전경
ⓒ 임두만
작은 사슴처럼 생겼으며 실제로도 사슴들이 살던 소록도가 우리들에게 알려진 것은 이 때부터다. 그러나 격리 치료라는 미명으로 섬에 유폐된 사람들은 건강한 사람들도 감당하기 어려운 강제 노역에 동원됐다.

병원 본관에서 중앙 운동장으로 가는 길목에는 '감금실'이라는 하얀 페인트의 간판이 달린 건물이 있다. 어떤 곳인지 의문이 들어 안내하던 직원에게 그 뜻을 물었더니 직원은 우리 일행을 말없이 '소록도 역사관'이라는 작은 건물로 안내했다.

▲ 일제 시대 강제 억류에 반항하는 환자들을 가두던 감금실
ⓒ 임두만
바로 그곳에 이 작은 사슴섬에서 서럽게 죽어간 영령들의 역사가 숨쉬고 있었다. 그 중 '원생들의 수난사'란 이름으로 붙은 사진 소개글을 소개한다.

"1933년, 제4대 원장으로 부임한 수호(周防正季)는 첫번째 목표를 확장 사업에 두고 먼저 1회 10만장, 연간 140만장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벽돌 공장을 완성하였다. 원생들은 이 확장 사업을 위해 벽돌 제조, 자재 하역, 골재 운반, 도로 개설, 도배 등 힘들고 험한 공사에 동원되었다.

제1차 확장 공사 이후 수용원생의 급증으로 대규모의 확장 공사가 다시 시작되었다. 1년간의 제2차 확장 공사로 직원 관사 42동과 물품 창고 2동, 그리고 소록도 일주도로가 완성되었다.

1937년, 중일전쟁으로 인해 원생들의 생활은 굶주림과 강제 노동으로 점차 피폐해지고 있었으나 수호는 다시 3차 확장 공사를 시작하였다. 원생들은 이러한 요양소 확장에 동원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매일 수만장의 벽돌을 구워내야 하는 등 이중 삼중의 중노동을 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것으로 원생들의 시련과 고난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는 노동력도 없는 원생들까지 동원하여 연간 6천㎏의 송진을 채취하고, 1941년도에는 500대의 가마니틀을 구입하여 연간 30만장의 가마니를 생산하였으며, 연간 1500장의 토끼 가죽과 3만포의 숯을 제조하는 등 전쟁 군수물자 생산에 동원되었다."


감금실은 강제 노역과 굶주림에 시달리다 못해 탈출한 원생들이나 병증이 깊어 할당된 작업량을 채우지 못한 원생들, 그리고 인권 말살의 강제 격리 정책과 강제 노역을 항의하는 원생들을 잡아다 가뒀던 자체 감옥이었다.

소록도에는 섬 어디를 가든지 그 수난의 역사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병원 '본관'과 '자원봉사관'이라는 이름으로 지어진 현대식 건물을 빼면 섬 내에 있는 건물의 거의 90%와 병원 조경이라는 이름으로 심어져 섬의 경관을 이루는 많은 나무들까지 모두 슬픈 수난의 역사를 갖고 있다.

▲ 1916년 5월 17일 개원한 국립소록도병원 전신 자혜의원 전경
ⓒ 임두만
5월 17일, 소록도는 특별한 날을 맞이 했다. 1916년 5월 17일 소록도 자혜의원으로 개원한 현 보건복지부 국립 소록도 병원이 개원 88주년을 맞은 것이다.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병을 이겨내고 전국의 88개 정착촌에 흩어져 살고 있는 한센병 가족들이 소록도에서 전국 한센인의 날 행사를 개최한 것이다. 이날 행사는 국립소록도 병원(원장 김중원)과 한센가족 자립을 위해 설립된 한빛복지협회(회장 임두성)가 공동 주관했다.

▲ 개회사를 하는 한빛복지협회 임두성 회장
ⓒ 임두만
▲ 한센병 환자 시인으로 잘 알려진 한하운 시인을 기념하는 보리피리 시비
ⓒ 임두만
이날 행사는 보건복지부와 한센복지협회가 후원하였으며 김성수 성공회대 총장과 김환태 성 나자로 마을 원장 등이 직접 참여했다. 또한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국장이 장관을 대리하여 직접 소록도까지 방문하여 격려하는 등, 말 그대로 성대하게 치러졌다.

한센병의 병력자들은 파란만장했던 지난날의 애환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소록도를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이곳에서 자신들이 지난날 겪었던 질고를 회고한다.

이제 그들은 부당한 차별과 소외를 이겨내고 이제는 당당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서 소록도의 추억은 언제나 아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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