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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매주 월요일자로 정운현 편집국장의 고정칼럼을 싣습니다. 평소 성역없는 비판과 거침없는 글쓰기를 해온 정 국장은 칼럼을 통해 이 시대의 쟁점을 짚어보고 또 시시비비를 가려낼 것입니다. 아울러 우리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밝히는 동시에 부도덕한 권력자나 수구 기득세력에 대해서는 가감없는 비판의 글칼을 들이댈 것입니다. 네티즌 여러분들의 관심과 질정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 주>

먼저 노 당선자의 16대 대통령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지난 1년여에 걸친 선거과정에서 고난과 역경을 딛고 마침내 새천년 첫 국정 최고책임자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을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돌이켜보면 노 당선자의 승리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비주류 정치인에서 국민경선을 통해 후보로 선출된 이후 두 번의 선거패배 후유증으로 후보교체론에 직면했으며, 월드컵 스타 정몽준 후보와의 한판승부에서 단일후보 승리, 그리고 선거 마지막날 정 대표의 '지지철회'로 다시 지옥으로 떨어졌다가 인터넷과 신세대들의 도움으로 구사일생, 마침내 대선 승리를 일궈냈으니 말입니다.

이번 노 당선자의 당선으로 한국사회에는 새로운 기류 하나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주류'로 분류돼 왔던 그룹에게는 '혼란'과 '충격'으로, 반면 대다수 서민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희망'으로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변혁의 한가운데 '네티즌'으로 상징되는 이 시대의 '신주류'들이 서 있습니다. 노 당선자는 바로 이같은 변혁의 시대가 낳은 '신종 정치인'이랄 수 있습니다.

노 당선자의 이번 당선은 단지 한국 16대 대통령을 선출했다는 정치사적 의미 이외에도 여러 가지 면에서 한국사회의 분수령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정치학자들은 자발적인 유권자들의 정치참여를 통한 정치문화의 선진화를 들고 있고, 사회학자들은 국민들이 정치 방관자에서 마침내 정치의 소비자, 주체자로 등장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또 어떤이는 정치(선거)가 한국사회에서 축제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 첫 사례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같은 평가들은 지난 6월 월드컵 응원열기에 이어 이번 선거과정에서 나타난 '국민적 에너지'에 대한 호평이라고 판단됩니다. 지도자는 이같은 국민적 에너지를 승화시켜 국가발전과 개인의 만족으로 이끌어내야 할 것입니다.

한 역사학자는 노 당선자의 등장을 두고 "사실상의 첫 서민대통령"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이는 군부독재 이후 '보통사람의 시대'를 내건 노태우, '문민정부'를 표방한 김영삼 두 전직 대통령, 그리고 '국민의 정부'를 기치로 내건 김대중 현 대통령마저 서민대통령을 표방했을 뿐 사실상 이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평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이 꼭 긍정적인 측면만을 기록한 것은 아닙니다. 한국사회의 고질병으로 일컬어져 온 지역감정 문제는 이번 대선에서도 여전히 잔존해 있음이 표로 드러났고, 특히 세대간 갈등이 또 하나의 사회적 갈등요인으로 등장했다고도 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이번 선거과정을 통해 드러난 여러 문제점들은 결국 노 당선자의 임기중의 '숙제'로 남는다는 점입니다.

당장 현안으로는 북한 핵문제와 대미관계 등 대외문제가 그것일 것입니다. 특히 대미문제에서는 두 여중생 사망사건을 계기로 우리사회에서 미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또 북한과의 관계에서는 햇볕정책의 기조를 유지하되 더욱 현명한 판단과 결정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큽니다. 또 안으로는 소수 집권당으로서 정치개혁, 부패청산, 그리고 선거막바지 쟁점이 됐던 '행정수도 이전' 문제 등을 과연 제대로 실현해낼 수 있을 지, 국민은 주목하고 있습니다.

당선 직후 현충원을 참배해 방명록에 쓰신 '멸사봉공(滅私奉公)을 국정수행에서 반드시 실천하시기 바랍니다. 인정과 사리에 치우쳐 불합리를 따르기보다는 차라리 합리를 앞세운 몰인정을 택하십시오. 그것이 작게는 노 당선자가 살고 크게는 우리 국민이 살고 또 역사가 한걸음 나아가는 길일 것입니다.

그동안 실패한 대통령들은 하나의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다는 제왕적 권능의식과 반(反)법치 통치철학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보다 높고 귀한 존재로 엄연히 법이 있습니다. 대통령은 국가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일 따름입니다. 입법.사법부의 존재와 가치판단을 존중할줄 알고 그에 맞서 적절한 견제력을 가질 때 올바른 민주주의는 이 땅에 뿌리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제16대 한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된 노 당선자는 노예해방을 실현한 미국 제16대 대통령 링컨과 많은 점이 닮았습니다. 높지 않은 학력, 변호사 출신, 그리고 정치적 역경을 딛고 마침내 대통령에 당선 등등. 노 당선자 스스로도 그런 공통점으로 인해 링컨 대통령에 대한 책도 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책에서 노 당선자는 "좋은 정부의 요체는 강하다고 떠드는 것이 아니라 겸손하게 국민들의 동의를 얻어나가는 정부"라고 설파한 적이 있습니다. 그 시대가 요구하는 대의명분을 앞세운다면 여소야대 정국을 풀어나갈 수 있는 지혜도 저절로 생겨나리라고 믿습니다.

아울러 이번 선거에서 노 당선자에게 반대표를 던진 개인, 언론, 집단이 유권자의 절반이 넘는다는 사실입니다. 노 당선자는 그들의 비판과 지적에 대해서도 경청하고 새겨들어야 할 것입니다. 역대 대통령 대다수는 당선 직후의 '초심'을 견지하지 못하고 구중궁궐 '인의 장막'에 갇혀 세상과 유리되면서 결국 비참한 말로를 맞곤 했습니다.

▲ 정운현 편집국장
이제 더 이상의 '실패한 대통령'이 나오는 것을 우리 국민들은 원치 않습니다. 그건 노 당선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위대한 승리'를 이끌어낸 우리국민들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지조있는 정치인, 건실한 기업인이 존경받는 세상, 열심히 일한 '보통사람'이 주역이 되는 세상, 상식과 법이 사실상 지배하는 나라, 지역간 계층간 소유의 과다에 관계없이 차별받지 않는, 다함께 어루러져 사는 세상,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의 존재가 최고가치로 평가되는 그런 세상을 여는데 힘써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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