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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26일 당사에서 대선자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김영일 전 사무총장.
ⓒ 오마이뉴스 최경준
12일 오전 9시30분경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사무총장을 지낸 이상수 열린우리당 의원이 대선자금에 대한 검찰수사를 받기 위해 김홍섭 전 민주당 재정국장과 이화영 전 민주당 총무국장을 대동하고 대검찰청에 들어섰다.

같은 시각, 이날 검찰에 자진 출두하겠다고 밝혔던 김영일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시내 모처에 있으면서 박진 대변인의 '입'을 빌어 "오늘 검찰에 출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검찰 출두를 취소한 이유에 대해 "형평성과 공정성을 상실한 검찰의 표적수사 대상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영일 "검찰 사과 없는 한 출두 않겠다"

김 의원은 11일 오전까지만 해도 12일 검찰 자진출두 방침을 고수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검찰이 한나라당도 SK 외의 그룹으로부터 거액의 불법 대선자금을 수수한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이라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갑자기 자진출두 의사를 철회했다.

김 의원은 "자진 출두하려고 하는 상황에서 검찰이 언론에 불법 자금을 모금한 것처럼 흘리는 것은 납득할 수 없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내일(12일) 검찰에 출두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김 의원은 검찰 출두 예정일인 12일 오전에도 박진 대변인을 통해 검찰 출두 취소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혀왔다.

"오늘은 나갈 수 없다. 검찰이 적절한 사과와 해명을 하고, 책임자에 대한 조치가 선행되지 않으면 어떻게 나갈 수 있나. 자진 출두를 통해 검찰 수사에 협조하기로 했으나 근거 없는 사실이 언론에 의해 기정 사실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표적 수사에 출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재오 한나라당 사무총장 겸 비대위원장도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김 의원의 검찰 출두 취소에 대해 동조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무슨 사실을 숨기거나 비켜갈 생각이 없다. 대선자금과 관련, 밝힐 수 있는 의혹은 다 밝혀야 한다. 그러나 노무현 후보 캠프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축소·은폐 수사로 이뤄지고 있고, 선거에서 패한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근거 없는 내용이 근거 있는 것처럼 보도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검찰 수사가 형평성과 공정성을 잃었다고 생각한다. 김영일 의원의 의사를 존중하여 오늘 검찰에 출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다."

김 의원의 말 뒤집기와 검찰수사에 대한 양당의 차이

▲ 지난 10월 14일 대선자금 관련 검찰수사에 응한 이상수 전 사무총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하지만 김 의원이 '불공정한 검찰수사'를 근거로 출두를 거부한 것은 결국 자신의 말을 뒤집은 꼴이다.

그는 불과 보름 전인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이 현재 검찰에서 수사가 진행중인 만큼 검찰에 출두하여 사건의 진상을 한 점 의혹없이 밝히겠다"고 말했다. 특히 "검찰에서 무리없이 순리대로, 교과서 같은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검찰의 수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듯했다.

하지만 자진출두를 거부함으로써 검찰 수사가 "교과서 같이 순리대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자진 출두해 진상을 밝히겠다던 대국민 약속은 지킬 수 없게 됐다. 대신 "표적수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검찰에 대한 음모적 시각만 남았다.

김 의원의 자진출두 철회는 열린우리당이 검찰수사에 응하는 태도와도 크게 대비된다. 작년 대선 당시 김 의원처럼 대선자금을 관리했던 이상수 의원은 오늘까지 검찰에 세 번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또 실무자였던 이화영 창당기획팀장과 김홍섭 총무팀장도 오늘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경우 최돈웅 의원과 이재현 전 재정국장, 박종식 전 후원회 부장 등 세 사람만 검찰조사를 받았다. 게다가 최 의원은 몇차례 검찰조사에 응하다가 현재는 재출두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선자금 관련자료를 올 1월 폐기했다는 의혹을 받고있는 이 전 국장은 현재 구속수사중이고 박 전 부장은 딱 한 번 검찰조사에 응했을 뿐이다.

또 이 전 국장과 함께 SK로부터 받은 100억원을 당사로 옮겼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공호식 전 재정국 부국장과 봉종근 전 재정국 부장은 검찰조사를 거부한 채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에 대해 출국금지를 걸어놓은 상태다.

덧붙이자면 대선자금 공개와 관련해서도 양당의 차이는 두드러진다. 열린우리당은 자체 파악한 대선자금을 곧 공개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한나라당은 최병렬 대표가 "자체 파악해서 공개하겠다"고 했다가 다시 취소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현재 한나라당의 자체 공개는 물건너간 상황이다.

네티즌의 소리 "불체포 특권 뒤에 숨은 놈들에게 체포영장 발부하라"

김 의원의 검찰 출두 철회에 대한 명분도 취약하기 그지없다. 오죽했으면 대외인사영입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문수 의원조차 오늘 열린 비상대책위에서 "여러가지 사정이 있지만 검찰에 출두하기로 예정돼 있었으니까 나가서 떳떳하게 밝히는 것이 어떻겠느냐"며 검찰 출두를 주장했을까. 그럼에도 김 의원은 "검찰의 사과와 해명이 없으면 검찰에 출두하지 않겠다"며 계속 버티고 있다.

한 고위당직자는 최근 사석에서 "지금 노무현 대통령은 자기 바지춤을 딱 잡고 안벗고 있다"며 "근데 왜 우리만 벗기느냐"고 검찰수사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는 "최소한 똑같이 빤스 차림은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공평한 검찰수사'를 요구했다.

공평한 검찰수사에 대한 그의 요구는 타당하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은 속속 검찰 소환조사에 응하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이 명분도 약한 이유를 내세우며 계속 출두를 거부하는 한 그의 요구는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공평한 수사를 요구하려면 오히려 당당하게 검찰조사에 응하는 것이 마땅하다. 특히 다수당의 힘을 이용해 노 대통령의 측근비리 특검까지 처리한 상태에서 검찰출두를 거부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김영일 의원이 "검찰출두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지금 기자의 귓가에 한 네티즌의 격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 네티즌은 김 의원이 11일 검찰출두 의사를 철회하자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불체포 특권 뒤에 숨어서 온갖 협박이나 해대는 이들에게 그냥 체포영장 발부하라."

▲ 작년 10월 29일 열린 한나라당 후원회 겸 대선필승 결의대회. 맨 왼쪽이 김영일 당시 사무총장.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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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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