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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정말 좋은 말 한마디를 배워 저만 알기 아까워 글을 올립니다. 흔히 호연지기(浩然之氣)란 말 많이 듣게 됩니다. 그렇지만 그 뜻을 제대로 알고 듣거나 그 뜻에 맞게 사용했는지 생각해보면 제 자신도 그냥 뭉개고 넘어간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친구들에게 시험삼아 물어보니 대체로 '친구간의 우정이 돈독함. 자연에서 배우는 좋은 성질' 뭐 이런 식으로 알고들 있더군요. 오늘 유교미학사 시간에 배운 호연지기의 어원을 간추려 봅니다.

호연지기(浩然之氣)는 맹자(孟子)의 가르침으로 그의 제자가 그에게 호연지기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맹자가 답하기를 "말하기 어렵다!(難言也) 그 기(氣)는 지극히 크고 지극히 강하며(至大至剛), 곧음으로 키우면 해롭지 않고(以直養無害), 곧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 차게 된다.(則塞于天地之間) 그 기는 의(義)와 도(道)로 짝하니(其爲氣也 配義與道) 이들이 없으면 꺼져버린다.(無是뇌也) 이 기는 의(義)가 모여 스스로 내 속에서 생기는 것이며(是集義所生者), 밖으로부터 스며들어오는 것이 아니다(非義襲而取之也). 행동에 떳떳함이 없으면(行有不慊於心) 곧 꺼져버린다(則뇌也)" 라고 하였습니다.

호연지기가 딱 뭐라고 말하지 않아서 이러한 표현법은 사실 생소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항상 무엇을 설명할 때 그 것을 말로 규정하여야 직성이 풀리는 서양식 습관에 젖어 있기 때문입니다. 맹자는 호연지기가 말의 표현영역 밖의 것임을 알고 그 특성의 일부를 표현함으로써 가르침의 크기를 느끼게 하려 하였을 것입니다. 마치 동양화의 여백을 살림으로써 공간의 특성을 더 살릴 수 있는 것과 같다고 할까요.

그건 그렇고 호연지기를 설명하는 맹자의 말은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요약됩니다.
호연지기(浩然之氣)는
1. 더없이 크고 강하며 곧은 기운으로 의(義)와 도(道)를 통하여 키워지며 이들이 없으면 사라진다.
2. 바깥에서 배우거나 느끼거나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내 속에서 의(義)가 자라 모인 것이다.
3. 행동의 의도에 불순함이 있으면 사라져 버린다.

여기까지가 맹자의 이야기입니다. 이 것은 이미 이천 년 전 말씀이므로 해석은 아마 각자의 주관에 따라서 조금씩 틀릴 수 있겠지요. 저는 이러한 해석을 하고 싶습니다.

호연지기(浩然之氣)는
1. 내 속에 있는 기운으로 바깥에서 가져올 수 없는 것
2. 어떠한 의도에 물들지 않은 정정당당한 기운
3. 정신적 바름(義)과 형식적 바름(道)이 짝을 이루는 것

유교에서 이야기하는 사대부의 도리(道理)란 이러한 인격미(人格美)에서 출발된 것으로, 자신의 선한 모습을 찾도록 수련하며 언제나 두려움 없는 정의로운 정신상태를 유지하는 자세를 말합니다.

이 글을 생각하다보면 우리가 살고있는 이 시대는 물질적 오염뿐만 아니라 정신적 오염도 심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제나 자신이 부족하여 남에게 의지해야 하거나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채워 넣어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게 만드는 시대이며, 아무리 갖고 채워도 돌아서면 또 다른 부족함에 헉헉대어야하는 시대이고, 누구의 말이나 행동도 그 의도를 의심하지 않고 순수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혼돈의 시대이니 말입니다. 내 속에 있다고 하는 이 호연지기(浩然之氣)를 키워 혼탁한 세상을 바르게 살아갈 길을 찾아봐야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혹시 저의 해석에 오류를 발견하시면 지적해주셔도 좋습니다. 저도 유학 전공한 사람이 아니라서 자신 없지만 좋은 글이라 여럿이 같이 보고싶어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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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디자인회사를 운영하며 인테리어 디자인과 디자인 컨설팅 분야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전통건축의 현대화와 중국전통건축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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