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정문연 주최로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과 관련한 공청회가 열렸다
ⓒ 서상일
최근 중국 정부가 이른바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통해 고구려사를 중국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역사 왜곡 움직임에 대해 국내외 비판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의 저자세 외교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과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 주최로 13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향후 대응을 위한 공청회'에서 열린우리당 김성호 의원은 정부의 외교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중국의 역사왜곡과 관련한 정부의 대응을 보면서 외교부와 문광부, 국방부는 나와 코드가 맞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중국에서는 이 문제를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정부 차원에서 대응하는데 반해 우리 외교부와 문광부는 민간이나 학술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성토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평양을 방문했을 때 북쪽 관리들은 중국이 조직적으로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인식하고 있었다"면서 "당시 북쪽 관리들은 '떼놈들이 왜놈들보다 더하다'라는 말을 하면서 중국과의 관계 때문에 더 이상 역사왜곡에 대해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항의를 할 수가 없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 이날 김성호 의원은 중국의 역사왜곡과 관련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정부의 저자세 외교를 강하게 비판했다
ⓒ 서상일

이어 "북쪽 관리들은 '왜 남쪽에서 가만히 있는지 모르겠다. 북에서는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해 강하게 항의하고, 남쪽에서는 중국의 역사날조에 대해 강하게 항의하면 되지 않겠는냐'는 말을 했다"고 전하면서 "남북공조를 통해 주변국들의 역사왜곡과 날조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의원은 "중국은 북쪽과 관련한 역사를 날조하려 하고 있고, 일본은 남쪽과 관련한 역사를 왜곡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역사왜곡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침략행위와 같은 것이며, 더욱이 중국의 역사왜곡은 적극적인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정부 지원하에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며 단호한 정부의 대응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또 "남북공조에 대한 외국인의 태도도 아주 잘못되어 있다"고 지적하고 "남북이 분단되어 있는 것은 영토가 분단되어 있는 것이지 역사가 분단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외교통상부가 그동안 왜 중국의 역사왜곡에 대해 제대로 파악을 못했는지, 아니면 파악을 했으면서도 제대로 대응을 못했는지 한 번 따져봐야 한다"고 질타했다.

"중국의 고구려사 중국화 주장은 아주 논리가 박약(a pretty flimsy one)하다. 중국의 주장은 논리가 약하고 방어적(weak and defensive)이며, 그것은 중국에 조공을 했던 고대 국가들을 모두 중국의 소수민족 국가로 만들려는 최근 중국정책의 반영이다."(미국의 역사학자 Mark Byington)

▲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이길상 소장
ⓒ 서상일
이에 앞서 이날 주제발표를 한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국제한국문화홍보센터 이길상 소장은 최근 인터넷을 통해 벌어지고 있는 한국학 전공 외국인 학자들 사이의 고구려논쟁을 소개하면서 "현실적인 영토 이외에 역사적인 영토도 미래 국력의 척도라고 생각하는 중국인들의 정치적 계산이 고구려를 둘러싼 역사전쟁을 촉발시켰다"고 분석했다.

이 소장은 "국력을 재는 척도로서 매우 의미있는 것 중의 하나는 자국학을 연구하는 외국인의 규모, 그리고 외국어로 된 자국역사 서적의 양과 질"이라고 강조하고 "그러나 주변 국가인 일본이나 중국과 비교해 볼 때 역사 갈등에서 한국역사를 지키는데 자발적으로 참여하거나 동원될 수 있는 외국인 학자 규모는 1/5~1/10에 불과하다"며 해외 한국학 분야에 대한 정부정책을 비판했다

이 소장은 특히 중국의 역사왜곡의 원인과 관련 "운동가에 가까운 국수주의적 학자들이 '만주는 우리땅'을 외치며 무모한 일을 벌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고 강조하고 "자살적 목적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신의 존립을 위해 오히려 극단적으로 사태를 악화시키는 집단에 대한 경계 또한 외부의 적에 대한 경계 못지 않게 중요하다"며 국수주의적 선정주의를 경계했다.

이 소장은 "그동안 우리 국민들의 역사왜곡에 대한 무관심을 일깨우는데 있어서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은 정부도, 정부 출연기관도, 정치인도, 학자도 아닌 일본이었다"면서 "일본이 역사왜곡의 원조이고, 중국이 역사날조의 장본인이라면 우리는 역사망각의 당사자라는 불명예를 벗을 수 없을 것"이라며 망각의 국민 정서를 질타했다.

이 소장은 이어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지키려는 노력을 자발적으로 하기 보다는 주변국에 의한 역사왜곡과 역사날조가 벌어진 후 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추진하는 수준이었다"며 "이번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사건이 역설적으로 한국바로알리기 사업의 앞날을 밝게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 안병우(한신대) 교수는 "중국은 고구려가 중국의 지방정권이었다고 주장함으로써 고구려의 영토와 만주지역이 고래로 중국 영토였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면서 "현재를 왜곡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의 관계를 왜곡되게 형성하려는 것이 그들의 고구려사 왜곡의 본질"이라고 진단했다.

안 교수는 "일본의 역사왜곡에 비해 고구려사를 자국사로 편입하려는 기도로 대표되는 중국의 역사왜곡은 한국사의 체계를 뿌리 채 흔들 것이라는 점에서 훨씬 심각한 양상을 띠고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같은 역사왜곡은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왜곡하는 일이기 때문에 역사학자와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김만곤 교육부 교육과정 정책과장
ⓒ 서상일
이같은 지적에 대해 교육부 김만곤 교육과정 정책과장은 "중국의 역사왜곡과 관련하여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시민단체의 요구를 정부정책에 적극 반영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온 국민이 이 문제에 대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국민의 관심이 높아져야만 이 문제에 대해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하고 또 관련 예산을 늘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교부 이호성 문화협력과장은 "고구려사를 자국의 역사에 편입하려는 중국의 역사왜곡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잘 알고 있으며 분노하고 있다"면서 "외교 공관을 통해 중국의 역사왜곡 시도가 양국간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중단해줄 것을 중국 정부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또 "학계나 시민사회단체의 요구를 바탕으로 중국 당국의 동향이나 태도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면서 "민족사의 정통성을 훼손하는 역사왜곡과 같은 행위에 대해서는 앞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은 중국 역사왜곡과 한국바로알리기 사업과 관련 앞으로 △중국어로 된 한국 이해자료 개발 △한중 교과서 세미나 및 외국인 전문가 협의회 개최 △중국 교과서 오류 시정 활동 △시민단체 및 학회 활동 지원 등을 해나갈 예정이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