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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 아비가 제 구실을 못 한다 하여, 어느 날 그 아비를 "등신"이라고 욕했다면 폭력치고 그 이상의 폭력은 없을 것이다. 하물며 일개 국회의원 신분으로서 국가를 대표하는, 그것도 지금 자국의 대통령이 이웃이지만 껄끄럽기 짝이 없는 나라를 방문하고 있는 시점을 전혀 고려도 하지 않고, 제 대통령을 "등신"이니, "등신 외교니" 하면서 비판 아닌 원색적인 욕지거리를 그것도 공식석상에서 내뱉는 것은 아무래도 현행범으로 다스려야 할 수밖에 없다.

노 정권이 들어서고서부터 갑작스레 언론의 자유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드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이, 우후죽순격인양 너도 나도 마치 시세 말로 "나도 한번 뜨고 보자!"이다. 그야말로'원인제공이 당신이니 내가 막가도 어쩔래?.'식이다. 희안한 것이, 일반 구독자로서 내가 그 양반이 어떤 사람이며, 어떻게 존경해야할지도 아직 모르고 있는 '전여옥 여사' '김용옥 총각' 등, 별별 인물들이 시국을 제멋대로 재단하고 대통령을 함부로 농단하고 방자히 날뛰니, 도대체 이 나라는 그들 말고는 제대로 정신박힌 사람들이 하나도 없는 양 착각마저 든다.

과연 그동안 그들이 이 국가사회를 얼마나 위하고 몸바쳤는지 조사를 해봤더니 전두환, 노태우 시절 그들은 가장 온화하게 꽃처럼 안주하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채 일 개월도 되기전에 김용옥 총각은 노대통령을 두고 낯 뜨거운 용비어천가를 썼고, 전여옥 여사는 멜랑콜리한 정몽준 찬가를 썼다. 어떻게 빤히 낯 뜨거운 그 짓을 할 수 있었을까? 이것이 이 순간까지 한국의 현 주소다. 결코 그 둘을 가지고 내린 성급한 일반화가 아니다.

조금은 기다려 보자. 비판할 것은 예우를 차리고 비판하자. 잘했던 잘못했던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지 않은가? 그 둘처럼 그렇게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비하할 수 있는 그것 자체가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아니, 김대중 정부에서도- 엄청 달라진 세상 아니가? 경상도 말로 "오냐! 오냐!하고 잘 봐줬더니 이기 겁도 없이 막 기어 오르네!" -제발 이런 지경까지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러나 무지막지한 폭력, 그 이상인 언어폭력이 이렇게 횡행해도 현행형법에 저촉되지 않고 자유라니? 아무래도 이 나라는 아직도 민주주의 학습이 덜 된 사회인 것 같다.

제발 언어폭력에 대처하는 입법을 부탁한다. 언어폭력은 그보다 더한 폭력을 낳는다. 나는 잘 모르지만, 이를 '에네르게이아'라 하며 대단히 중시하는 언어철학이다.

우리 고전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나라가 갑자기 어지러우니 하루아침에 종이 제 신분을 잊고 수염을 기르고 '에헴'하면서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주인 앞에서 주인행세를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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