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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13일 오후 3시 26분>
대학생 5명, 국회 국방위원장실 기습 점거 시도


"대체복무제 개선하라" 13일 오전 국회 2층 로비에서 약 10여명의 대학생들이 양심적 병역거부권 인정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다 끌려나오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을 바라는 대학생들'이라고 밝힌 대학생 5명이 13일 오전 11시께 국회 3층 국방위원장실을 기습 점거를 시도했다. 이들은 "정부와 국회 입법자들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병역거부자들이 군사훈련이 아닌 사회봉사로써 이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에 즉각 나서라"고 주장했다.

"병역거부권을 인정하라" / 김정훈 곽기환 기자

ⓒ 오마이뉴스 권우성
국방위원장실 점거 시도는 기습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약 5분만에 국회 경위들에 의해 진압됐다. 국회 2층 로비에서 10여명의 학생들이 소란을 피우는 사이 갑작스럽게 국방위원장 비서실을 통해 국방위원장실로 들어간 5명의 학생들은 안에서 문을 걸어잠궜다.

잠시 후 한 학생이 복도쪽 문을 열고 나와 "병역거부권 인정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유인물을 뿌렸고, 그때 국회 관계자들이 안으로 들어가 학생들을 끌고 나왔다. 기습 점거 당시 국방위원장실에는 장영달 국방위원장이 있었다.

대학생들은 유인물을 통해 "매년 600여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병역을 거부하고 감옥을 택하고 있는 오늘, 몇몇 소수자의 문제로 여겨졌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의 인권문제가 사회화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들의 인권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정부와 국회 차원의 노력은 거의 전무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한 "돈과 빽으로 병역을 기피하는 이들로부터 박탈감을 느껴야하는 이 사회의 젊은이들의 고통부터 책임져라! 누군가를 죽여놓고 자살이라 우기는 군대의 비민주성과 반인권성을 보면서도 국민의 의무를 되새겨야 하는 부조리부터 청산하라!"고 주장했다.

갑작스런 점거를 당한 장영달 국방위원장은 마지막 남은 한 학생에게 "앉아서 대화를 해보자"고 권유, 즉석해서 약 40분간 대화가 이루어졌다.

장 위원장은 "내가 지역구 낙선을 무릅쓰면서 얼마나 이 문제에 대해 신경을 쓰는지 알고 있느냐"면서 "나와 한 번이라도 면담 신청을 하거나 하는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갑자기 이러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

학생은 "면담 신청을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고 면담하러 온 것도 아니다"면서 "얼마 전에도 방산업체를 줄이는 법을 만들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둘 사이의 즉석대화는 서로 논점을 잡지 못한채 겉돌았다.

▲ 갑작스럽게 집무실을 점거당한 장 위원장은 한 학생에게 "앉아서 이야기좀 하자"고 제의, 약 40분간 '즉석 면담'이 이루어졌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즉석 면담' 이후 장 위원장은 이날 오후 논평을 통해 "학생들의 국회 점거 시도는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그러나 최근 특정 대통령 후보 자제의 병역비리 의혹문제에 대한 젊은이들의 분노가 이와 같은 병역거부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실에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젊은이들이 기성세대와 제도권에 대해 얼마나 불신하는지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날 점거에 참여했던 학생은 중앙대 문과대 학생회장 이용석(4학년)씨와 항공대 이원표(4학년)씨를 비롯해 이화여대, 서강대 학생들로 알려졌다. 시위에 관계했던 한 학생은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는 몇몇 소수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생의 삶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로 사회적으로 공론화돼야 한다는 생각에서 국회에 항의표시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1신 : 13일 밤 0시 50분>
병역비리 정국, 대학가 '병역거부' 확산


이회창 아들들의 병역면제 비리의혹이 하나둘 늘어나는 가운데, 대학가를 중심으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행위가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지난 7월말 부산 동아대생 임치윤 씨에 이어, 12일에는 서울대생 나동혁 씨가 입영을 거부했다. 또 아직 입영통지서가 나오지 않은 대학(원)생 14명도 이날 집단적으로 예비 병역거부를 선언해 병역거부의 대열에 동참했다.

▲ 여성해방연대의 김영미씨
ⓒ 인권하루소식
12일 아침 11시 서울지방병무청 정문 앞에서 열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나동혁 및 대학생 예비병역거부 선언 기자회견'에서, 나씨는 "국가에 대한 일방적인 복종과 순응 대신, 다름을 인정할 줄 아는 사회, 진정한 민주주의와 인권을 원한다"라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이 땅에 평화와 인권을 가져올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행동"이라고 병역거부의 이유를 밝혔다.

이날 예비 병역거부 선언자 14명을 대표해, 경희대 대학원생 염창근 씨는 자신들의 양심에 따라 앞으로 요구될 병역의무를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전쟁을 반대한다는 양심, 사람을 향해 총을 들지 않을 양심, 국가기구에 의한 인권침해에 반대한다는 양심이 그것.

염씨는 "국가기구가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제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직접 나서지 않고서는 현재 병역제도 문제가 시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는 사회적 약자들의 지지성명도 이어졌다. 여성해방연대 김영미 씨는 "군필 '남'을 대우하는 지금의 사회제도는 여성을 철저하게 배제해 여성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한다며, 징집의 대상이 아닌 여성으로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 집단병역거부 선언 기자회견
노들장애인야학 등 장애인단체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입영 및 집총을 거부하고 사회봉사활동을 양심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된다면 … 중증장애인을 비롯한 소외계층의 사회보장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체복무제 도입을 촉구했다.

이날 나씨는 입영을 하는 대신 병무청을 방문해 병역거부서를 전달하고,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접수시켰다.

한편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아래 연대회의)는 지난 10일 구속기소된 병역거부자 임치윤 씨에 대해 불구속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연대회의 최정민 집행위원은 "최근 고위층 아들의 병역비리 문제와 허원근 일병 타살사건 등 군대 내 민주화 문제는 (병역제도에) 집단적으로 문제제기하는 사회적 배경이 되고 있다"라며, 병역거부 행위와의 관련성을 시사했다.

징집 과정에서의 비리와 군대 내 비민주성 자체가 병역거부의 직접적인 이유가 되진 않을지라도, 병역의무를 당연시해 온 젊은이들에게 최소한 진지한 고민의 계기를 제공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로써 향후 대학생들의 병역거부 선언이 계속 확산될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인권하루소식 2002년 9월 13일자(제21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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