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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은 충남의 남쪽 끝, 노령산맥의 지맥을 따라 형성된 분지에 자리잡고 있다. 위치상으로 남한의 정 중앙에 있으면서도 중심부 역할을 하지 못하였다. 금산 북쪽으로는 대전이, 남쪽으로는 진안, 그리고 남동쪽으로는 무주가 자리하고 있다.

예전에는 대전에서 금산으로 들어오면 호리병 속으로 들어오는 것 같아서 일단 들어오면 빠져나가는 길을 찾지 못하고 갇혀 버렸다. 무주, 진안으로 빠져나가지 못 하였던 것이다.

▲ 금산 읍내 전경
ⓒ 김정봉

지금의 금산은 옆으로 대진고속도로가 길게 뻗어 있고 밑으로는 무주, 진안 등으로 통하는 국도가 잘 다듬어져 있어 영·호남의 관문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전국 어느 곳에서나 3-4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곳이 되었다.

금산으로 가는 길은 대진고속도로(대전-진주간 고속도로)를 이용하던가 대전-금산간 국도를 이용하면 된다. 난 여름이면 가끔 국도를 이용하기도 한다. 답답한 대전 시내를 빠져 나와 산내를 지날 때쯤 되면 가로수 터널을 만나게 된다. 양 옆으로 자란 나무가 서로 머리를 맞대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인데 터널 천장 부분은 가지치기를 가지런히 하여 진짜 터널의 모습을 하고 있다.

금산장은 5일장으로 매달 2일, 7일로 끝나는 날에 열린다. 이 날에 맞추어 여행을 하면 좋은 값에 인삼과 약초를 살 수 있다. 인삼약초시장 안에는 수삼센타, 인삼종합쇼핑센타 등 대형유통센타가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어 시골장의 분위기가 감해지긴 했어도 이른 아침부터 직접 재배한 약초를 가지고 나온 노점상들의 모습에서 아직도 재래시장의 정취를 맛볼 수 있다.

일반재배 농가는 재배한 인삼과 약초를 장날에 시세에 맞게 시장상인에게 넘기지만 소규모 장사를 하는 할머니와 아주머니들은 노상에서 직접 재배한 약초 등을 내놓고 팔고 있어 애틋한 구경거리가 된다.

여행의 목적은 여러 가지 있을 수 있겠지만 시골 5일장을 보기 위해 하루를 보내기에는 왠지 서운한 마음이 들 것이다. 금산은 답사관련서적에도 소개되지 않을 정도로 이렇다 할 문화재나 유적지가 없다. 군을 소개한 책자에서도 그럴듯한 문화재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내가 금산장을 자신있게 추천하는 이유는 금산에는 보석사가 있어 서운한 마음을 달랠 수 있기 때문이다. 눈에 젖은 전나무길, 의선각 처마 끝에 달려 있는 고드름이야 말로 사람과 자연이 빚은 국보급 문화재가 아닌가?

보석사는 금산에서 진안방향으로 10km정도 가면 된다. 진악산 기슭에 살짝 얹혀 있다. 그다지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도 않다. 상대적으로 넓게 조성된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몇 발자국 걸어가면 일주문에 닿는다.

일주문에 들어서자마자 마주치는 200m 남짓되는 전나무 길이 장관이다. 나도 이제 어느 정도 나이를 먹었나 보다. 불과 5년 전에 왔을 때 눈에도 안 들어왔던 전나무 길이 보석사의 보석으로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눈이 와서 전나무는 더 푸르게 보였다. 세한도(歲寒圖)에서 매우 심한 추위 뒤에야 소나무·잣나무가 나중에 시드는 것을 안다고 했듯이 눈이 와서 전나무의 푸르름이 빛나는 것 같다.

歲寒然後知松栢之後凋(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

▲ 일주문에서 본 보석같은 전나무숲길
ⓒ 김정봉
보석사의 전나무 길은 내소사의 전나무 숲길보다 짧긴 하지만 더 운치가 있다. 전나무의 그 굵기가 나이를 짐작하게 한다. "이런 전나무를 누가 심었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유홍준 교수는 <나의문화유산답사기>에서 내소사의 전나무 길을 보고 전나무 숲길을 조림한 혜안(慧眼)을 찬미하였지만, 아마 내소사 전나무 숲길은 보석사 전나무 길을 보고나서야 만들지 않았을까?

▲ 의선각의 고드름
ⓒ 김정봉
보석사 앞에 있는 은행나무는 1000년이 넘는 세월의 흔적을 앉고 있어 이 절의 역사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보석사는 886년 신라 헌강왕 때 세워진 역사 깊은 절이다. 절 안에는 고종 때 다시 지어진 대웅전과 영규대사가 머물면서 수도하였던 의선각이 있다. 오래된 절집이 하나쯤 갖고 있었을 법한 변변한 탑 하나 없지만 카메라 하나 메고 조용히 둘러볼 만한 호젓한 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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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不自美 因人而彰(미불자미 인인이창), 아름다움은 절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 인하여 드러난다. 무정한 산수, 사람을 만나 정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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