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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개국의 성지

▲ 신비한 자태인 암마이봉과 숫마이봉
ⓒ 이종원
마이산은 '馬耳歸雲(마이귀운)'이라 하여 안개나 구름에 살짝 걸칠 때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산 전체가 드러나는 것보다 봉우리의 자태가 살짝 드러날 때 신비감도 함께 따라오기 때문이다. 마이산은 외형부터 신기하다. 허허벌판에 봉우리 2개가 삐죽 솟아올랐기 때문이다. 이름 그대로 말의 귀를 닮은 것 같다. 거기다 태조 이성계가 천하를 얻는 꿈의 배경이 되는 곳이었기에 조선개국의 성지로 보호받았던 곳이다.

쿠데타를 성공했으니 망정이지 실패했다면 역모를 제공해준 산이 아닌가? 그렇게 되었다면 비운의 산이고 철저히 외면당했던 산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역사는 승리자의 몫인가 보다.

천왕문과 화엄굴

▲ 화엄굴의 약수는 물이 마르지 않는다.
ⓒ 이종원
북부주차장에서 계단을 오르다보면 고개정상에 천왕문이 나온다. 이곳은 백두대간의 호남정맥과 금남정맥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이고 금강과 섬진강의 분수령이 되는 곳이란다. 그래서그런지 이 지점이 전국에서 가장 기가 센 포인트라고 한다.

천왕문에서 숫마이봉쪽으로 조금만 오르면 화엄굴이 나온다. 굴에서 바람소리가 요상하게 흘러나와 간담을 서늘케 만든다. 그곳 바위 사이에 약수가 흘러나오는데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은 곳이다.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퍼마셨어도 물은 줄어들지 않았다. 숫마이봉의 기를 받아서일까? 이 약수를 마시고 정성스레 기도를 바치면 옥동자를 낳는다고 한다. 토끼 같은 아들, 딸 모두 있으니 그곳엔 얼씬도 하지 말아야지. 24절기중 춘분과 추분에만 햇볕이 약수에 비친다고 한다고 하니 신기할 따름이다.

마이봉의 전설

▲ 암마이봉 정상에서 바라본 숫마이봉과 진안읍내 그리고 자갈과 진흙이 모래에 섞여 굳어진 역암
ⓒ 이종원
하늘나라에서 쫒겨 내려온 산신부부가 큰 잘못을 저질러 속세에 내려와 기도했다. 드디어 하늘로부터 승천의 기회를 얻었다. 남편은 밤 12시에 올라가자고 했고 아내는 힘드니까 새벽에 올라가자고 버티었다. 아내를 이기는 남편이 어디 있는가? 서양의 아담처럼 남편도 아내말을 따라 새벽에 오르기로 했다. 그런데 새벽에 기도하러온 동네 아낙이 승천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그만 비명을 지르고 만다. 산신부부는 하늘로 오르다가 비명소리에 그만 바위로 굳어버렸다. 그걸 말해주듯 숫마이봉은 두 아이를 빼앗고 웅크리고 앉아 있으며 암마이봉은 남편을 등지고 한없이 고개를 떨구고 후회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마이봉의 전설을 접하며 희미한 미소를 지워본다.

'아내 말을 가려서 들어야지.'

세계 최고의 타포니지역

마이산 봉우리는 거대한 역암덩어리다. 자갈이나 진흙이 모래에 섞여 굳어진 퇴적암인 것이다. 마이산 바위 표면은 마마자국이나 달 표면처럼 음푹 구멍이 패여 있다. 이런 현상을 '타포니 현상'이라고 하는데 바위 내부에 매트릭스란 물질이 있어 자갈보다 빨리 침화되어 자갈을 밀어내어 구멍이 생긴 것이란다. 은수사에서 암마이봉쪽을 보면 타포니지형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은수사

▲ 은수사 뒷편의 숫마이봉은 코끼리모습과 닮았다.
ⓒ 이종원
천왕문을 넘어 계단을 내려가면 은수사가 나온다. 태조가 이 곳에서 물을 마시고 물이 은같이 맑았다고 하여 지어진 절이름이다.

▲ 은수사 큰북을 치면 1년동안 무병장수 한다고 한다.
ⓒ 이종원
사찰앞엔 커다란 북이 놓여 있는데 이 북을 3번 치면 무병장수한다고 하여 많은 사람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다.

