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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오후 국회앞에서 손배가압류 철폐, 노동탄압 분쇄, 비정규직차별 철폐, 파병반대를 요구하는 `노무현정권 규탄 총파업 결의대회`가 민주노총 조합원 7,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올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들의 영정을 들고 영등포 근로복지공단앞까지 행진을 벌이는 노동자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금의 노동상황은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 전반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노동조합과 운동가들에 대한 살인적인 손배·가압류와 각종 부당노동행위, 각종 차별에 시달려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는 이 나라가 과연 노동자들의 권리를 인정하는 나라인가 하는 근본적인 회의를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인권운동사랑방, 다산인권센터,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 연대회의, 민주노동당 인권위원회 등 30개 인권단체들은 12일 <2003년 노동기본권 실태보고서>를 펴냈다.

이들은 보고서를 통해 "지난 2001년 유엔 경제·사회·문화권리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대해 '비정규직 지위 재고, 파업권 행사 노동조합에 대한 형사소추 중지, 공공질서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수준 이상의 공권력 사용 자제'를 권고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에서 주목할만한 대목은 노무현 대통령 역시 후보시절 공약으로 '공권력 투입 자제, 노사분규 법위반자 불구속 수사관행 확립, 손배·가압류 남용 방지' 등을 노사자치의 원칙으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인권단체들은 그러나 6월 시흥안산지역일반노조에 공권력을 투입하면서 노 대통령의 공권력 자제 원칙이 깨졌고, 이후 조흥은행 파업, 철도 파업 현장에서도 공권력 투입이 이어졌고, 손배·가압류 대책에 대한 약속도 실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현재 노무현 정부는 출범 후 246일만에 144명의 노동자를 구속했다고 적시했다. 이는 노태우 정부(80명), 김영삼 정부(87명)의 첫해 구속자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그러나 부당노동행위로 구속된 사용주는 단 한명도 없다.

출범 246일 구속 노동자 144명, 부당노동행위 구속 사용주 0명

보고서는 손배·가압류 문제와 사업주의 부당노동행위, 비정규직 노동자 인권 등 크게 3가지 측면에서 정부의 반인권적 노동정책을 비판했다.

우선 손배·가압류의 경우, 노동자의 정당한 노조활동 등 노동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며 생존 자체에도 위협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청구액이 천문학적 액수이며, 노동자 개인이 아닌 가족, 연대보증인에게까지 그 대상과 범위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이미 전국 50개 사업장이 10월 31일까지 1495억6000만원(민주노총 통계)의 손배·가압류를 청구했고, 사업주들은 이를 빌미로 노조 탈퇴를 요구한다. 인권단체들은 "정부가 오히려 손배·가압류 제기에 앞장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체 손배·가압류 청구 사업장 중 공공부문 26.4%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보고서 마지막으로 비정규직 노동자 인권문제를 지적하며 "안정된 일자리 파괴는 삶의 안전성 파괴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중간착취, 저임금·장시간 노동의 양산은 노동자의 빈곤화로, 가정과 사회의 빈곤화로 확대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건강권은 물론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기본권도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전태일 열사 목도한 노동기본권 부정의 상황"

이번 보고서에서 인권단체가 한국노동현실에 대해 내린 결론은 '전태일 열사가 목도한 노동기본권 부정의 상황'이다.

단체들은 "최근 노동자들의 연이은 분신, 자결 사태는 노동자들의 처절한 인권선언"이라고 주장하며 "정부가 노동자들의 생존적 요구를 지속적으로 묵살할 때, 우리 사회에서 법치가 불가능항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단체들은 보고서를 맺으며 ▲현재 청구된 손해배상 청구 취하 및 노조원에 대한 가압류 해제 ▲구체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방안 제시 ▲사용자 측 요구에 따른 공권력 투입의 자제 ▲합법적 집회 시위 침해 중지 및 이전까지의 공권력 투입에 대한 사과 ▲WTO 양허안, 경제자유구역법 등 '경제우선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인권단체들은 이 보고서를 기초로 이후 국가의 노동기본권 이행에 대한 감시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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