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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6일 낮 12시>

▲ 노무현 후보가 2002년 12월 15일 오후 당사에서 열린 희망돼지 수거의 날 행사에 참석해 허리숙여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국 정치선거 사상 최초의 '자발적 후원금 참여운동'으로 평가받았던 이른바 '희망돼지 저금통 모금 사업'에 대해 몇몇 언론이 주도적으로 나서 가치폄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심지어 '모금액 거짓말 논란'이라는 표현을 덧씌우는 데 주저하지 않을 정도다. 또 "전체 선거비용의 1%에 불과한 것을 과대포장했다"는 해석도 즐비하다. 이들 언론에게서 '역대 선거사상 최초의 자발적 국민성금 모금이라는 평가'라는 문구를 찾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기자는 이 논란을 둘러싼 민주당 내부의 혼선을 두둔하기 위해 이 글을 쓰려는 것은 아니다. 세세한 검토없이 어림짐작 암산법으로 대선비용을 공개하는 민주당 고위관계자를 편들기 위해서는 더욱 더 아니다. 국민참여성금이라는 '유권자 혁명'을 의도적으로 폄훼하려는 일부 언론의 지나침에 딴지를 걸기 위해서일 뿐이다.

처음 몇몇 언론은 정대철 대표의 대선자금 200억 모금 발언을 미끼로 이상수 총장의 말꼬리 잡기를 시작했다. 물론 이상수 총장의 국민후원금 50억 발언이 화근이었다.

지난 대선 당시 희망돼지 저금통을 비롯해 온라인 후원금 등을 포함해 거둬들인 금액이 50억원 정도라는 그의 발언으로 국민후원금 총액이 얼마인가라는 문제가 언론의 도마에 올려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순수 희망돼지 저금통을 통해 모금된 금액은 4억5000만원이라는 이상수 총장의 발언이 튀어나왔고, 이를 빌미로 언론은 희망돼지 저금통 거짓말 논란으로 비화시켰다.

노 대통령이 지금도 "지난 대선은 유례없이 깨끗하게 치러진 선거"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도 듣기 민망하다. 깨끗한 선거의 상징처럼 내세우던 '돼지저금통 모금'도 속임수에 불과했음이 이상수 민주당 사무총장의 거듭된 거짓말과 고백으로 확인되고 있지 않은가.(<조선일보> 7월 16일자 사설)

이에 대해 지난 대선 당시 국민참여운동본부 사무총장을 맡았던 임종석 의원은 희망돼지 저금통을 통해 모금된 금액은 7억5000만원이라며 언론의 거짓말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자 했다. 그간 언론은 바로 '날아간' 3억원을 미끼로 희망돼지 저금통 운동 자체를 문제삼고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종석 의원의 발언으로 오히려 이상수 총장은 또 다시 뭇매질을 당했고 언론의 '희망돼지 조지기 연장전'을 한 차례 더 치를 수 있었다.

사실 순수 희망돼지 저금통 모금으로만 거둬들인 수입은 4억5000만원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임 의원이 7억5000만원으로 집계한 것은, 입금을 약정했지만 계좌에 입금되지 않은 금액이 합쳐졌다는 것이 당시 선대위 총무본부에서 재정을 담당했던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임 의원이 꼭 잘못 계산한 것은 아니다. 당시 지역에서 수거한 돼지저금통 중 일부가 '산채로' 서울로 보내진 것이 아니라, 지역 현장에서 직접 '잡아' 그 돈을 선대위 통장에 온라인으로 입금했다고 한다. 이 경우 그 돈은 돼지저금통으로 집계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후원금으로 집계됐다.

결국 순수 희망돼지 저금통 모금액은 4억5000만원보다는 많고 7억5000만원보다는 적은, 그 언저리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물론 '국민의 티끌' 처리를 그렇게 철저하게 하지 않는 책임은 분명 민주당측에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희망돼지 저금통 운동의 본질이 희석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말바꾸기를 했다'느니 '거짓말을 하고 있다'느니 운운하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현재 논란이 "회계에 대한 상식이 부족하거나, 취재가 부족한 데 따른 결과"라고 말했다.

국민후원금 총액 50억원 보도도 마찬가지이다. 이상수 총장이 어림잡아 80억원 정도는 된다고 발언했지만, 실제 총액이 72억원 가량이라는 것은 지난 대선 때 노무현 후보의 공식 홈페이지 '노하우'를 지켜봤던 기자라면 뻔히 아는 사실이다. 실시간으로 공개된 금액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상수 총장의 발언으로 80억원에 30억원 정도가 중소기업들의 후원금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뿐이다.

자발적 모금에 참여한 중소기업들의 후원금을 과연 어떻게 볼 것이냐에 따라 시각차가 존재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50억원에 달하는 20여만 명의 자발적 참여자를 '속은 자'로 몰아가기엔 그 사이 의미간의 공백이 너무 크다.

요컨대, 이들 언론의 보도는 희망돼지 저금통 흠집내기를 위해 순수 희망돼지 모금액과 온라인 그리고 ARS, 신용카드 후원금을 분리하는 '전략적 접근법'을 따르고 있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이미 자발적 정치자금 모금운동 자체를 평가절하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희망돼지 저금통만 평가받아야 하고 온라인을 통한 자발적 참여는 평가받을 이유가 없다는 '비틀린' 접근법이기 때문이다.

참여 방식의 차이가 가치평가의 차이로 비약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희망돼지 저금통만으로 선거를 치른 척한다"고 비꼰다. 마치 자전거를 팔아서 구독자를 확보하나, 자발적으로 구독을 하나 매 한가지라는 식이다.

민주당 관계자의 혼선을 비난할 수는 있어도, 선거사상 최초의 국민 자발적 선거자금 모금을 한나라당의 표현을 빌어 '사기극'으로 몰아가는 것은 다소 감정적인 감이 있다.

지난 12월 16일 수거된 희망돼지 동전 계산에 참여한 한 자원봉사자의 소감을 인용하며 이 글을 갈무리하고자 한다.

""직장에서는 제법 많은 부하직원을 통솔하는데 저녁도 거르고 동전이나 세고 있을라니 처음에는 좀 어색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많은 국민들의 희망에 참여한다는 생각에 보람이 생기더군요."

그가 비록 노무현 대통령을 여전히 지지하는 '노사모'일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보람까지는 짓밟지 않기를 언론에 부탁한다.

▲ 지난해 9월 30일 민주당 선대위 출범식을 마친 노무현 당시 후보와 지지자들이 V자를 그려보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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