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99년부터 분당의 백궁·정자지구의 용지변경과정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반대운동을 벌여온 성남시민모임의 이재명 변호사는 현재 수원지검이 벌이고 있는 파크뷰 특혜분양 의혹사건 수사에 대해 "고래 잡는다고 강에 그물친 격"이라고 표현했다. 이 변호사는 "이런 식으로는 이 사건의 본질인 용도변경 의혹을 밝혀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변호사. ⓒ 오마이뉴스 조경국
지난 9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변호사는 "검찰은 '파크뷰 특혜분양 수사에서 용도변경과 관련해 특혜받은 게 나타나면 이 문제를 조사하겠다'고 하나 1조 원이 넘는 돈이 왔다갔다 한 사업을 주무른 배후인물들이 기껏해야 프리미엄 먹는 데 흔적을 남겼겠냐"고 되물었다. 파크뷰 조사에만 국한하지 말고 용도변경 문제를 전면적으로 수사하라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만약 검찰의 수사가 미진할 경우 이 사건의 배후를 드러낼 수 있는 결정적인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또 지난 3일 동아일보가 자신의 말을 인용해 "백궁·정자지구에 대한 국가정보원 문건이 청와대에 보고됐다"고 보도한 데 대해 "2001년 초 내 사무실에서 문제의 국정원 보고서를 봤으며 그 뒤 청와대에 보고가 됐다는 것도 나중에 들었다"고 거듭 밝혔다.

"청와대에 보고가 됐으나 내용이 문제돼 작성자를 찾고 있다"

이 변호사는 "국정원 내에서도 용도변경을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으로 갈렸는데 반대하는 쪽에서 우리를 믿게 하기 위해 보여준 것 같다"며 "보고서를 본 뒤에 연락이 다시 왔는데 '청와대에 보고가 됐으나 내용이 문제가 돼 작성자를 찾는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절대로 보고서를 봤다는 얘기를 하지 말아달라'고 해 그동안 입을 다물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나름의 방법으로 청와대에 보고되는 문건의 양식을 확인해 본 결과 내가 본 보고서와 일치했다"며 "내용은 민주당 실세 K의원과 고위층 친인척 K씨, 청와대 파견검사, 퇴직한 지역주재기자, 성남시장 측근이 용도변경에 개입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선거(4.13총선)에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으므로 재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백궁·정자지구 문제가 국정원은 물론 정권 내부의 갈등요인이 되고 있다는 말도 들었다"고 전했다.

다음은 이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중 일부.

▲이재명 변호사. ⓒ 오마이뉴스 조경국
- 특혜분양 여부를 어떻게 가려야 한다고 보나.
"선착순 분양받은 사람들부터 의심해야 할 것 같다. 특혜 의혹받는 사람들이 해명하는 것을 보니 새벽부터 줄서서 분양 받았다고 하던데 당시 상황을 보면 분양시작 3일 전부터 '떴다방' 업자들이 장악을 한 상태였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접근하기도 어려운 상태였다."

"현재 검찰 수사는 '고래 잡는다고 강에 그물 친 격'"

- 현재 검찰의 수사를 어떻게 보나.
"파크뷰 특혜분양도 조사해야겠지만, 그건 전체 사건의 지엽말단일 뿐이다. 솔직히 검찰에 큰 기대를 안하고 있다. 우리와 성남시청간의 맞고소 건을 조사부에만 맡겨 놓은 상태다. 특히 파크뷰에서 뭐가 드러나면 용도변경 문제를 다루겠다고 하는데 그 엄청난 사업의 배후가 한 채당 몇 천만원의 프리미엄 붙는 정도에 매달려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고래 잡는다면서 강물에 그물을 친 모양새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2년 전에 취재 다해 가 놓고도 지금은 또 전혀 새로운 사람들 보낸다. 언론이 계속 추적했다면 뭔가 결말이 났을 것이다."

- 검찰의 수사가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어떤 대응방법이 있는 것인가.
"이 사건은 성남시, 토지공사, 건교위, 국정원 등 여러 기관이 얽혀 있으나 드러난 것은 아직은 파편적이다. 이 파편들을 연결할 핵심선을 공개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

- 증거나 증인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인가.
"아직은 밝힐 때가 아니다. 대통령 아들들 문제를 비롯해 너무 사건들이 많아 공개해도 묻히기가 쉬울 것 같다."

- 만약 본인이 수사를 담당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H1개발에 특혜가 주어진 배경을 밝히는 것이 우선이다. 이 부분이 핵심이다. 또 토지공사는 용도변경이 결정난 뒤에도 토지의 상당 부분을 수의계약으로 매각했다. 입찰을 통해 공급예정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팔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음에도 그렇게 했다. 이 부분을 밝히면 상당 부분 실체에 접근하게 될 것으로 본다."

