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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중동' 비판기사를 실은 프랑스 권위지 <르몽드>의 인터넷판.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르몽드>가 한국의 대표적 보수신문들인 '조중동'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서 한국 언론계 안팎의 주목을 끌고 있다. 국제 언론단체가 아닌, 해외 언론이 국내언론 상황 및 특정 언론사에 대해 이같은 비판적 기사를 게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르몽드>는 5일 '한국정부는 언론의 지나친 비판에 대응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는 제하의 필립 폰스 도쿄특파원의 서울발 기사를 통해 조선, 중앙, 동아 등 주요 일간지 3사의 신문시장 및 여론 과점현상을 비판했다.

르몽드는 "한국은 바람직한 언론의 자유를 누리고 있고, 때로는 (언론의 자유로운 보도태도가) 명예훼손에 이를 정도"라고 진단하고는 "보수와 진보를 떠나 이같은 IPI의 비판은 말도 안된다'고 판단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이 신문은 " 언론의 입에 실제로 재갈이 물려있었던 독재시대에는 IPI가 덜 신랄한 태도를 보였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신문은 이른바 '조중동'으로 불리는 조선, 중앙, 동아일보 등 세 신문이 "노무현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족벌왕국을 형성하고 있다"며 "이들 신문들은 87년 민주화가 시작된 후 조금도 변하지 않은 채 과거와 마찬가지로 보수진영과 재벌의 시각을 대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신문은 "한국언론이 부러울 정도의 표현의 자유를 누리고 있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하고는 "각각 200만부 이상의 신문을 발행하는 조선, 중앙, 동아 등 3개 인쇄 매체의 시장 과점과 그로인한 여론의 준독점 상황, 그리고 중요한 텔레비젼에 대한 정부의 사실상의 통제를 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중동의 지난 정권에서의 행태 등 역사적 평가와 관련, "역대 독재정권에 봉사한 대가로 거의 조세 면책이라고 할 만한 특혜를 보장받았는데,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면, 이같은 사실들을 알지 못했다"며 "권력과 조동중의 관계는 결코 건강했던 적이 없다"고 이 신문은 단언했다.

한편 이들 3사와 노무현 정부와의 관계에 대해 이 신문은 "1990년 정계입문 때부터 계속 견제를 당해와 노 대통령이 이들 3사에 대해 분명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하고는 "대통령이 된 직후부터 북한과 노조에 대해 관용적인 정책을 취한다고 철저하게 비판당했다"고 밝혔다. 특히 노 대통령이 3대 일간지 상대 소송을 제기한 동기를 두고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미디어의 개혁을 요구하는 여론은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신문은 독립적인 인터넷 매체의 확산으로 종이신문의 여론독점이 위협받고 있으며 이로 인해 언론계에 새로운 정치적, 세대간 균열이 생겨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한국에서 온라인 신문들이 극좌에서 우파에 이르기까지 넓게 분포되어 있으며, 40세 미만의 한국인들에게 점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종이매체 독자의 비율이 2000년 57%에서 2001년 50.7%로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문제의 기사를 쓴 폰스 르몽드 도쿄특파원은 지난 10월초 방한, 김영희 중앙일보 국제문제 대기자, 정운현 <오마이뉴스> 편집국장 등 국내 언론계 인사를 비롯해, 정관계 인사들을 두루 취재한 바 있다.

다음은 4일자 르몽드의 관련기사 전문을 번역한 것이다.

한국정부는 언론의 지나친 비판에 대응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국영방송과 경제적 강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3대 신문의 무게 때문에 보다 독립적인 미디어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여론이 야기되고 있다.

"겁먹고 있다구요? 우리가 그렇게 보입니까?"라고 한국의 3대 일간지 중의 하나인 중앙일보의 부사장 김영희씨는 빈정거리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최근 국제언론인협회(IPI)는 "대한민국의 노무현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독립적 언론을 겁먹게 하고 괴롭히려는 시도를 해왔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러한 시도는 한국의 우파신문과 좌파신문의 거센 항의를 불러일으켰다.

한국은 바람직한 언론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 때로는 명예훼손에 이를 정도이다. IPI의 비판은 한국 정부에 의하여 근거 없다는 이유로 거부되었다. 우리가 인터뷰했던 많은 사람들은 그들이 보수적 진영에 속해 있건 진보적 진영에 속해 있건 상관없이 "말도 안된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어떤 이들은 언론의 입에 실제로 재갈이 물려있었던 독재 시대에는 IPI가 덜 신랄한 태도를 보였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언론의 자유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한국 미디어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선 엄청난 부수를 찍어내는(3대 언론사가 각기 200만부 이상씩 찍어내고 있다) 3대 종이 언론에 (여론이)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이들과 반대 진영에 서있는 사람들은, 3대 언론이 시장의 3분의 2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여론의 준독점 상황을 장악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중요한 텔레비젼에 대한 정부의 사실상의 통제를 들 수 있다. KBS와 MBC의 사장은 대통령에 의하여 실제로 임명되는 셈이다.

