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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기업의 국내 현지법인 임직원들이 해외본사로부터 부여받은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해 얻은 이익에 세금을 매긴 것은 과연 타당한가, 그렇지 않은가.

국세청이 외국본사로부터 부여받은 스톡옵션 행사이익에 근로소득으로 간주, 세금을 매긴 것이 기어코 문제를 일으켰다.

이 문제를 놓고 현재 서울행정법원에 제기된 집단소송은 무려 세 건. 지난 6월 27일 한모씨 등 75명이 집단소송을 낸 것을 비롯해 이보다 한 달 전 12명이 이미 같은 소송을 냈으며, 추가로 97명이 집단소송을 현재 준비중이어서 모두 합치면 스톡옵션 관련 소송제기자 수가 184명에 달하고 있다. 소송가액만도 300∼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 소송의 핵심 쟁점은 외국계 본사와 국내 자회사의 임직원간에 고용관계를 전제로 한 대가로 스톡옵션을 부여했느냐는 것이다. 물론 원고측인 국내 자회사 임직원들은 "스톡옵션을 부여한 해외본사와는 고용계약을 한 사실이 없어 고용계약에 의한 (을종)근로소득으로 볼 수 없고 따라서 과세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피고측인 국세청은 "고용을 전제로 스톡옵션을 부여하기 때문에 고용관계에 대한 대가로 보아 근로소득으로 과세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의 논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스톡옵션 과세와 관련해 국내에서 소송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 더욱이 국세청이 현재까지 미국 국세청으로부터 스톡옵션 행사자료를 협조 받아 파악하고 있는 국내 현지법인 임직원들이 1000여명(건수로는 2100여건)에 이를 것으로 추정돼 이번 판결이 가져올 파장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소송을 낸 국내 자회사 임직원들의 입장 이들은 소장에서 "스톡옵션을 부여한 외국본사와 국내 현지법인 소속 임직원들 사이에는 법률적인 고용관계가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해 현행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으로 과세할 수 없다"며 "만약 이같은 소득과세가 허용된다면 국내 대기업들이 계열회사 임직원들에게 회사의 제품을 싸게 살 수 있는 혜택을 주는 것에도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우리 소득세법은 아직 법에 명확히 규정된 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열거주의 과세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며 "현행 법률에는 스톡옵션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없기 때문에 특정소득으로 구분해 과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다만 2000년 12월 29일 개정된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22호에 '퇴직후 또는 고용관계 없이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받아 이를 행사함으로써 얻는 이익'에 한해 이를 기타소득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도 "과세당국은 '회사의 종업원이 스톡옵션을 받은 경우 행사일 현재의 시가와 행사가액의 차액은 근로소득에 해당한다'는 예규만을 들어 소득세를 부과하려 한다"며 "법에 명시된 규정도 없이 예규만으로 해석한다면 조세법률주의의 원리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 소송을 맡은 임승순 변호사는 "현재 스톡옵션은 임직원들에게 과거보다는 미래의 성과를 앙양시키기 위해 주는 인센티브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스톡옵션을 행사해 이익이 실현되는 시점에 자본이득으로 과세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스톡옵션의 가장 보편적인 형태인 신주교부방식의 경우 스톡옵션 수혜자가 법인으로부터 신주인수권을 부여받은 것이 아니라 법인의 주주로부터 신주인수권을 부여받아 증자에 참여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 경우 종업원이 스톡옵션을 행사해 얻은 이익을 근로대가인 근로소득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과세당국의 입장 국세청은 "외국계 기업의 국내 현지법인 소속 임직원이 해외본사로부터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소득은, 해당 임직원을 소득세법 규정(제1조)에 따라 거주자로 보아 내국법인에 소속된 직원의 스톡옵션에 대해 근로소득으로 과세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득세 납세의무가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국세청은 "더구나 국내법인의 경우 지난 96년 스톡옵션 제도가 도입되자마자 소득세를 부과해오고 있다"며 "외국본사에서 받은 스톡옵션 행사이익에 대해서도 이를 을종근로소득으로 보아 과세한 것은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스톡옵션을 행사한 시점에서 실제 손해를 입었다는 주장도 있으나,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시점 이후부터 행사 시점까지는 전적으로 수혜자의 책임이므로 과세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거의 대부분의 국가에서처럼 우리도 스톡옵션을 행사하는 시점에서 근로소득이 발생한 것으로 간주, 과세하고 있다"는 것이 국세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무엇보다 결정적인 것은, 국내 자회사 임직원이 외국본사로부터 스톡옵션을 부여받을 때 구두로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서류상에 '고용인'이라는 단어를 쓴 것이 확인될 것"이라며 "이 경우 외국본사와 국내 자회사 임직원 간에 법률적인 고용관계가 없다는 원고측 주장이 근거 없다는 게 입증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세청은 이번 소송이 제기되자 올해초부터 "미국 국세청의 협조를 받아 국내 현지법인 임직원들의 스톡옵션 행사자료를 파악중에 있다"며 스톡옵션 행사소득의 과세에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자료건수는 모두 2100여건이며, 인원으로는 약 1000여명에 이를 것이라는 게 국세청의 추산이다. 국세청이 현재까지 이들의 스톡옵션에 부과한 세금은 모두 450억원에 이르고 있다.

소송진행 상황 원고측 담당변호사인 임승순 변호사는 "이미 87명이 집단소송을 냈고 추가로 같은 소송을 준비중인 90여명의 소송청구건이 거의 막바지 단계에 와 있다"며 "오는 11월 5일 오후 2시에 열릴 3차 변론부터는 세 건의 소송을 모두 병합심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스톡옵션 과세와 관련한 이번 소송 원인은 결국 입법이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미처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소송이 처음 제기된 만큼 중요한 선례를 남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국세청을 변호할 피고측 담당변호사는 고승덕 변호사가 맡게 됐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Tax News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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