▲ 은수사 약수 그리고 산수유 꽃을 빨아 먹고 있는 벌
ⓒ 이종원
섬진강의 시원이 되는 은수사 약수도 유명한데 정한수를 떠놓고 밤새 놓아두면 역고드름이 생긴다고 한다. 고드름이 아래로 자라야 하는데 나무처럼 위로 자란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이는 위아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은수사에서 만나 회오리바람을 일으켜 역고드름을 형성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풍향과 풍속, 기온의 3박자가 일치해야만 고드름을 만들고, 똑같은 조건하에 100개를 놓아도 3개정도 밖에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하니 신기할 따름이다.

천연기념물 청실배

1380년 이성계는 운봉전투에서 왜구를 물리치고 개선장군이 되어 개경으로 향하다가 마이산을 보고 깜짝 놀랐다. 바로 이 곳이 꿈에 금자를 받았던 곳이기 때문이다. 자는 사물의 척도이기에 금자를 받은 게 세상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능을 얻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마이산을 보고 감격한 이성계는 이 곳에 배나무를 심었던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자는 기념식수하는 것은 좋아하나 보다. 서양의 개량배에 밀려 우리네 돌배가 거의 사라졌지만 왕의 나무인 청실배나무는 600년동안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이다. 배꽃이 푸른 하늘을 수 놓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마이산 탑사

▲ 마이산 탑사
ⓒ 이종원
마이산이 여러 신비에 감싸여 있지만 탑사 때문에 더욱 그렇게 보였을지도 모른다. 탑은 접착제를 붙인 것도 아니고, 시멘트를 사용한 것도 아니다. 홈을 파서 끼운 것은 더더욱 아니다. 80여기의 탑이 옹기종기 서서 민초의 염원처럼 하늘을 맞닿고 있다.

마이산 여행정보

1. 승용차
서울-경부고속도로-대전통영간 고속도로-장수IC-진안-마이산
서울- 호남고속도로-삼례IC-26번국도 -진안-마이산

2. 대중교통
서울-진안 (남부터미널 4시간 소요)
전주-진안 (전주에서 진안까지 15분간격으로 운행)

3. 입장료
성인 2천원/청소년1천2백원 /어린이9백원
주차비 2천원

4. 주변관광지
풍혈냉천/장수향교/논개생가/논개사당
이 계곡은 좁아서 유난히 바람이 세찬 곳이다. 내가 갔을 때만해도 눈뜨기 힘들 정도로 바람이 거셌다. 어떤 때는 회오리바람이 불어대기도 한다. 지난 태풍 매미 때 수많은 나무가 부러졌지만 탑만은 흔들릴 뿐 무너지지 않았다고 한다.

어떻게 쌓았길래 이렇게 견고함을 유지할까? 이갑용 처사는 낮에 돌을 나르고 밤 12시에 탑을 쌓았다고 한다. 음의 날에는 양의 돌을 올리고, 양의 날에는 음의 돌을 올려 음양의 돌이 서로 맞물리게 했기에 넘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피라미드 형식의 탑은 타원형으로 돌면서 돌을 쌓고 안쪽에 자갈을 채웠다고 한다. 전국 명산에서 가져온 돌을 집어 넣기도 했다. 마지막 돌은 100일 기도를 바치고 올렸다고 하니 그 정성이 참으로 대단하다.

▲ 탑사에서 가장 큰탑인 천지탑
ⓒ 이종원
오행을 상징하는 오방탑이 있고 돛대 역할을 하고 있는 중앙탑도 보인다. 인간의 고통을 덜어주는 약사탑도 보인다. 역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천지탑이다. 마치 서낭당 돌무더기처럼 생긴 피라밋 탑이 제일 높은 곳에 자리잡고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자세히보면 돌 하나 하나에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 만약 내가 탑을 쌓는다면 저렇게 정성을 들일 수 있을까?

시대적으로 뒤숭숭한 시절, 세속을 한탄하며 백성을 구하겠다는 구국의 일념으로 이갑용 처사는 묵묵히 탑을 쌓기 시작했다. 같은 시기에 만든 파리 에펠탑은 거대한 자본과 철근을 들였지만 마이산 탑은 개인이 30년간 맨손으로 이룩한 돌탑이다. 우리네 탑은 자연에 거스르지 않고 자연에 오묘한 힘을 빌어 인간을 구제하고자 했다. 그래서 마이산 탑이 더욱 순수하고 아름다운 빛을 내고 있는지 모른다.

▲ 내 마음의 탑을 쌓자.
ⓒ 이종원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탑을 바라보면서 느꼈던 감동 그리고 용서를 빌고 새로 태어나겠다는 염원 등이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세상을 이끌길 바란다.

이제는 내마음의 돌탑을 쌓을 때가 아닐까?

▲ 마이산의 호수인 탑영제다. 호수에 비친 마이산 암봉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고 한다.
ⓒ 이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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