- 국정원의 청와대 보고문건을 봤다는데 그것이 청와대 보고 문건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아는가.
"2001년 초에 내 사무실에서 봤다. 내가 한때 그 문건을 보관하고 있었다고 보도됐는데 보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내용은 정치권 인사와 청와대파견 검사를 비롯해 5명의 개입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선거(4.13총선)에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으므로 재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문건을 본 뒤 나중에 다시 연락이 왔다. 의혹대상 인물들 때문에 청와대가 난리가 나서 작성자 색출작업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니 절대로 문건을 봤다는 얘기를 하지 말아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당시에 이를 공개하지 못했던 것이다. 국정원 보고서는 작성자를 노출시키지 않기 때문에 국정원만 입을 닫으면 청와대에서는 작성자를 알 수가 없다고 한다.

내 나름으로 청와대에 올라가는 문건양식이 어떤지를 알아봤더니 내가 본 것과 일치했다. 그 뒤 백궁·정자지구 문제가 국정원은 물론 정권 내부의 갈등의 매개가 됐다는 말을 들었다. 국정원 내의 백궁·정자지구 조사팀이 올해 초 정도에 해체된 것으로 안다"

- 어떻게 그런 내용을 알 수 있었는가.
"백궁·정자지구 문제에 대응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 국정원 내에서도 용지변경을 반대하는 쪽과 찬성하는 쪽이 있었다. 아마 용지변경을 반대하는 쪽에서 우리의 신뢰를 얻기 위해 보여준 것으로 생각한다."

"H1개발은 용도변경을 미리 알고 있었다"

▲ 특혜분양 의혹이 일고 있는 분당 파크뷰 공사현장. ⓒ SK건설 홈페이지

지난 99년 여름 이재명 변호사는 '분당 백궁·정자지구의 한 부지에 '로열 팰리스'라는 주상복합 건물을 지어 분양한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백궁·정자지구는 상업용지이기 때문에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땅이었는데 주상복합 건물을 짓는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싸움'은 이렇게 시작됐다.

고향인 성남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해 쭉 성남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그는 성남지역 사정에 밝았다. 게다가 95년에 창립한 '성남시민모임' 활동을 초기부터 해온 터였다.

경위파악에 나선 이 변호사는 성남시가 백궁·정자지구 13만8천여 평의 용도변경을 위해 그 중 일부를 시범적으로 용도변경한 사실을 알게 됐다.

파크뷰 부지 포기한 포스코개발에서 제보

이 와중에 이 변호사는 현재 문제가 되는 파크뷰 부지 3만9천 평의 원 소유자였던 포스코개발의 한 간부로부터 "쇼핑타운만 짓게 돼 있는 땅이라 사업성이 불투명해 결국 포기했는데 '대단한 곳'에서 그 땅을 샀다. 뭔가 있으니 알아봐라"는 제보를 받았다.

포스코개발은 95년 쇼핑타운을 짓기 위해 토지공사에서 1590억 원을 주고 이 부지를 샀으나 사업성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98년 12월에 계약금 280억 원을 포기하고 계약을 해지한 상태였다. 이 간부가 말한 '대단한 곳'이 바로 H1개발이었다.

H1개발은 99년 5월 24일 계약금 159억7천만 원(총액 1600억 원)에 이 땅을 매입했다. 이 계약금은 H1개발 홍원표 대표가 28억, 남해건설의 김응서 대표 100억 원과 개인물주들이 낸 돈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H1개발과 홍원표 씨에 대한 의혹이 커져갔다. 당시 H1개발은 자본금 1억(99년 2월 2억원 증자)에 불과한 회사였고 홍 씨도 나중에 돈을 주겠다는 조건을 타인의 계약을 인수해 매매대금을 낼 정도로 자금력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그 자금줄이 누구냐는 것이었다.

이 변호사는 이 무렵 H1개발이 이 부지를 매입하는 과정에 '뭔가 있다'는 심증을 굳히게 되는 몇 가지 단서를 확보한다.

우선 한국토지공사와 홍원표, 김응서 씨가 99년 5월 24일에 체결한 용지매매계약서를 입수했다. 이 계약서의 특약사항 중 7항에 도시계획 변경 또는 도시설계 변경 등 행정기관의 행정처분으로 인해 현황이 변경되었을 경우, 그에 따르도록 하며 이를 사유로 매매대금의 조정 또는 계약해제의 요구 등 이 계약에 대한 어떠한 이의도 상대방에게 제기하지 않기로 한다는 내용이 있는 것이었다.

