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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에타 원주민 소년과 아름다운 에메랄드 호수(화산 폭발 이후 생긴 호수)
ⓒ 이경수
아에타 종족은 선사 시대로부터 필리핀과 이웃의 말레이시아, 파푸아뉴기니 등지에 널리 분포되어 있다가 빙하기가 끝나면서 자연스럽게 필리핀 전 지역에 흩어져 살게 되었고, 언어의 상의함에도 불구하고 ‘네그리토인종(Negrito ethnic group)’의 주류 종족이다. 그들은 머리카락이 곱슬이고 키가 작으며 피부가 검어 일반적으로 아프리카 토인들과 비슷하다하여 '네그리토'라고 불린다.

아에타 원주민들의 사용 언어는 필리핀 쟘발레스 지방을 중심으로 ‘쟘발리 보토란(Sambali Botolan)’이 사용되고 빵빵가 지방과 딸락 지방을 중심으로 ‘아에탄 마간시(Aytan Mag-ansi)'어가 통용된다. 그러나 이 두 언어는 서로의 유사성 때문에 보통 ‘쟘발어’로 불리우고 있다.

아에타 종족에게 있어서 피나투보 화산(1745m-화산폭발 이전 그러나 현재는 비공식적으로 1445m; 1991년 6월 13일 폭발)은 태어나면서 보았고 죽어가면서도 보게 되는 삶과 문화의 중심이다. 이들은 그러므로 피나투보 화산을 신성시 여겼고, 그곳에 거하는 많은 동물들을 형제와 같이 친근하게 여겼다. 삶의 방식이 수렵과 채집을 주요 생계 수단으로 하였기 때문에 숲이 우거진 피나투보산은 어머니의 젖줄과 같은 생명의 근원으로 여겼다.

이들은 이 산의 정상에 세상을 창조한 절대 신이 살고 있다고 여겼는데, 이 신을 아포 나말랴리(Apo Namalyary)라 불렀다. 여기서 아포(Apo)는 영어의 '로드'(Lord)와 같은 뜻인데 최고로 존경하는 사람에게도 사용한다. 예로 이 지방의 최고 지방관료인 시장(Mayor)에게 이 호칭을 사용한다.

▲ 큰 아들 다니엘과 함께 한 남 중국해
ⓒ 이경수
나말랴리는 세상을 창조하고 다스리며 진노하는 신으로 여겨지며 모든 인간이 죽으면 나말랴리가 있는 피나투보 정상에 간다고 여겼다. 그 밑에는 하급 신으로 선과 악의 신이 있고 가장 낮은 단계에는 병마를 가져다주는 악귀가 있다고 믿었다.

아포 나말랴리(Apo Namalyary)는 최고의 신이며 천지창조를 했다고 믿기 때문에 죽으면 그에게로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그가 살고 있는 피나투보 화산에 죽은 영들이 모여 있다고 믿고 있으며, 그 화산이 폭발하였을 때 그들의 신이 자신들을 떠나고 죽은 것으로 여겨 마음의 공허함을 갖게 되었다.

그 외의 신들로는 아니토(Anito)들이 있는데 이 아니토는 귀신들을 상징하는 말로써 여러 종류의 귀신이 있다. 아니토 중에 마누니(Manuni)는 속삭이는 귀신으로써 재앙을 불러온다고 믿는다. 원주민들 중에 누가 아프면 '마누니가 간밤에 내 귀에 속삭였다'라고 말하며 주민들은 그것을 누구나 이해한다.

이들 중 아픈 사람들은 샤만(무당)에게 찾아가는데 '샤만’은 마누니와 이야기를 하면서 입김을 불어넣은 5분 후에 대화를 통해 아픈 곳을 찾아내고 아픈 곳을 자신의 힘으로 입김을 통해 해결한다고 믿는다.

