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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단일화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온 민주당의 내분사태가 위기상황을 넘어 사실상의 분당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당내 반노·비노 성향 의원 30여 명은 4일 오전 후보단일화협의회(위원장 김영배, 이하 후단협)를 공식적으로 발족시키며 독자세력화를 선언했다. 이에 맞서 신기남 선대위 정치개혁추진위원회 본부장은 "국민경선에 의해 선출된 후보의 선거준비를 방해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을 짓밟는 경선불복적 해당행위"라며 정면 반박했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 후보도 후단협 발족에 대해 "30여 명 모두가 반노·비노는 아니다"며 모임의 의미를 평가절하했다.

민주당 반노·비노 의원 34명은 4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조찬모임을 갖고, '후보단일화협회의'를 발족, 김영배 상임고문을 위원장으로 추대하는 데 공식 합의했다.

이들은 노무현 후보와 한화갑 대표에게 오는 7일까지 후보단일화에 대한 입장을 표명해줄 것을 요구하고 만일 단일화에 반대할 경우 단계적 탈당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참석한 현역의원 중에는 노무현 후보 선대위에 참여한 김효석 의원 등도 포함 돼 있다.

이어 11시경에는 한영애 전 의원이 기자실로 찾아와 "성실하고 꾸밈없는 정치인 정몽준을 지지하기 위해 탈당을 결심했다"고 밝힌 뒤 민주당을 공식 탈당했다.

▲ 민주당 30-40대 원내외 지구당 위원장들이 4일 오후 기자회견을 자청해 후보단일화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 최경준
이같은 반노·비노쪽의 탈당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노무현 후보를 비롯한 친노 계열 인사들은 잇따라 성명을 발표, '해당행위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종걸, 임종석 등 현역의원과 우상호, 이인영, 허인회 등 수도권지역 30·40대 지구당위원장 20명은 이날 오후 2시께 기자회견을 자청, "무원칙한 합종연횡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후단협 발족에 맞불을 놓았다.

이들은 이날 기자들에게 배포한 성명서을 통해 "지금은 무엇보다 당의 단합이 가장 필요한 때"라며 당내 각 계파들의 대동단결을 호소했다.

이들은 또 "이번 대통령 선거는 21세기의 첫 대선답게 구시대 정치와 단절하고 국가의 비전을 제시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최근 정몽준 의원이 이회창·노무현 어느 후보와도 단일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은 상식을 벗어난 오만한 태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후단협 발족에 대해 "고민의 내용은 이해하나 국민경선을 선출된 후보가 있는 만큼 먼저 노무현 후보를 중심으로 뭉칠 때"라고 비판하면서도 "후보단일화의 가능성을 전혀 배제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말해, 비노쪽을 배려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신기남 선대위 정치개혁추진위원회 본부장도 이날 성명을 내고 "이제 단일화 논의를 즉각 중단하고 단일화추진기구를 해체할 것"을 주장했다. 그는 또 "당 지도부도 대통령 후보를 음해하는 해당행위에 대해 의당 윤리위원회 소집을 비롯해 응분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노무현 후보도 이날 오후 <광주방송> 주최 토론회에 참석해 "30여 명 모두가 반노·비노가 아니다"며 후단협 발족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노 후보는 이어 "오늘 아침 모임에 참석한 분들 중에는 노무현으로 단일화를 주장하는 분들도 포함돼 있다"며 "단지 지지도가 낮아 그런 것인데 지지도률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화갑 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9대의혹특위·대정부질문의원 연석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닭이 새벽을 알려도 그때 울어야 새벽이지 아무 때나 울어서는 닭이 되겠나, 말을 아끼겠다"고 말해, 당분간 입장표명을 자제하겠다는 뜻을 표시했다.
"87년 6월 항쟁 정신으로 돌아가 행동할 것이다"
<인터뷰> 우상호 민주당 서대문갑 지구당 위원장

- 오늘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성명서를 보면 사태를 바라보는 개혁적 젊은 정치인들 치고는 발언의 강도가 다소 약한 것은 아닌가라는 지적이 있다.
"발언의 강도가 문제가 아니다. 30·40대 수도권 지구당 위원장들은 후보단일화 등에 대한 대책을 꾸준히 논의해 왔다. 이 문제에 대한 우리의 대응 및 행동양식이 얘기 한번하고 그칠 정도였다면 발언의 선명성을 더욱 높였을 것이다. 지속적으로 이와 관련한 행동을 취하겠다는 신호탄으로 해석해 달라. 발언의 순도를 조절한 것은 당내 위치에서 건방지거나 오만하게 비춰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 사실상 친노 세력과 동일선상의 주장을 하고 있다. 친노라고 규정해도 되나.
"그렇게 봐도 된다. 발언을 조절하게 된 또하나의 이유는 반노쪽에 의해 끌려 다니는 비노 의원들과 함께 할 여지를 남겨두기 위함이다. 사실 한 때는 반노쪽 의원들의 행사에 연좌농성까지 하자는 강경기류도 있었는데 결국 조직화 싸움이라면 자꾸 끌어올 수 있는 방식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 노 후보는 오늘 <광주방송> 토론회에서 "30여명 중 모두가 반노·비노는 아니다"고 말했다. 노 후보나 친노쪽이 너무 낙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오늘 30여명이 참여했지만 이 중에는 노 후보의 말대로 노 후보로의 단일화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실제 탈당할 수 있는 분들은 많지 않다. 현재 비노 의원 중에는 반노쪽 인사에 의해 끌려 다니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 수도권 지구당 위원장들만 합류해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현재 수도권 위원장을 제외하면 대다수가 경남·북 지역 위원장이다. 이들은 참여 반대의사를 분명히 우리에게 전달했다. 오늘 성명에는 수도권 30·40 위원장 중 2~3명을 제외하고 모두가 합류했다. 저쪽에서 원외위원장이 모인다고 하는데 경남·북 지역 위원장들이 중심이 될 것이다."

- 앞으로 구체적인 활동 계획은.
"두고 보라. 87년 6월 항쟁의 정신으로 돌아가 당을 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우리는 어느 모임보다도 공고한 의지와 분명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 이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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