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농어촌빈집 : 마루에도 지붕에도 잡초가 솟아있어 마치 귀곡산장을 연상케 하는 농어촌의 빈집은 마을마다 듬성듬성 자리하고 있다.
ⓒ 이상율
낡아 쓰러진 대문을 들어서면 마당은 키 높이의 웃자란 잡초들이 빼곡이 차 있다. 담장에도 지붕에도 마루에도 듬성듬성 잡초가 솟아있고 끼니때마다 여인네들의 손길이 닿았던 장독대마저 잡초에 묻혀 있다. 불빛도 없어 어둠에 쌓여있는 모습은 기괴함마저 느끼며 여름철 흔히 보는 공포영화 귀곡산장을 방불케 한다.

▲ 텃밭의 토마토 : 잡초와 함께 겨우 자란 텃밭의 토마토는 붉게 익어있지만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아 외롭기만 하다.
ⓒ 이상율
농어촌에 듬성듬성 자리잡은 주인 없는 빈집들의 모습이다. 마당가 정돈되지 않은 감나무에는 그래도 옹기종기 감들이 매달려 있고 씨가 날라 터를 잡았을 뻔한 텃밭의 토마토 나무에는 서넛의 토마토가 빨간 홍조를 띠고 주인을 반기는 듯하다.

그러나 사람 냄새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농어촌 인구가 날로 줄어들면서 아울러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농어촌을 떠나는 사람들은 젊은이들이다.

결국 마을에는 노인들만 남게 되고 이들은 고된 농사나 어업에 종사하지만 늙은이들이 죽고 나면 고향 찾는 자녀들이 없어 빈집으로 남게 된다.

그런가 하면 아예 10년이나 20년 전에 부모들이 자녀를 데리고 도시로 나가 정착하는 바람에 빈집으로 남는 경우도 많다. 도시에서 성장한 젊은이들이 고향으로 회귀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빈집은 자꾸 늘어나는 것이다.

여수시의 인구가 해마다 약 4천여명씩 줄고 있다. 아울러 시가 조사한 빈집은 소라면 37채, 화양면 87채 등 모두 687채에 이르고 있다.
농촌지역인 여수시 덕양리 주모(71)씨 스레트 집은 약 20년 전 빈집이 되었다.

농경지가 별로 없던 주씨는 농사만으로 생계를 이어 갈 수 없어 자녀 3남매와 함께 서울로 이사를 갔다. 그 때 빈집은 집 없는 먼 친척에게 무상으로 빌려주었지만 이 사람도 도시로 떠난 바람에 10여년 전부터 빈집이 되고 말았다.

시내 근교인 만흥동 김모(67)씨 20여평짜리 기와집은 비교적 부유하게 살아 자녀들이 모두 고등교육을 마쳤고 이들 모두가 도시에 나가 직장생활을 하게 돼 빈집이 되었다.

▲ 장독대 : 여인네들의 정갈스런 손길이 멈춘 장독대도 잡초에 묻혀있다.
ⓒ 이상율
막내와 함께 살던 90 노모가 2년 전 그 아들과 함께 죽고 이곳을 찾는 아들이 아무도 없어 빈집이 되고 말았다. 빈집이라도 비교적 경관이 뛰어난 지역에 있는 것은 가끔 도시인들이 별장처럼 쓰기 위하여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

소라면 사곡리 김정심씨의 목조 스레트 20여평짜리는 경관이 매우 좋아 약 5년간 빈집으로 있다가 도시인에게 팔리기도 했고 흔한 얘기는 아니지만 카드빚에 내몰려 도시를 떠나 주인의 동의를 얻어 빈집에서 살면서 품삯 일에 나선 경우도 있다.

농어촌 지역이나 도시지역에 방치된 빈집은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자칫 청소년들이나 범죄자들의 은신처로 사용될 수도 있고 태풍으로 인한 이웃에도 피해를 줄 수 있어 이를 철거하기 위하여 빈집 실태조사에 나섰다.

▲ 근교의 빈집 : 빈집 사연을 설명하느라 모처럼 들어선 이웃의 김노인은 90노객 안주인의 외로운 죽음을 설명하다 끝내 눈시울을 적신다.
ⓒ 이상율
그러나 빈집 가운데 약 60% 이상이 무허가 건물이고 가옥 대장에도 등재되지 않은 것들이다. 이 때문에 가옥의 실질적인 소유주 조사는 불가능하다.

우선 토지 소유주를 가옥의 소유주로 간주하고 빈집소재지, 면적, 구조, 소유주만을 마을 실정을 가장 잘 아는 이 통장을 통해 조사하도록 했다.

그리고 시 당국은 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20평 기준으로 동당 80만원의 사업비를 지급키로 하고 철거신청을 받고 있으나 금년에 철거를 신청한 빈집은 겨우 54채에 머물고 있다.

이처럼 철거 신청이 부진한 것은 실 소유주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는데다 소유주가 파악돼도 철거비용이 적다는 이유로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시는 농어촌 빈집정보 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빈집 소유주로부터 공개 동의를 얻어 빈집에 대해서는 건축물의 전경사진 등 정보제공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여 도시민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농어촌 빈집을 사려면 시 당국에 물으면 된다.

어쨌든 금년 중에 전체물량의 70% 이상의 빈집을 정리하기로 했지만 기대에 미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다. 도시에는 집이 없어 옥탑방 신세를 지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농어촌은 빈집이 많아 이를 철거하기 위하여 고심해야 하는 지금의 현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농어촌이 잘사는 마을로 바뀌고 도시에서 몰려드는 사람들로 도리어 집 걱정을 해야하는 풍요로운 농어촌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인가.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구닥다리 기자임. 80년 해직후 이곳 저곳을 옮겨 다니면서 밥벌이 하는 평범한 사람. 쓸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것에 대하여 뛸뜻이 기뻐하는 그런 사람. 하지만 항상 새로워질려고 노력하는 편임. 21세기는 세대를 초월하여야 생존할 수 있다고 생각 하는 사람.

이 기자의 최신기사세계의 아름다운 섬을 찾아라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