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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방송위원회 산하 방송언어특별위원회는 방송 뉴스 프로그램에서 우리말 오용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말 오용 사례 중 하나는 지나친 약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시청자의 이해를 저해한 표현으로는 '고폭실험(고성능 폭탄실험)', '파주 NFC(파주 국가대표 축구훈련장)', '한-칠레 FTA(한국과 칠레간 자유무역협정)', '임단협(임금단체협상)', '호타준족(잘 치고 잘 뛰는)' 등이다.

뿐만 아니라 한글 맞춤법을 무시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청소년들의 사이버 공간 언어 파괴 현상 못지 않다. 사례는 신문 기사, 법률 용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및 개인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신문 머릿기사를 보면 "김행자 해임안 공방 가열"이라는 문구가 있다. '김행자'는 분명 사람 이름이다. 초등학생 처지에서 보거나 시사에 밝지 못하다면 '김'씨 성을 가진 이름이 '행자'인 여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며 김행자라는 사람에 대한 해임안 관련이구나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 신문 기사, '김행자 해임안 공방'에 관한 내용
그러나 '김행자'는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이다. 신문에 따라 차이가 있어 '金행자'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이는 문교부 고시 제88-1호(1988년 1월 19) 한글 맞춤법 제4절 고유 명사 및 전문 용어, 제48항 "성과 이름, 성과 호 등은 붙여 쓰고, 이에 덧붙는 호칭어, 관직명 등은 띄어 쓴다"의 규정을 무시한 것이다.

신문 지면의 문자 배치 공간의 제약에 따른 것으로 이해 할 수 있겠으나 방송에서 쓸데없이 말을 줄이는 경우도 있다. 자막이 아니라 보도나 설명에서 지난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U대회'로 줄여 말하는 사례를 많이 보았다. 이런 지적 또한 초등학생의 의견이다.

그러면 초등학생 처지에서 신문이나 방송 내용을 살펴보면 어떤 문제들이 있을까 몇 가지 조사를 해보았다. 초등학교 4학년 사회 겉 표지 안쪽을 보면 저작권자를 '교육 인적 자원부', 편찬자는 '한국 교원 대학교, 1종 도서 편찬 위원회', 발행인 및 인쇄인은 '대한 교과서 주식 회사'라 표기하였다.

▲ 초등학교 4학년 사회
한글 맞춤법 제49항 "성명 이외의 고유 명사는 단어별로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단위별로 띄어 쓸 수 있다. (ㄱ을 원칙으로 하고, ㄴ을 허용함) "대한 중학교, 대한중학교", "한국 대학교 사범 대학, 한국대학교 사범대학"을 예로 들고 있어 교과서는 한글 맞춤법에 충실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교육인적자원부 홈페이지를 보면 '교육인적자원부'라고 되어 있다. 이외 '서울 특별시'를 '서울특별시', '충청 북도'를 '충청북도', '국립 국어 연구원'을 '국립국어연구원'으로 원칙이 아닌 허용을 적용하고 있다.

▲ 교육인적자원부 홈페이지
▲ 국립국어연구원 홈페이지
이와 같은 사례는 한글 맞춤법 규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일부 단어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한다고 하여 표준어 규정이 바뀌었다. 그렇다면 띄어쓰기의 원칙도 바꿔야 하는 것이다. 초등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원칙이 사회 생활 어디에도 적용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염려된다.

허용이 앞서는 것인지, 원칙이 앞서는 것인지 그 가치를 어디에 두어야한다고 설명할 방법이 없다. "원칙이 그렇다는 것이지, 꼭 원칙에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를 교육하게 되고 사회 생활에 원칙보다 변칙이 더 쉽게 통용된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규범이 법이다. "법은 어려운 것이다"는 생각은 누구나 갖고 있다. 지난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법률한글화를위한특별조치법안"이 접수되었다. 법안 이름은 띄어쓰기를 전혀 하지 않는다. 법률명이 아무리 길어도 전부 붙인다. "법률 한글화를 위한 특별 조치법 안" 조차 이렇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 민법 제4장 불당리득
민법을 보면 두음법칙은 완전히 무시된다. 민법 제4장 "부당이득"을 "불당리득"으로 표기한다. 이외 제794조는 "여호주"를 "(녀호주의 혼인과 폐가) 녀호주는 혼인하기 위하여 폐가할 수 있다"와 같으며 이에 대한 질문에 국어연구원은 "법률 용어에서도 두음 법칙은 적용되며 그것에 관여한 사람들의 착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라고 이메일로 알려 왔다.

또 생활과 밀접한 도로교통법 제28조는 "(정거 및 주거의 금지) 모든 차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곳에서는..."와 같이 '정거', '주거'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쉽게 생각하면 '정차', '주차'라는 의미이다. 사전에는 "정거(停車)[명사][하다형 자동사·하다형 타동사] 가던 차가 멎음, 또는 가던 차를 멎게 함. 정차(停車)."라 규정하고 있다.

사이버 언어의 문제를 지적하는 언론이 오히려 더 한글을 파괴하고,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나 사회단체, 심지어 법률까지 한글의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청소년들의 언어 파괴현상을 나무랄 수 없다.

더욱이 청소년들에게는 신문, 방송의 영향은 대단히 크다. 원고 작성의 원칙이 있겠지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한글 맞춤법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이 일에 앞서야 할 곳은 교육 인적 자원부이다. 교육 인적 자원부는 원칙에 따른 명칭 사용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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