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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채 37일밖에 남지 않은 12일, 민주당은 한화갑 대표가 노무현 후보측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김경재 의원이 이에 반발해 한 대표를 비판하는 등 어수선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 한화갑 민주당 대표가 13일 오찬 및 의원총회장에서 노무현 후보측을 비판한 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병한
민주당은 이날 정오 여의도 63빌딩에서 오찬을 겸한 의원총회를 열었다. 이날 모임은 정기국회 일정이 사실상 끝난 상황에서 그간 당소속 의원들의 노고를 위로하고 한편으로는 연이은 탈당사태로 인한 후유증을 추스리려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모임에는 한화갑 대표와 정균환 원내총무, 이협·문희상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와 추미애·김경재·이상수·김희선·이재정·이미경 의원 등 선대위 적극 참여 의원과 김경천·김기재·박병석·장태완·김근태·김영환 의원 등 반노·비노 의원들이 두루 참석했다. 정대철 선대위원장은 뒤늦게 참석했다.

한화갑, "모멸감을 느끼지만 그냥 삭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자리에서 한 대표가 오랫동안 참아왔다는 듯 많은 말을 쏟아냈다.

한 대표는 "그 동안 정치를 해오면서 금년이 가장 고통스러운 한해였다"며 "저에 대해 불만의 소리를 들으면서 모멸감을 느낄 정도지만 그냥 삭이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감옥에 가거나 미행, 연금 등 모든 인고의 생활이 오늘 표창의 대상이 아니라 흘러간 과거 역사 속의 피안이 되는 인상을 받는다. 그리고 우리 당이 처한 현실에 한없는 좌절과 유감을 느낀다. 대표로서 과연 이런 여건에서 당을 지켜야 하는가 자괴감을 느낀다.

저에 대해 불만의 소리를 들으면서 모멸감을 느낄 정도지만 그냥 삭이고 있다. 우리 당을 떠난 20명 이상의 의원들에 대해 말할 수 없는, 다른 사람의 표현을 빌리자면 처지를 이해하면서도 분통을 터뜨리는가 하면, 이런 사태를 막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무력하게 만들고 있다."


이어 한 대표는 '색깔'이라는 표현으로 정체성 문제를 거론하며 노 후보측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것은 당내 여러가지 복잡한 요소가 결합해서 나타났고, 그럴 때 우리들은 그들을 따뜻하게 붙들고 대화했는지 반성해야 한다. 우리는 표를 모아야 이기는데, 색깔부터 대어서 니 것 내 것 나누는 이런 분위기에서는 단결을 기할 수 없었다."

한 대표의 노 후보측 비판은 자금 문제에 이르러 최고조에 올랐다. 그는 "후보측에서는 당이 도와준 게 뭐 있냐고 말하는데, 그 동안 10억 이상 도와줬다"면서 "후보는 1원 한 장 내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우리 당의 형편이 어렵다. 9월에 원내 위원장 보조금을 주지 못했고 10월에는 원외를 포함해 보조금을 주지 못했다. 10월분 당료들 월급은 지급했다. 적자투성이다. 마치 당내에서 돈을 가지고 싸우는 것처럼 보이는데. 후보측에서 말한다. 당이 도와준 게 뭐 있냐고. 금전적으로 말이다. 그래서 내가 한번 뽑아봤다. 그 동안 10억 이상 도와줬다. 후보는 1원 한 장 내지 않았다. 나도 2억5천만원 당비를 낸 것이 전부다."

한 대표는 "우리는 중대결단의 기로에 서있다"면서 "할 말은 많지만 내가 내 생각을 표현하면 대립하는 양상을 보일까봐, 선거운동이 지장이 있을까봐 참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재 "정말 정신없는 양반"

▲ 김경재 의원이 한 대표의 발언에 항의하며 퇴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 대표의 발언에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졌다.

비공개로 하자는 제안에 김경재 의원이 "공개로 하자"며 나섰다. 김 의원은 "이게 최후의 오찬인지 어떤지 모르겠으나…"라며 "대표가 여기 계시지 않은 후보에 대해 말씀이 지나친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문제(한 대표의 비판)야말로 비공개로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한 대표는 "이것은 최후의 만찬이 아니다"면서 "새로운 각오와 시작의 만찬"이라고 되받아쳤다.

김 의원은 분위기 반전을 위한 정균환 총무의 전체 건배를 뿌리치고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그는 오찬장 밖에서 한 대표에 대해 "정말 정신이 없는 양반이네" "이해가 안돼" "아주 유치하다"는 비판을 퍼부었다.

오찬이 끝난 후 한 대표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우리 당 국회의원들이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그것을 대변했는데 조금 강하게 표현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당이 좀 진정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남아 있는 사람이라도 단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 대표는 이날 오후 당사 앞마당에서 열린 청년전진대회에서 "지금 진행되고 있는 단일화 교섭이 성공해서 반드시 정권 재창출을 이룩해야 한다"며 "역사의 대의에 개인을 버릴 줄 아는 사람만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연설 직후 입장한 노 후보와 악수를 한 후 곧바로 연단에서 내려와 당사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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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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