3대 일간지인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이들이 형성하고 있는 블록을 비판하기 위해서 일반적으로 "조동중"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노골적인 전투를 수행하고 있는 족벌왕국을 구성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 여름, 그의 아내가 포함된 그의 측근인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분명하지 않은 재정적 문제들에 대한 기사들에 대해 3대 신문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현행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취하는 이러한 절차는 격렬한 방어를 불러 일으켰고, 노 대통령은 한발 뒤로 물러섰다. 그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소송을 연기하기로 한 것이다. 노 대통령의 대응은 서툴렀다. 독재정권에 의하여 그토록 억압당했던 아주 예민한 분야를 개혁하는 대신 억누르고 싶어했던 것으로 보인다.

1987년부터 이루어진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3대 일간지는 거의 변하지 않았고, 과거처럼 보수진영의 견해를 전달하고 있다. 권력과 조동중의 관계는 결코 건강했던 적이 없다. 1961년부터 1987년에 이르기까지-동아는 예외이다. 동아일보는 예외적으로 (저항)했지만 1975년에 포기했다- 3대 일간지는 검열에 몸을 구부렸다.

그들은 독재정권에 봉사했다. 장군들은 그들의 "협력"에 대한 보상으로 거의 조세 면책이라고 할 만한 특혜를 보장해 주었다. 그리고 외국 언론을 접하는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면, 오랫동안 여론은 족벌신문들이 저지르고 있는 공금횡령, 또는 인권 영역에서의 잘못을 알지 못했다.

새로 등장하는 매체들

민주화는 <한겨레> 같은 새로운 미디어의 설립을 가능하게 했다. 한겨레는 중도좌파의 중심이며, 소액주주들과 기자들이 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부터 똑같은 "귀족"들에 의해 경영되고 있는 거대 일간지들은 여전히 정치-경제 권력과의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기자들이 누리는 특권, 치우친 정보 등. 오늘날 광고 비율이 60%에 육박하는 3대 일간지들은 족벌의 지배하에 있다.

"조동중"에 의해 끊임없이 공격당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화 투쟁의 인물이다. 그는 2001년 세금 포탈을 추적함으로써 3대 일간지에 반격을 가했다. 3대 일간지의 사장들이 체포되었던 이 과정은 "복수"로 여겨졌다.

그의 후계자인 노무현은 1990년 그가 정계에 입문할 당시부터 3대 일간지로부터 계속 견제당해 왔다. 그래서 그는 그들에 대한 분명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 그가 대통령이 된 직후부터 그는 북한과 노조에 대해 지나치게 관용적인 정책을 취한다고 철저하게 비판당했다.

노 대통령이 3대 일간지를 상대로 걸었던 소송의 동기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미디어의 개혁을 요구하는 여론은 존재하고 있다.

한쪽에는 정부의 관점만을 보도하는 국영방송의 독점에 가까운 상황이 있고, 다른 한 쪽에는 경제적 강자들과 보수 진영의 견해를 반영하는 조동중의 과점 현상이 있다. 이는 한국의 미디어 스펙트럼의 일부를 반영하고 있을 뿐이다.

4번째 일간지로서 소시민 독자들을 가지고 있는 한국일보와 같은 중간적 신문, 그리고 자유로운 진보적 경향으로부터 독립되어 있는 보다 소규모의 내일신문이 있고, 특히 독립적인 온라인 신문들의 출현(거대 일간지들의 온라인판이 아니다)은 종이 신문이 장악해 왔던 독점 상황을 뒤흔들고 있는 중이다. 온라인 신문은 미디어 세계에 정치적일 뿐만 아니라, 세대적인 균열을 가져오고 있다.

온라인 신문의 비약

온라인 신문들의 이념적 스펙트럼은 극좌파에서 우파에 이르기까지 넓게 분포되어 있다. 이 신문들은 40세 미만의 한국인들에게 점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국은 4500만 인구 중에서 2600만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 그리고 고속망 비율은 세계 최고이다(1000만 가입자). 이러한 나라에서 정보의 현관은 젊은 세대가 활용하는 첫 번째 정보매체이다. 종이매체 독자의 비율은 2000년 57%에서 2001년 50.7%로 떨어졌다.

2002년 12월의 대통령 선거에서, 온라인 매체들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 당선에 있어서 큰 역할을 했다. 대통령은 감사의 표시로, 가장 많이 읽히는 온라인 신문인 <오마이뉴스>에 국가 수반으로서 첫번째 인터뷰를 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대통령은 이 신문을 "새로운 여론의 창조자"로 인정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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