홍 씨 등이 파크뷰 부지를 매입한 무렵인 99년 5월12일부터 6월30일까지 10년간 방치돼 있던 5만4천평이 집중매각된다.

당시는 경기도는 물론, 성남시도 백궁·정자지구의 주거용지 변경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던 때였다. 용도변경의 확신이 없어 포스코개발도 포기했던 상황에서 수백억을 내고 계약을 감행한 것이다. 이 변호사는 여기서 '용지변경'(정확한 용어로는 '도시설계 변경')이 될 것을 미리 알고 맺은 계약이며, 누군가 용도변경 계획을 알려줬다는 것을 확신하게 된다.

"H1개발은 용도변경을 미리 알고 있었다"

곧 이어 99년 2월의 건축법 개정을 통해 원래 광역시장과 도지사에게 있던 도시설계변경 권한이 시, 군, 구청장 권한으로 넘어간 것도 알게됐다. 용도지정 권한은 그대로 도지사에게 둔 채였다. 성남시만 마음먹으면 백궁·정자지구의 용도변경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토지공사는 건축법 개정 직전인 98년 10월과 99년 7월 성남시에 용도변경을 요청했고 결국 성남시는 99년 7월 시범적으로 용도변경을 허용하게 된다. 문제의 건축법 개정안은 2000년 2월에 재개정돼 도시설계변경 권한이 도지사에게 환원된다.

이 변호사는 이 과정에서 토지공사에 대해 의심을 갖게 된다. 99년 4월에 낸 토지공사의 미매각토지목록 홍보책자에서 미매각상태였던 현재의 파크뷰 부지가 제외돼 있었다.

또 토지공사는 포스코개발 포기 이후 국방부군인공제회와 홍원표 씨 등이 매입경합에 나섰으나 자금력이 불투명한 홍 씨에게 매각했다. '용도변경이 안 될 경우 계약을 해지하거나 대토해달라"는 국방부장관의 5월21일 공문 때문에 군인공제회에 매각할 수 없었다는 것이 토지공사의 설명이다. 그러나 군인공제회와는 계약조건 협의가 끝난 상태였고 계약조건도 군인공제회가 3년 분할이었던 데 비해, 홍 씨 등의 조건은 5년 분할이었다.

결정적인 것은 2000년 2월 홍 씨 등이 토지대금을 3개월 이상 연체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약을 해제하기는커녕 2차 중도금을 10개월 연기시켜준 것이다.

이 변호사는 만약 토지공사가 당시에 계약을 해지했다면 2000억 원이 넘는 이득을 볼 수 있었을 것으로 본다. 홍 씨 등과 평당 409만 원에 계약을 했으나 용도변경이 확정적이 돼 가던 99년 11월 평당 730만 원에 계약이 성사된 예가 있어 계약금 159억과 합치면 그 정도 액수가 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홍원표 씨와 같은 출신지역의 정치권인사들이 배후에 있다는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됐다. 그 중 한 명이 현재 파크뷰 특혜분양의혹을 받고 있는 민주당 김옥두 의원이었다.

2000년 1월 분당주민 1300여 명이 당시 국민회의 당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용도변경에 대한 반대운동을 벌였으나 언론의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이렇게 해서 건설된 파크뷰는 2001년 3월 건축비만 90억 원을 쏟아부은 모델하우스가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그해 3월 9일 시작된 분양은 3일 전부터 '떴다방' 업자들이 텐트를 치고 달려들어 경찰이 출동하는 등 북새통이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박종희 의원, "제2의 수서사건"

이 사건은 2001년 10월 16일 새로운 계기를 맞게 된다. 한나라당 박종희 의원(경기 수원·장안)이 대정부 질문에서 이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고 나선 것이다.

동아일보 기자 재직 당시 성남지역 취재를 하기도 했던 박 의원은 "H건설회사(H1개발)가 용도변경을 통해 땅값 2000억 원, 아파트분양까지 합하면 8000억 원의 차익을 남겼고, 그 배후에 여권실세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며 "제2의 수서비리 사건"으로 규정했다. 이후 이 문제는 여야간의 지루한 공방거리가 됐으나, 의혹은 해결되지 않았다.

여야간의 공방과정에서 '분당백궁역일대부당용도변경저지를위한공동대책위'(이재명 공동집행위원장)는 2001년 11월 김병량 성남시장과 성남시 간부들을 '업무상배임', '공무상비밀누설', '직권남용', '업무상배임증재' 등등의 혐의로 대검에 고발했다. 같은 날 김병량 시장도 이들을 맞고소해 이 사건은 현재까지 수원지검 조사부에 맡겨져 있다.

이렇게 잊혀져가던 사건은 지난달 21일 구속중인 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의 탄원서가 공개되면서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태그: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