원주민들의 문맹률과 교육 환경은 매우 열악하여 전통적인 마을 주민의 90% 이상이 문맹이고, 그 외의 평균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이 다수를 차지하고 한국인 선교사의 도움으로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수학한 원주민이 약간 있다. 이들은 대개 아에타 종족의 지도자로 있으며, 적십자(Red Cross)와 국제아동기금(UNICEF) 등에서 제공한 구호 물자를 관리 보급하는 일을 하였다.

▲ 카라바오 물소를 타고 있는 원주민
ⓒ 이경수
결혼은 12세에서 15세 사이에 이루어지며 그들의 부모들끼리 혼인 약정을 하여 결혼하게 된다. 이 때 남자 측에서는 여자 쪽에 '카라바우'라는 물소나 돼지 등을 선물해야 하며 그 지참금으로 보낸 돼지를 잔치 음식으로 온 마을 사람들이 함께 먹고 즐거워한다.

또한 지참금이 없을 때에는 데릴사위로 처가에 가서 얼마 동안 일을 해 주어야 한다. 결혼식에서는 신랑 신부가 서로에게 음식을 먹여주고 그 후에 뒤에 있는 옷을 가지고 신랑의 집으로 감으로써 결혼이 성사된다.

‘카라바우’나 돼지 등이 좋은 지참금이 되지만 근래에는 라디오나 옷으로도 대체 가능해 졌고, 현재는 일반 필리핀 식으로 결혼식을 올리며 10세에서 13세 등 조혼도 가능하다.

같은 마을의 친척끼리는 결혼을 할 수 없으나 사랑하는 연인이 생기면 ‘야반 도주’를 할 경우가 있으며, 도망치다 붙잡히면 죽임을 당한다. 만약 무사히 도주를 하였어도 부모의 재산을 훔친 것으로 간주하여 다른 아에타 원주민 마을로 들어가지 못하고 아이 2명과 돼지 2마리가 생길 정도의 긴 시간이 흐른 후 고향 마을로 돌아가서 돼지 한 마리는 그들의 부모에게 또 한 마리는 반으로 쪼개어서 이 부부가 친척이 아닌 남이 되었음을 모든 마을 사람들에게 표식으로 삼은 후 마을 사람들에게 용서를 빌고 같이 고기를 나눠 먹음으로서 죄를 용서받는다.

무당이 아픈 사람을 위해 주술을 하는 것이 보편적인 이들의 축제와 연관이 있다. 주술의 형태는 어린아이가 아프면 쌀이나 돼지 등에게 주문을 외고 죽인 후 나쁜 귀신이 다 그 짐승들에게 들어가도록 다시 주문을 외우고 아픈 아이와 온 가족이 그 사체 위로 지나가게 하여 나쁜 귀신을 다 죽은 돼지에게로 옮겼다고 믿은 후에 음식으로 만들어서 나눠 먹는다.

아에타 종족의 장례 문화는 다음과 같다.

▲ 죽은 자는 씻기지 않는다.

▲ 사람이 죽은 장소에는 가지 않고, 집에서 죽었을 경우에는 이사를 하기도 한다.

이유는 피나투보 화산으로 올라가지 못한 혼은 그 주변을 맴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죽임 당한 영혼은 반드시 누군가 살인자의 친척에게 보복을 해 주어만 피나투보 화산으로 올라간다는 믿음 때문에 공공연한 복수극이 이루어지며 이 보복을 두려워하여 고향 마을을 떠나는 사람들도 있다.

▲ 피나투보 화산이 폭발하기 전에는 사람이 죽으면 바나나 잎으로 싸서 산에 있는 나무에 걸어 놓았으나, 현재는 하루만에 땅에다 묻는데, 일반 필리핀 사람들과 같이 회칠한 무덤에 장사지내는 풍습으로 바뀌고 있다.

관을 살 수 없을 경우는 ‘산똘’ 나무 잎사귀 위에 사람을 올려놓고 2일 정도 장사를 지내기도 한다. 현재는 ‘산똘’ 잎 대신 부패 방지 약을 바른 후 땅에 묻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경수 기자는 지난 1997년부터 2003까지 피나투보 화산 지역에 있는 아에타 종족의 사회 복지와 기독교 복음 전파를 위해 일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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