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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서울YMCA 시민중계실에서 간사로 활동중인 김희경씨가 <오마이뉴스>에 보내온 글입니다. 김 간사는 이 글에서 최근 기독교계 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두레마을 김진홍 목사의 다단계 사업 참여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밝히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추후 김 목사측이 반론을 보내올 경우 이 역시 게재하기로 하고 우선 김 간사의 글을 소개합니다...편집자 주

▲ 두레내추럴 회원들에게 이 사업의 취지를 설명하는 김진홍 목사
ⓒ 뉴스앤조이
목사님 안녕하세요.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아주 많이, 아주 여러 일들로 바쁘실 거라 생각합니다. 최근 목사님의 다단계 판매영업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교계 내의 논쟁을 보며 착잡한 마음과 안타까움을 담아 편지를 드립니다.

저는 서울YMCA 시민중계실에서 일하고 있는 실무자입니다. 대학 졸업도 하기 전부터 이곳에서 상담을 해왔습니다. 사람들이 아침부터 밤까지 끊임없이 소비를 하는 것만큼이나 상담실에 들어오는 내용 또한 다양하지만, 그 중 몇 년 동안 제가 감히 전력을 기울였다고 자신할 수 있는 것은 일명 피라미드라고 하는 다단계식 판매방법의 폐해를 널리, 아주 널리 알리고 그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다단계라는 이 지리한 싸움장에 발을 디디게 된 계기는 사실 아주 소박했습니다. 상담실로 찾아오는 젊은 친구들의 기가 차도록 주눅들린 눈빛과 하나같이 가난한 그의 가족들의 애간장 녹이는 사연, 그리고 정해진 파이 안에 누군가 극대화된 이익을 가져간다면 결국 반대로 더 많은 사람들이 아프고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는 다소 융통성 없는 제 고집 때문이었죠.

두레마을의 다단계와 일반적인 다단계 피해

얼마 전 두레마을 김진홍 목사님의 다단계 사업참여에 대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그 사실 자체가 또 얼마나 일반 다단계 사업장에서 포장되고 왜곡되어 선전될까 하는 안타까움이 앞섰고, 또 한편으로는 다단계 판매의 이론적 장점이 현실적으로 전혀 반영되고 있지 않은 사회적 실태를 볼 때, 두레마을의 사업방식은 뭔가 다른 모델을 제시해주길 바라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사실 목사님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가 전제된 기대였습니다. 또한 기본적으로 사람살림의 공동체 운동을 지향하는 두레마을에 거는 기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지켜본 바로는 결과적으로 다른 업체의 사례와 하등 다를 것이 없더군요. 그리고 앞으로 두레내추럴의 매출이 확대될수록 본격적인 피해사례가 속출할 거라는 우려가 듭니다.

모든 다단계 판매는 피라미드화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현재 한국의 다단계 판매가 제품의 소비보다 사업적 투자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며, 보다 근본적으로는 다단계 판매의 주요 품목이 싸고 질 좋은 생필품보다 고가의 내구제로 구성돼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 시중에서 질과 가격의 경쟁이 불가능한 제품을 판매하려다 보니 자연스러운 소비촉진이 되지 않아 후원수당 홍보를 통한 회원유치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이런 회원 1인의 투자금액이 매출달성의 주요 방법이 되다보니 결과적으로 사람장사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 다단계 업체에서 쉴틈없이 바쁜 판매원들의 일상을 자세히 보십시오. 대규모 사업설명회에서 수익성을 반복해 듣고, 미팅에서 마인드를 '업'하며 소개할 주위 사람의 리스트를 작성해 약속을 잡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이처럼 연고를 이용해 떠넘기는 소비가 과연 진정한 공동체, 진보적 판매방식이라 할 수 있을까요? 시장에서 콩나물 값 100원도 더 깎고 핸드폰 하나를 사도 인터넷에서 가격비교를 해보는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 싸고 좋은 제품은 당연히 입소문이 나게 마련입니다.

이런 튼튼한 소비자 네트웍을 구성해 그 안에서 자연스러운 재구매가 일어난다면 바로 그것이 다단계판매 이론의 현실화입니다. 그러나 한국 다단계 업체의 주력제품은 대부분 생필품이 아니며 그나마 마련된 생필품 코너도 그 PV(point value: 승급을 위해 달성해야 하는 누적점수)가 낮아 승급이 우선인 판매원들에게는 크게 어필하지 못하고 이 역시 시중가격보다 비싼 것이 많습니다.

한국에 다단계판매가 들어온 지 십수년이 넘었지만 그간 입소문으로 질과 가격의 측면에서 검증된 다단계 제품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로지 사업장에 방문해야만 그 과장된 제품 체험기를 들을 수 있죠.

'두레내추럴'의 위법행위

▲ 두레내추럴 주력상품인 가정용 의료기기 '컨티넌스'브로셔
ⓒ 뉴스앤조이
두레내추럴 역시 100만 원이 넘는 요실금 치료기를 주력상품으로 내걸고 있습니다. 고가이며 한 가정당, 한번 구입 후 재구매가 일어나기 힘든 제품입니다. 물론 업체가 가져가는 중간마진은 아주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치료기를 구입한 이들 중 과연 얼마만큼의 사람들이 정말 이 제품이 필요했고 만족하고 있을까요. 과장된 수익성을 듣지 않았다면 과연 구입했을까요? 물론 이 수익성 역시 엄청나게 과장되어 있다는 것은 이미 밝혀진 바 있습니다(2003년 5월, 서울YMCA실태조사 : 다단계업계 1위 암웨이 전체 판매원 월 평균소득 5만7천 원).

한편 두레내추럴은 법이 정하고 있는 의무와 금지조항마저 어기고 있습니다. 6월말 당시 판매원 가입자에게 회원수첩과 회원증을 교부하지 않았으며(방판법 제15조), 지난 주 확인한 바로는 판매원 평균후원수당내역도 공개하지 않고 있군요(방판법 제21조).

또한 판매원 가입을 한 자에게 암묵적으로 요실금 치료기부터 구입하고 소개할 것을 교육, 강조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두레내추럴의 다단계 판매방식은 그간 피라미드 방식으로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해 왔던 타 다단계업체의 판매방식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따라서 피라미드와 다른 '합법적인' 다단계 판매를 천명하신 목사님의 발언은 그 실효가 의심스럽습니다. 모든 업체가 강조하고 있는 지자체 등록여부 합법논리를 목사님도 쓰고 계신다면 정말 절망입니다.

많은 다단계업체의 피해 유무는 등록여부에서 판가름 나지 않습니다. 제품과 가입절차, 판매형태와 환불과정에서 낳게 되는 수많은 피해유형을 등록여부만으로 검증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그러나 대개의 소비자들은 처음에 이것을 많이 맹신하죠).

"하나님 다음으로 돈이 중요하다"?

▲ 강의중인 김진홍 목사
ⓒ 뉴스앤조이
목사님께서는 지난 6월 23일 두레내추럴 사업설명회에서 "하나님 다음으로 돈이 중요하다"하셨고, 이에 박한길 대표 이사는 "다단계를 통해 하루 수익이 1000만 원이 될 수 있고 이것은 하나님의 명령"임을 강조하셨습니다. 이 정말 통탄할 발언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빈민과 함께 한 삶을 지향하고 공동체 연대운동에 평생을 바쳤다고 평가받는 목사님께서 도대체 어떤 배경으로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듯 제품을 소비 목적보다는 투자의 수단, 나아가 사람장사의 미끼로 구입하게 하는 다단계판매 현실은 사람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여기게 만들어 사회 공동체를 파괴하는 심각한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다단계로 인해 무너지는 공동체는 그 유대가 단단할수록, 지속적일수록, 그 아픔이 더욱 큽니다.

그동안 저는 다단계 피해상담을 하면서 장애인, 조선족, 농민, 대학생, 군대, 교회 내의 소중한 공동체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사례를 끊임없이 보아왔습니다. 이것은 한국 다단계판매가 폐쇄적이고 차단된 정보 속에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할 권리를 박탈하고 결과적으로 연고를 악용한 사람장사에 치우쳐 그 피해가 무한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것에 기인합니다.

피해와 가해가 불분명한 다단계판매의 특성은 그 책임이 분산돼 행정처분과 형사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며 결국 모든 이윤은 업체와 극소수 상위판매원들에게 돌아가고 판매원들에게 남는 것은 깨어진 인간관계와 감당키 어려운 빚과 법적 책임입니다. 왜 이런 위험한 사업을 두레마을에서 하려고 하십니까.

부디 수십년간 일궈온 두레마을의 사회적 가치가 훼손되지 않기를 바라며, 또한 그 소중한 공동체가 다단계판매로 인해 파괴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지금 두레내추럴에서 사업설명회를 듣고 사업에 참여하는 이들 대다수가 목사님을 믿고, 그렇기 때문에 이 업체도 신뢰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후에 이들에게 상처로, 눈물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지 않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이들이 서로 반목하고 불신하게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더 늦기 전에 목사님의 결단을 촉구 드립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김진홍 목사와 두레마을

'한국 빈민운동의 대부'로 평가받는 김진홍 목사는 70년대 사회적 빈민층이 모여 살던 서울 청계천에서 두레공동체 운동을 시작하였다. 이 운동은 '가난한 이웃을 섬기는 빈민선교'를 모토로 주로 병든 자, 약한 자, 고아, 가난한 자, 무의탁 자 등 '잃어버린 자'를 찾는 운동을 펼쳤고 1971년 '활빈교회'가 세워지면서 본격화 되었다.

그 후 청계천의 판자촌 철거로 인해 '활빈귀농개척단'이 남양만으로 이주하면서 이 운동은 농촌선교와 지역운동으로 확대되었고 궁극적으로는 교회갱신과 사회개혁을 이루는 '두레마을 공동체 운동'으로 발전해 왔다.

두레공동체운동은 그 소개문에서 '하나님의 통치와 사랑이 모든 피조물에게 넉넉히 임하게 하는 총체적인 하나님나라 운동'임을 밝히고 있다. 아울러 복음의 힘이 구석구석에 미치도록 하는 온전한 복음 운동이며, 파괴된 인간을 '연대적 인간', '공동체적 인간'으로 회복하는 '사람살림'운동을 표방하고 있다.

김진홍 목사가 대표를 맡고 있는 두레마을은 올해 4월 창립한 두레내추럴 회사의 지배주주이며, 두레유통의 판매부진을 만회하고자 다단계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져있다. / 김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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